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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핵심은 '최중증 배제없는 일자리 만들기'
'공공일자리 TF' 협의 내용 공유하는 '5W1H토론회' 열려
장애계, "공공일자리 직무 한정시 또다시 배제되는 장애인 생겨...다양한 직무 인정해야"
등록일 [ 2018년06월21일 14시22분 ]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도입' 정책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노동부는 '동료지원가', '장애인식 개선 강사' 등의 직무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며, 장애계는 그동안 노동에서 배제되어왔던 중증장애인이 실제로 참여 가능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017년 11월 21일부터 2018년 2월 13일까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했다. 농성을 통해 이들 단체는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보장을 정부에 촉구했다.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경증장애인 중심으로 되어 있어 민간 노동시장에서 배제 받는 중증장애인이 공공 일자리에서도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성 끝에 장애계와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1만개 도입을 위한 공공일자리 TF(아래 공공일자리 TF) 구성에 합의했다. 공공일자리 TF는 2월 2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총 6차례의 회의가 진행됐고 현재 그 막을 내린 상태다. 이 자리에서 장애계와 정부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직무 범위, 사업 예산 및 규모 등을 논의했다. 

 

20일, 고용노동부와 장애계 공공일자리 TF 논의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도입을 위한 5W1H 토론회’가 서울시 종로구 유리빌딩 '대항로' 4층 교육장에서 열렸다. 공공일자리 TF에 민간 위원으로 참여했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공공일자리의 필요성, 직무 영역, 공공일자리 1만개 도입 달성 시기, 그리고 공공일자리 사업 진행에서 유의해야 할 점 등을 설명했다. 

 

20일, 서울시 종로구 유리빌딩 '대항로' 4층에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도입을 위한 5W1H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Why? 공공일자리는 왜 필요한가?

 

박 대표는 "공공일자리는 국민이 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공익적 성격을 지닌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이러한 직무는 비영리 영역에서 이뤄져 왔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증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고용해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중증장애인의 공공일자리를 한시적 일자리로 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를 해당 직무에서 일 경험을 쌓고 이를 이용해 민간 일자리로의 이전하는, 일종의 '거쳐 가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기재부는 '고용 대상이 중증장애인이므로 보건복지부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예산 배정을 반대했다. 이 때문에 박 대표는 "기재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매 회의의 주요한 안건이었다"고 전했다. 

 

What? 공공일자리의 직무는 무엇인가?

 

전장연은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특성에 맞는 활동을 찾기 위해 직무의 범위를 고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85일간의 농성 동안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직무로 △장애인 동료상담 활동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 △장애인 민원 안내 활동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등을 폭넓게 제시했다. 실제로 농성기간 동안 노동부는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커리어플러스센터를 방문해 전장연이 제시한 직무의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부가 기재부에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제출한 사업 설명에서는 공공일자리 직무가 '동료지원가'와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강사'로 축소되었다. '동료지원가'란 노동부가 진행하는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위해 새로이 만들어진 직무로,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발굴하고, 동료상담을 제공하며 구직 관련 정보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동료지원가'의 구체적 직무는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강사'는 앞으로 고정적인 수요가 예측되는 직무이다. 장애인고용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5월 29일부터 모든 사업주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연간 1회 이상 해야 한다. 노동부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기관을 지정해 강사 인건비 및 사업비를 지원함으로써 100인 미만 사업주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 줌과 동시에, 중증장애인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When? 공공일자리 도입과 1만개 달성 시기는 언제인가?

 

노동부는 동료지원가와 인식개선 강사 외에도 '민간위탁 사업'을 포함해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2년까지 공공일자리 1만개 이상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위탁 사업은 중증장애인의 직장 적응을 위해 4명의 발달장애인에게 1명의 잡코치를 파견한 뒤 현장에서 훈련 후 고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발달장애인의 직업 현장 적응 훈련을 돕는 서울시 커리어 플러스 센터와 같은 지원고용 전문기관을 민간위탁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민간 위탁 사업에 대해서 “발달장애인이 어디에 취업이 되고 급여가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직무의 성격과 고용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민간 위탁 사업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로 규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의 성격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여기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직무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here? 전달체계의 수행기관은 어디인가?

 

장애계와 노동부는 TF에서 논의한 사업들에 대해 기재부가 예산을 배정한 후 수행기관 선정 방식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장연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고용기관으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214개소), 피플퍼스트 센터(미등록 단체 포함 100여 개), 장애인 평생교육 기관(50개소), 장애인 가족지원 센터(전국 80여 개), 비영리 민간단체 등을 추천했다. 이 단체들에서는 이미 동료상담 활동, 인권옹호 활동, 인권 교육 등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 기관들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해 인건비와 노무관리비용 등을 지원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Who? 공공일자리의 참여자는 누구인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의 핵심은 최중증장애인 고용 여부다. 현재 정부의 장애인 고용정책 현장에서는 경증 장애인이 우선 고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공공일자리는 민간 노동시장의 생산성과 경쟁의 기준에서 배제됐던 최중증장애인의 참여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는 발달·뇌병변장애인 유형 중 가장 장애가 심한 사람, 언어장애가 심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 무학으로 한글과 숫자를 모르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등이 공공일자리에 우선으로 고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자리의 절반을 장애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동료지원가의 업무가 비경제활동 장애인에 대한 정서적 지지 및 취업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취업 실적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등 사업이 형식화되지 않는 평가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아울러 "동료지원가의 다양한 직무 범위를 인정하지 않고 '동료상담'만으로 직무를 한정한다면 언어장애가 있는 중증뇌병변장애인이나 언어적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 등 또다시 배제되는 중증장애인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그는 "반드시 장애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동료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박희준 노동부 장애인고용과장은 "이 사업은 최중증 장애인을 우선으로 한다. 물론 해당 장애인에 대한 평가는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평가의 주체는 공단이나 지자체가 아니라 장애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단체 등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곳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이 기관들이 최중증장애인을 고용한다고 하면, 고용 우선권을 줄 것이다. 아울러 이 최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활동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선례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는 "이 사업이 최중증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그러나 '최중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일자리의 참여자가 달라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박 대표는 추후 협의 과정에서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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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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