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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차 탈시설 계획, 아직도 못 벗어난 '시설 소규모화'
탈시설 목표 인원, 1차 계획 절반인 300명에 불과
'시설 체험홈'도 '탈시설 실적'에 포함...장애계, "시설 중심 가치 못 버려" 비판
등록일 [ 2018년06월26일 19시29분 ]

비리재단이였던 석암재단의 시설에서 나온 김동림 씨는 현재 서울시의 탈시설 계획을 만들어 낸 당사자이다. 그는 이 날 토론회에서
 

“2009년도에 시설에서 나왔으니까 올해로 딱 자립한지 10년입니다. 변화된 게 많습니다. 내가 처음 나와서 외친 게 ‘자유’였습니다. 시설에서는 자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유’를 외쳤습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는 ‘자유’. (중략)사람들은 지역사회가 엄청 바뀐 다음에 나와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모르는 소리입니다. 일단 나와서 내가 부딪히면서 만들어가야 합니다. 바뀐 다음에 나온다는 게, 그게 언제 바뀔 줄 압니까?”(김동림 석암투쟁 당사자)

 

2009년, 석암재단이 운영하는 석암 베데스다 요양원에서 나온 장애인 8명이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탈시설 체계를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싸움 끝에 서울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탈시설을 지원하는 공적 체계인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만들었고, 2013년에는 전국 최초로 ‘탈시설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서울시 1차 탈시설 계획(2013~2017)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시립희망원 범죄 시설 폐지 및 탈시설 정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재 광주, 전주, 대구 등 지자체에서도 탈시설 계획을 수립중이다.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하지만 전국 최초의 탈시설 계획이자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탈시설 표본이 되고 있는 서울시의 1차 탈시설 계획은 장애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가 정의한 탈시설 개념, 탈시설 목표 인원 등이 기존에 장애계에서 요구했던 목표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26일, 서울시의 1차 탈시설 계획의 성과와 과제를 살피고 2018년부터 적용될 2차 탈시설 계획을 톺아보기 위한 ‘2018년 서울시 탈시설 정책 제안 토론회’가 사)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 날 토론자들은 서울시가 2차 탈시설 계획에서는 ‘탈시설=시설의 소규모화’ 아닌 ‘탈시설=시설폐쇄’ 라는 전제를 가지고 정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서울시의 1차 탈시설 계획을 톺아보고 현재 2차계획을 톺아보기 위해 ‘2018년 서울시 탈시설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서울시가 2차 탈시설 계획에서는 ‘탈시설=시설의 소규모화’ 아닌 ‘탈시설=시설폐쇄’ 라는 전제를 가지고 정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가 1차 계획에서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장애인은 총 600명이었다. 발표 당시, 이 숫자는 시설 거주 장애인 3088명 중 20%에 불과했다. 또한 서울시는 자립생활주택이나 독립가정에서 아니라 거주시설 체험홈, 그룹홈(공동생활가정) 등으로 주거를 옮긴 사람들 역시 ‘탈시설 실적’에 포함시켰다. 이에 장애계는 “거주시설 체험홈은 시설 퇴소가 아니며 체험홈에 거주하고 있는 당사자들 중 절반 이상이 시설로 다시 복귀하므로 탈시설 인원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장애계의 계산에 따르면 5년간 실질적으로 탈시설한 인원은 286명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7년 12월에 작성한 2차 탈시설 계획(2018~2022)에 따르면 탈시설 지원 인원은 1차 계획의 절반인 300명이다. 서울시가 2017년에 진행한 탈시설 욕구조사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 날 발제를 맡은 박현영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 조사에서 탈시설 욕구를 밝힌 거주시설 장애인은 531명이다. 탈시설 목표 인원인 300명의 구체적 산출 기준에 대해 서울시는 밝히지 않았다. 박 사무국장은 “서울시는 2차 계획에 대해 ‘탈시설 가속화’라는 표현을 썼다. 이 방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탈시설 욕구를 밝힌 534명을 모두 탈시설 목표 인원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사무국장은 2차 계획 역시 시설 중심 탈시설 정책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1차 계획을 발표한 후 장애계에서 가장 크게 문제제기 했던 것은 공동주택빌리지(기존거주시설을 리모델링 한 것으로 1개소당 30명의 장애인이 거주)였다. 장애계는 ‘이곳은 소규모화된 시설’이라고 반발해 이는 '탈시설' 거주형태에서는 제외됐지만, 서울시는 2차 계획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이 운영하는 '시설체험홈' 확대를 계획 중이다. ‘지역거주 체험 및 자립 후 필요 서비스를 사전 점검하고 지역사회 적응을 위해서’라는 이유다.

 

박현영 사)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
 

하지만 시설체험홈은 탈시설의 경로가 아닌 소규모화된 시설 복귀로의 경로라는 것이 박 사무국장의 지적이다. 1차 계획 당시 시설체험홈에 입주해 생활한 265명의 시설거주인 중 126명이 퇴소했는데 이 중 원시설로 복귀한 인원이 65명이다. 시설 체험홈에서의 경험이 자립생활로 연결되지 않음에도 서울시는 시설체험홈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지역 거주 체험 및 지역사회 적응'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이미 2018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자립생활주택을 확대하면 된다"라고 일침했다. 이어 그는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주택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시설에서 제공하는 '체험' 중심 지원체계를 확대하는 것은 서울시가 여전히 소규모화된 시설중심의 가치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박 사무국장이 지적하듯 서울시는 현재 탈시설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소규모화된 시설을 ‘탈시설 주거 형태’로 보고 있다. 이에 박 사무국장은 2차 탈시설 계획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하고 구조를 변환하는 적극적인 탈시설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던 기존 국가들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탈시설의 일환으로 진행한 시설개선, 시설 소규모화는 모두 실패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탈시설 정책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을 전제로 두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그룹홈, 시설체험홈 등 개인용 주택이 아닌 곳에 지급되는 예산들을 돌려 당사자들의 자립 지원예산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시설을 하려는 장애인이 필요한 것은 집 뿐만이 아니다. 장애인거주시설이었던 송전원에서 거주인들의 탈시설을 지원했던 김재원 인강원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탈시설을 지원할 때 당사자의 활동지원시간 확대, 경제적 문제 등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송전원에서 자립한 거주인들은 장애등급이 2등급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의 경우 최대 94시간의 활동지원시간을 받을 수 있었고, 여러가지 특례 조건으로 최대한 확보해도 114시간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자립주택 운영 주체들도 이들의 활동지원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현재 서울시 탈시설 정착금은 1,200만원이고 전세자금지원은 9,500만원이다. 그런데 이 지원금을 받는 대상은 기초수급 및 차상위 120%로 제한되어 있다. 그는 “시설 거주 장애인 대다수는 수급자이긴 하지만 비수급 장애인이 자립할 경우 생활비 전체를 가족이 부담하거나 스스로 해결해야 해 가족들이 자립을 반대하거나 당사자가 자립을 희망해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탈시설 당사자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서울시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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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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