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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폭염에 선풍기 없는 방에 갇힌 사지마비 장애인 “살려주세요”
활동지원사 퇴근 후, 폭염 속 12시간 동안 홀로… 인권위, 긴급 구제 신청
장애계 “상시적 위험에 처해있는 최중증 ‘독거’장애인들, 활동지원 24시간 지원해야”
등록일 [ 2018년08월07일 09시51분 ]

폭염에 집 밖을 나올 수 없는 김선심 씨를 대신해, 그가 다니고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이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긴급 진정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활동지원사 없는 밤사이 집에 홀로 방치된 중증장애인이 생명을 잃을 뻔했다.

 

강서구 가양동의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선심 씨(55세)는 사지마비 중증 뇌병변장애인이다. 그는 2006년에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움직일 때도 침대형 휠체어를 사용하는 그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최중증 사지마비장애인이다. 그는 최중증·독거장애인임에도 현재 받는 활동지원 시간은 복지부 지원으로 401시간, 서울시 지원 197시간으로 한 달에 총 598시간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일주일 중 3일은 밤(저녁 8시~아침 8시까지)에 활동지원사 없이 혼자 지내야 한다. ‘31일’까지 있는 달엔 활동지원시간이 더더욱 부족해 혼자 있는 밤 시간이 하루 더 늘어난다.

 

문제는 최근 계속된 폭염 속에 혼자 있다 보니 생명이 위험해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7월 31일 저녁 8시, 활동지원사가 퇴근하고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그는 혼자 있었다. 40도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날이었다.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후, 그 혼자 남은 시간에 혹시 모를 과열로 누전 사고가 발생할까 봐 선풍기는 끄고 지낸다. 결국 그 혼자 남으면, 선풍기 바람조차 없는 찜통더위 속에서 베란다 창문만 열어놓은 채 12시간 동안 누워있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활동지원사가 왔을 때 김 씨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그는 병원에 가지 않고 버텼다. 그런데 그날(8월 1일) 밤에도 활동지원시간 부족으로 활동지원사가 없는 날이 이어졌다. 또다시 선풍기 바람도 없는 찜통 속에 12시간을 홀로 버텨야 했던 김 씨는 한숨도 자지 못하고 ‘눈이 풀린 채’ 다음 날 아침 활동지원사에게 발견됐다.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38.6도의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의사는 “향후 안정시 까지 24시간 간병 또는 경과에 따라 검사 및 입원이 요함”(병원 진단서)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마음 다급해진 활동지원사가 진단서를 들고 주민센터에 찾아가 “활동지원 24시간을 지원해달라”고 읍소했지만, ‘더 이상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 시간이 없다’며 거절당했다. 결국 활동지원사는 김 씨가 다니는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에게 전화해 “폭염 속에 선심 씨가 죽을 뻔했다”고 도움을 청했다.

 

김 씨 집엔 에어컨과 흔한 쿨매트조차 없다. 김 씨는 폭염으로 크게 앓으면서 뒤늦게야 에어컨을 주문했지만 에어컨이 온다고 해도 “혼자 있을 땐 과열될까 무서워 틀 수 없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자세 변경을 해야 하는 쿨매트 또한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김 씨에겐 적절치 않았다. 

 

과거 복지부는 ‘활동지원 24시간’ 대신 예산 절감을 위해 응급알림e서비스와 야간순회서비스를 내세웠다. 그러나 김 씨와 같은 최중증장애인은 이를 이용할 수 없다. 응급알림e를 이용하려면 위급 시에 버튼이라도 누를 수 있어야 하는데 김 씨는 전화 버튼 하나 누를 수 없는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이다. 야간순회서비스 또한 사회복지사가 새벽에 불시에 찾아오면 문을 열어줘야 하니 이 역시 불가능하다.

 

한 노들야학 학생이 "활동지원 24시간 거부, 복지부 규탄"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이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긴급 진정했다.
 

이러한 위급한 상황으로 노들장애인야학은 김 씨를 대신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긴급 구제를 요청했다. 6일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우리 야학학생 선심 언니,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긴급 진정을 제기했다. 이날 장애계는 김선심이라는 개인에 대한 긴급 구제를 넘어 활동지원 24시간이 지원되지 않아 상시적 위험에 처해있는 최중증 ‘독거’장애인들에 대한 ‘구제’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최중증독거장애인 100명에게 활동지원 24시간을 보장하고 있으나 김 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시 서울시는 차츰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박근혜 정부의 ‘사회보장정비방안’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결국 2018년 현재까지도 서울시 내 ‘24시간 지원 대상자’는 100명으로 시행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활동지원 24시간’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은 “무더위 폭염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은 최중증장애인이 홀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일상적 위험에 대한 ‘+1’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1’을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 이 일상적 위험을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복지부는 활동지원 24시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있으면 시설에 들어가지 왜 지역사회에 사냐며,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거부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복지부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임시적 조치가 아닌, 최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사 없이 홀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대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인권위에도 “복지부가 활동지원 24시간을 제도적으로 마련하여 즉각 최중증독거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할 것을 권고해달라”고 요구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더위와 추위에 관한 문제가 장애인 입장에서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면서 “폭염이 재난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사각지대에서 더 극한 생명의 위험을 느끼며 죽음 직전에 몰리고 있다”며 인권위에 긴급 구제를 신청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최중증독거장애인이 처한 어려움을 전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7일 오전 김선심 씨 집을 방문해 현장 조사할 예정이다.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과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면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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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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