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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지하철 연착 투쟁 선포 “68일간 매주 화요일, 지하철 막아서겠다”
죽거나 다치거나, 공포의 ‘휠체어리프트’… “장애인이동권 보장하라”
“안전장치 없이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 그게 휠체어리프트에요”
등록일 [ 2018년08월14일 22시13분 ]

휠체어리프트 희생자 고 한경덕 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이날 장애인 활동가들은 두건(장례모자)을 썼다. 두건엔 “서울시 공식사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14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휠체어추락사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68일간 매주 화요일마다 지하철 연착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 “안전장치 없이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 그게 휠체어리프트에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김진석 씨는 지난 7월 16일 저녁 9시경, 광화문역 교보문고에 가기 위해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휠체어리프트가 ‘덜컹’하면서 공중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역무원들이 휠체어리프트를 몇 번이고 재작동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엔 119를 불렀다. 소방대원들이 그를 등에 업고, 성인 남성 여러 명이 수백키로 달하는 전동휠체어를 휠체어리프트에서 끌어내렸다. 그가 다시 지상에 안전하게 내려오기까지는 1시간가량이 걸렸다.

 

김희정 씨 또한 이틀 전, 같은 곳에서 휠체어리프트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 또한 휠체어리프트가 ‘덜컹’하며 중간에서 멈춘 것이다. 그의 심장도 ‘덜컹’하며 크게 흔들렸다. 신길역장애인 추락참사 소식에 불안에 떨며 ‘설마’하며 탄 휠체어리프트였는데, ‘설마’ 멈출 줄은 몰랐다. 그때 휠체어리프트를 조종하던 공익근무요원한테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렇게 자주 멈추는 일이 생긴 지) 2달 정도 됐다”는 이야길 들었다. 이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광화문역 8번출구 휠체어리프트는 절대 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장애인이 리프트 탄다는 게 롤러코스터 타는 거 같아요. 88열차 있잖아요, 그걸 안전장치 없이 타는 느낌.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오늘은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그게 서서히 가면서 덜컹덜컹하는데 그때마다 심장이 같이 덜컹덜컹해요.”

 

한 달가량 되었지만, 희정 씨는 이후 절대 리프트를 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없이 휠체어리프트만 있는 지하철역이 있다면 애써 돌아간다. 그에게 위험한 것은 휠체어리프트 뿐만이 아니다. 승강장에서 지하철 탈 때의 틈새도 그에겐 벼랑 같다. 종종 휠체어 바퀴가 그 틈새에 빠져, 휠체어와 그의 몸이 분리되면서 그의 몸만 바닥에 나뒹굴었다. 지하철 타는 게 왜 이렇게 매번 고난처럼 느껴지는가. 한 달 전 경험을 토로하는 그의 목소리가 두려움에 떨렸다.  

 

서울장차연 소속 장애인 활동가들이 지하철 타기 행동을 하면서 휠체어추락사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서울장차연, “68일간 매주 화요일, 지하철 막아서겠다” 투쟁 선포

 

“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 서울시는 사과하라!”
“우리는 더이상 지하철 이용하면서 휠체어리프트에서 떨어 죽기 싫다! 서울시는 더이상 우리를 죽이지 말라!”

 

14일 오후 3시, 1호선 시청역(동대문역 방향) 승강장에 장애인 100여 명이 모여 외쳤다. 한낮 온도가 36도에 달한 무더운 날, 실내라고 결코 시원하진 않았다. 사람들로 가득한 시청역사 내부 공기는 이미 더운 공기로 가득했다. 폐로 들어온 공기는 무겁고 텁텁했다. 사람들은 시민들에게 나눠줄 선전물을 부채 삼아 바람을 쐬고, 미리 준비한 얼음물을 목과 머리에 문지르며 열을 식혔다.

 

이번 지하철타기 행동은 지난 6월 14일(1차), 7월 2일(2차)에 이은 세 번째 투쟁이었다. 이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고 한경덕 씨 사망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인의 1주기가 되는 10월 20일까지 68일간 매주 화요일마다 지하철 연착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고 한경덕 씨는 2017년 10월 20일, 신길역 1·5호선 환승구간의 휠체어리프트에 탑승하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다가 계단 아래로 떨어져, 98일간 단 한 번도 깨어나지 못한 채 혼수상태로 있다가 올해 1월 25일 사망했다.

 

유족과 장애계의 질긴 요구에 지난 6월 21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과의 면담이 어렵게 성사됐으나 그는 끝내 공개사과를 거부했다. 법적 규정은 다 지켰고, 추락사에 대한 책임은 소송(현재 유족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에서 판단할 문제라는 이유였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선언에 따르면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1동선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야 하나, 현재 엘리베이터가 없는 27개 중 16개역은 지하철 구조상의 문제로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장차연은 △신길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 서울시 공개사과 △지하철 리프트 철거 및 모든 역사에 2022년까지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권 요구안 관철 등을 요구하며 앞으로 68일간 지하철을 연착시키는 일명 ‘지하철 그린라이트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석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지하철 장애인리프트 추락사고 및 참사의 기록’이 새겨진 커다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활동가들이 들고 있는 “지하철 장애인리프트 추락사고 및 참사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커다란 손팻말엔 2000년 전후 일어난 휠체어리프트 사고 흔적이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기록되어 있었다.
 
이 참사 노선도에 따르면, 1999년 혜화역·천호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이어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도화선이 된 2001년 오이도역 추락사고에선 노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한 명도 중상을 입었다. 이어 2002년 발산역, 2006년 인천신수역, 2008년 화서역에서도 휠체어리프트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부상자도 속출했는데, 2001년 고속터미널역(전치 8주), 발산역(두부골절상 등), 영등포구청역(전치 7주), 2004년 서울역(두부손상 등 중상), 2006년 회기역(갈비뼈 골절 중상) 등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휠체어리프트 참사는 오래전부터 서울방방곡곡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날 투쟁 선포를 알리며 문애린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지난 7월 2일 고 한경덕 씨를 기리며 관을 들고 지하철타기를 했다. 그날 서울시 비서실장이 우리의 요구안을 받아가면서 시장과의 면담을 약속했으나 1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면서 “한 달 동안 계속 공문과 연락을 취했지만 싸그리 무시당했다”고 분노했다.

 

권달주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언제까지 장애인이 죽어야 하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마지막 경고장을 보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있을 때 2분이면 이동하는 거리를 휠체어리프트 타면 30분은 넘게 돌아가야 한다. 왜 장애인은 늘 차별 속에서 이동해야 하나.”면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조건 속에서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하철 지연 투쟁인 일명 ‘지하철 그린라이트 투쟁’ 선포를 하는 서울장차연 소속 장애인 활동가들.

 

- “불편하다” 불만하는 시민도 있지만, “당연한 싸움” 응원도

 

이날 지하철타기 행동은 각 칸에 10명씩 일렬로 서서, 맨 앞문으로 탑승한 뒤 맨 뒷문으로 나오기를 반복하였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하철에 탄 시민들에게 신길역 장애인 추락참사와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알렸다.

 

오후 3시 40분, 장애인 활동가들이 일렬로 서서 첫 번째 지하철 타기 행동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상황 파악을 하려는 듯 이들을 조용히 바라만 봤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연되자, 시민들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한 노년 남성은 지하철 밖 승강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이를 향해 “미친놈의 새끼들, 저리 치워라카라. 우리가 얼마나 바쁜데!”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70대 남성 또한 “이해는 가지만 시민을 볼모로 하면 안 되죠”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그때 60대 여성이 기자에게 달려와 “이거 몇 시에 출발해요?”라고 물으며 “병원 가려고 목포에서 새벽 5시에 올라왔는데 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하철 지연으로 인해 불편함을 내비치는 것에 남녀노소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하철 문가에 기대어있던 20대 여성은 장애인들이 줄지어 나타나자 핸드폰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시위대에게로 고정했다.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멈춰 세운 채,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자 여성은 문가에 기우뚱하게 기대어 서 있던 자세를 고쳐서며 시위대를 노려봤다. “출발 좀 하지, 진짜. 짜증나.” 그가 낮게 읊조렸다. 그의 앞으로 세 번째 지나갈 무렵, 그는 미간에 힘을 주고 장애인들을 조용히 노려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박아무개 씨(34세, 여)는 “엘리베이터 없는 역에 가면 너무 불편하다”면서 “이러한 요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잘 해결되어서 좀 편하게 다니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시위대를 바라봤다.

 

시위 이유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시민도 있었다. ‘시위 이유를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최아무개 씨(24세, 여)는 “신길역에서 사고로 장애인 한 분이 돌아가셔서 엘리베이터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서울시랑 서울교통공사가 법적 책임없다고 해서 시위하는 거로 알고 있다”며 정확하게 답했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는 질문에 최 씨는 “오늘 지하철 타는데 ‘왜 계속 멈추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자세히 나와 있었다. 지하철 안내 방송으로는 정확히 안 알려주지 않나.”라고 응답했다. ‘지하철 지연으로 인한 불편’을 묻는 물음에도 그는 “전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곁에 있던 친구 또한 “같은 생각이다”면서 시위대를 응원했다.

 

지하철 지연 투쟁인 일명 ‘지하철 그린라이트 투쟁’을 하는 서울장차연 소속 장애인 활동가들.
 

- 서울시는 공사 측에 책임 떠넘기고, 공사 측은 “엘리베이터 설치 불가능” 답변만

 

이날 현장엔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등의 직원들이 나와 현장을 지켜봤다. 서울시 교통정책과에서 나온 공무원은 서울시 입장에 대한 질문에 “답변할 입장이 아니다. 상황만 지켜보러 나왔다”며 회피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오늘 상황 지켜보러 나오신 건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자신은 “담당자가 아니”라고 답했다. ‘담당자가 아님에도 왜 나오셨냐’는 물음엔 “차가 못 가니깐, 이거 좀 보러”라고 말했다. ‘장애인들 목소리 들으러 온 게 아니라 지하철 지연되는 거 파악하러 오신건가’라고 재차 묻자 “네”라고 짧게 답하면서 ‘어느 과에서 나왔느냐’는 질문엔 손을 저으며 자리를 떠났다.

 

코레일 직원 또한 “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해서 나온 거다. 자세한 거 모른다”며 자리를 피했다.

 

이날 서울장차연이 6개의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서 총 51분이 지연됐다. 첫 번째 지하철은 8분(3:40~48), 두 번째 지하철은 7분(3:52~59), 세번째부터 여섯 번째 지하철까지는 9분씩(4:02~11, 4:14~23, 4:26~35, 4:38~47) 걸렸다.

 

한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정책과 담당자는 14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서울교통공사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니 공사 측과 이야기 나누는 게 좋겠다”며 서울교통공사 측에 공을 넘겼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현재 1동선 안 되는 역사가 27개인데 그 중 엘리베이터 설치될 예정이 11개, 설치 검토 역이 16개이다”면서 “검토 중인 16개 역사는 환기실 저촉, 지상보도 폭 부족 등으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환기실은 지하철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미 존재하는 시설을 재배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2022년까지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는 어렵다고 답했다. 

 

지하철 지연 투쟁인 일명 ‘지하철 그린라이트 투쟁’을 하는 서울장차연 소속 장애인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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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혜민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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