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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무엇이 보완되어야 할까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관련 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열려
"직업은 최고의 약인데"…직업재활 사업 예산 전무하고 자격 취득 결격조항까지 발목
등록일 [ 2018년08월29일 15시49분 ]

정신장애인의 경제활동은 다른 장애 유형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전체 장애인 평균인 39.0%의 절반에 못 미치는 13.9%에 불과하다. 고용률(인구대비 취업자 비율) 역시 전체 장애인 평균은 36.6%지만, 정신장애인은 9.7%에 불과했다.

 

정신장애인의 노동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 제34조에서는 정신질환자의 고용촉진과 더불어 직업훈련, 직업지도 등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 즉 직업재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국가가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 직업재활은 아직도 본격적으로 제도화되지 못한 상태에 놓여있다.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와 일상 회복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서비스라고 당사자와 가족들, 그리고 전문가들까지 입을 모으고 있는데도 왜 정신질환자의 직업재활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을까. 문제를 진단하고 법적, 제도적 공백을 채우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29일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마련되었다.

 

29일 열린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관련 법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최희철 교수.

 

-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지원도 전무한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정신장애인'에 대한 정의는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각각 달리 규정되고 있다. 현재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15개의 장애 유형에 속하나, 장애인복지법 15조에서 정신건강복지법을 우선 적용받도록 하면서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은 제한하고 있다. 반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넘어오면 정신장애인을 정신질환자로 칭하면서, 굳이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정신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 영위가 어렵다면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희철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바로 이러한 법적 위상 차이로 인해 정신장애인의 고용 및 직업재활에서의 문제점들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정신장애 등록을 해야 의무고용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장애인 고용, 취업 장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정신장애 등록을 하면 여러 사회적 편견과 생활상 불이익 등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장애인 등록을 하더라도,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직업재활 관련 서비스에서 배제된다. 정신장애인의 장애인복지법 적용을 제한하는 장애인복지법 15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국가 및 지자체가 설치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주거 편의, 상담, 치료, 훈련 등의 서비스 대상자에서도 제외된다. 최 교수는 "이러한 배제조항 때문에 정신건강복지법 34조에서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서비스를 별도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은 정신재활시설 내 서비스 영역의 하나로 제공될 뿐이며, 이를 담당할 인력은 1~2명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도 다른 업무와 겸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서비스에서 정신장애인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대부분 직종이 단순노동직에 해당한다며 "정신장애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직무 및 근무여건으로 인해 직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호소가 많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그 원인을 부족한 인력과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서비스 인프라 부족으로 보았다.

 

현재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서비스는 대부분 정신재활시설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서비스 형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일자리와 연결하고 사례관리를 하거나,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훈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시설들에서 '재활 영역'에 대한 국가 지원은 프로그램 운영비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들에 대해 프로그램 운영비 외에도 최소한 별도의 직업재활 예산과 인력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재활서비스를 통해 취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게 되었음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결국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서비스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직업유지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큰데, 이 때문에 생존과 직결되는 기초생활수급권을 잃는 것은 너무 큰 위험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하고, 직업재활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안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최 교수가 꼽은 것은 장애인복지법 15조를 보완해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장애인이 더 넓은 복지 체계로 유입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또한, 최 교수는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직업재활시설에 대한 표준화된 서비스 지침과 기능보강 지원 등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정신장애 특성에 맞는 다양한 직종 개발과 정신장애인 취업 이후에도 소득 크기에 따라 기초생활 수급 자격이 일정 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유인책 마련도 주문했다.

 

- "직업은 정신장애인에게 가장 좋은 약...사회복지사업법 등 정신장애인 자격 취득 제한 규정도 함께 논의되어야"

 

왼쪽부터 신권철 교수, 홍정익 과장.

 

정신장애인 당사자 권혜경 씨는 “정신질환은 단지 생물학적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자존감과 사회적 관계 가운데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신장애가 발생해도 돌아갈 학교, 직장이 있다면 그 어떤 약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최고의 약은 바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권 씨는 "현재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사례관리자 1명당 60명 이상의 회원을 관리하고 있고, 직업재활전문가는 만나기도 어렵다"면서 '국가 또는 지자체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직업훈련과 적절한 직종 개발 및 보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 77조를 권고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정신장애인 직종으로 '동료지원가'를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도울 수 있는 '동료지원가'는 직업적 소명과 안정적 수입도 보장할 수 있는 직종"이라며 "국가가 동료지원가를 양성하고 지원한다면, 정신장애인의 회복 속도가 매우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권철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신 교수는 "직업재활 서비스가 가져야 할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결국 정신장애를 어떻게 다른 장애 유형과 동등한 층위로 유입시킬 것인가, 그리고 60여 년 동안 이어진 정신장애인의 직업 취득 제한 법률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라고 입을 열었다.

 

신 교수는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의 노동에 대해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위험하다', 혹은 '경제적 효용이 없다'는 생각을 가져왔다"라며 "사회가 가진 이러한 인식은 결국 정신질환자 자격 취득제한 법률들로 이어졌고, 최저임금 예외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사회복지사업법에 추가된 '정신장애인의 사회복지사 자격 제한' 규정을 예로 들며 "직업재활은 허용하겠지만, 사회복지사는 허용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는 결국 우리 사회가 가진 포용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5월, 사회복지사업법상의 정신질환자 자격 취득제한 조항 폐지를 복지부에 권고했고, 그밖에 28개에 이르는 자격 제한 법률조항도 삭제나 개정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고 언급하며 "국가가 직업재활 서비스의 근본적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복지부 역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정신질환자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종을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라며 "특히 앞서 제안한 '동료지원가'의 경우 양성 프로그램 제도화 도입을 노력해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 과장은 "정신재활시설 운영은 100%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고, 중앙정부는 설치비만 제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지자체 재정여건에 따라 확산이 늦어지는 것 같다. 운영비 국비 지원을 확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전했다. 홍 과장은 "국가가 직접 설치하고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도 고민 중"이라며 "국가가 직접 운영한다면, 국립병원 5개에 부속으로 설치해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업법을 비롯한 정신장애인 자격취득제한 규정에 대해서는 "인권위 권고안을 읽어보긴 했지만, 아직 조항 삭제나 개정 등이 복지부 내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정신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들은 "사회사업법이 다른 과 소관이라고 해서 정신건강정책과에서 제대로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영문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는 "정신장애인 자격 취득을 제한하고 있는 조항 28개를 비롯, 곽정숙 의원이 정리한 정신장애인 차별조항이 43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법안에 있는 차별조항들에 대한 치유와 보완은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통합 사업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이사는 "이를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당사자들 간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날 토론회에는 당사자, 가족, 정신보건 종사자 8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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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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