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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 촉구하는 마음들 엮은 ‘하나의 마음’, 국회 앞을 덮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국회는 더 이상 방치 말고 특별법 제정하라“
형제복지원 농성 300일, 진상규명 염원하는 문화예술인들 모여
등록일 [ 2018년09월03일 21시23분 ]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대표가 자신이 만든 조각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 대표는 자신이 잡혀 들어갔던 오후 8시 이전인 7시로 돌아가 가족과 행복했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뒤로 국회가 보인다.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마음과 마음들이 80미터에 달하는 조각보로 이어져 국회 앞을 뒤덮었다. 전국의 문화예술인들과 국가폭력 희생자들, 일반 시민들은 형제복지원 농성 300일을 맞아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문화행동을 벌였다.

 

형제복지원 농성 301일째인 3일, 김신윤주 작가를 필두로 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예술인 문화행동(아래 문화행동)’은 국회 앞에서 조각보를 이어 붙이는 프로젝트 ‘하나의 마음’을 진행했다. 이 ‘하나의 마음’은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조각보를 이어 만든 것이었다. 이 대형 조각보를 위해 지난 한 달간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최승우·한종선·양세환 등을 비롯해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군대 내 폭력으로 희생된 자식을 둔 어머니들, 형제복지원에 끌려들어 간 나이대의 자식을 둔 부모, 작가, 중학생 등 100여 명이 조각보를 작업실로 보내거나 자신이 작업한 조각보를 가지고 농성장을 직접 찾아왔다. 그렇게 모인 ‘마음’들을 예술인들이 이어붙여 커다란 조각보 ‘하나의 마음’으로 만들어냈고,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형제복지원 농성장과 국회 앞을 ‘하나의 마음’으로 뒤덮으며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외쳤다.

 

최승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의 조각보. 검정색은 국가폭력이 퍼져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그 위에 덮힌 빨간색은 이로 인한 희생자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리본과 촛불들은 희망을 상징한다.
 

이날 ‘하나의 마음’ 프로젝트에 앞서 문화행동,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 유가족) 모임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및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행정안전위원회에 방치된 법안 논의를 하루 속히 시작해 형제복지원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치면서 "국회의 직무유기를 강력히 규탄한다. 더 이상 국회의 외면과 방치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3일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예술인 행동 등이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75년부터 87년까지 내무부(현 안전행정부) 훈령 410호에 의해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경찰, 공무원 등이 거리의 고아, 가난한 사람을 잡아서 사회로부터 강제 격리한 시설이다. 이들은 감금된 채 폭행, 성폭행, 강제노역 등을 당했고 현재 공식기록으로만 551명이 사망했다. 87년 시설이 폐쇄된 후엔 대다수 ‘부랑인’으로 살아가거나 ‘형제복지원 출신’이라는 낙인으로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러다가 2012년,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가 형제복지원 실상을 담은 책 ‘살아남은 아이’를 내면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재조명됐다. 이후 피해생존자모임이 결성됐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 릴레이 1인 시위, 삭발, 단식 등이 이어졌다. 이들의 노력으로 2014년 3월 25일, 19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후 20대 국회에서 진선미 의원이 형제복지원특별법을 재발의했으나 아무런 진척이 없자 지난해 9월, 피해생존자들은 부산 형제복지원 옛터에서 청와대까지 22일간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토대장정을 진행했다. 대장정 마지막 날,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에 대한 청와대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는 답을 들었지만 한 달이 넘어도 아무 응답이 없었고, 이들은 결국 2017년 11월 7일 또다시 국회 앞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형제복지원특별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고, 형제복지원 등 과거사 문제를 포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도 지난 2월 28일 이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요구한 것은 하나다. 왜 우리가 형제복지원으로 잡혀가야 했는지, 30년 넘게 고통에서 살아야 했는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아무 응답이 없고 피해생존자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엔 전쟁으로 학살된 민간인 유가족, 잘못된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고통받는 궁중족발 사장, 해고된 콜트 노동자 등 모든 아픔들이 모였다.”면서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국회가 입법을 통해 피해당사자들의 억울함을 다독여 달라고 이야기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80미터가 되는 이 이음조각보는 국가폭력의 피해생존자, 피해자, 그 부모들 등 여러 시민들이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만든 공동창작물이다.
 

조각보 잇기 프로젝트인 ‘하나의 마음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신윤주 작가는 ”작년에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게 되면서 혹독한 여름과 겨울을 보낸 농성장을 보았고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이 ‘고통스럽다’고 외치는데도 이를 봐주지 않는 국가를 보면서 '시민들이 나서서 이 아픔을 나눠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작업에 참여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아픔이 낫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여준민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한종선 씨를 처음 만나고 나서 인터넷에 ‘형제복지원’이라고 검색했더니 형제복지원 원장이었던 박인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 한 페이지 있었다. 그런데 지금 ‘형제복지원’이라고 검색하면 페이지수가 3만 개가 넘는다. 여기까지 해낸 것이 바로 당사자다”라고 말하며 “과거에는 부랑인 수용소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발언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피해생존자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규 마임이스트는 국화꽃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며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한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에게 횡령 등의 죄목으로 최종 2년 6개월 형을 받게 했던 ‘울주작업장 강제노역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해당 사건을 다시 재판할 것을 요청하는 ‘비상상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당시 이 노역장으로 박인근 원장은 특수감금죄 등의 혐의로 87년 기소됐으나, 당시 대법원이 감금죄에 대해 두 차례나 무죄를 내리며 대구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결국 세 번째에야 결국 대구고등법원은 특수감금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역시 무죄를 선고한다. ‘울주작업장은 생활보호법에 의해 무의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 적법한 복지시설의 일부이므로 특수감금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즉, 이제까지 형제복지원 본원은 기소조차 된 적 없는데 만약 이번 비상상고로 울산작업장에 대한 특수감금죄 유죄판결이 내려지면 본원인 부산 주례동의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감금, 폭행, 강제노역 등에 대해서도 문제 삼을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기는 것이다. 나아가 형제복지원특별법이 제정되면 형제복지원을 재수사해 관련자들을 특수감금죄 등으로 기소할 수 있다. 피해생존자들이 비상상고를 반김에도 재수사를 할 수 있는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87년 형제복지원 사건 당시 수사 검사를 맡았던 김용원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비상상고는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만약 비상상고가 된다면 대법원은 유죄로 판결할 것을 확신한다. 이는 당시 감금이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불법감금이었다는 것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감금임이 입증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도 강조하며 “이것은 인권의 문제이므로 여당과 야당이 신속히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조각보 잇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조각보와 다른 사람이 제작한 조각보 이음들을 찬찬히 살피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면서 저녁 8시 30분까지 이어진 문화예술행동에서 그 마음들을 이어갔다.

 

형제복지원 농성장이 시민들이 보내준 연대의 조각보로 덮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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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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