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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박원순 시장은 ‘장애인 이동권’을 결코 ‘경험’할 수 없다
박원순 시장 “장애인 이동권 개선 위해 휠체어 타보겠다” 밝혀
장애인 이동권 제약, ‘턱’이 아니라 ‘민폐 취급받는 장애인 정체성’에서 비롯돼
등록일 [ 2018년09월07일 18시07분 ]

지난 2일, 박원순 시장이 서울청년의회에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 개선을 위해 휠체어로 서울시 대중교통체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 갈무리.

 

지난 2일 서울청년의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장애인 이동권 개선 문제와 관련하여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하루 간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의 대중교통을 경험하겠다’고 밝혔다. 발언 후 며칠간, 박 시장의 발언을 두고 장애계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박 시장의 휠체어 체험을 환영하는 긍정적인 반응이 존재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체험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나는 사실 이러한 서울시장의 반응을 우려하는 편이다. 이러한 우려는 단지 지난 2일, 박 시장의 단편적인 발언만을 두고 제기하는 문제의 차원은 아니다. 덧붙여, 박 시장이 선의가 아닌 마음으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 칼럼을 통해 내가 제기하는 문제는 박원순 개인보다는 행정가로서 서울시장의 정책 결정 방식에 대한 우려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따라서 이후부터는 서울시장이라는 표현을 통해 박 시장을 대신하고자 한다.

 

- 장애인 이동권 제약, ‘턱’이 아니라 ‘민폐 취급받는 장애인 정체성’에서 비롯돼

 

현 서울시장의 ‘휠체어 체험’ 취지에는 몇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주관적이고 체험적인 의사결정 구조’이다. 휠체어 체험은 서울시장 스스로가 휠체어를 경험해 봄으로써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고려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서울시장이 내세운 ‘경험을 신뢰하는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는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정책 결정에서 지배적인 전제에 해당한다. 이는 마치 롤스가 정의론에서 전제한 바와 같이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을 가정한다. 주관적이고 체험적인 경험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한다는 것은 육체와 정신이 건강한 인간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전제한다.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는 장애인을 상정하는 전제가 될 수 없다. 엄밀히 말해, 장애인의 이동권 제약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서울시장이 휠체어를 체험해본다는 것은 자유의지를 지닌 보통 인간의 주류적인 특권이다. 이는 장애인 개인에겐 해당하지 않는 전제이다. 휠체어는 장애인의 기능하지 않는 부자유를 대체하는 일부 대체된 몸이자, 때로는 정신적인 안락함과 의존성을 형성하는 요람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휠체어는 애초 자유의지를 가질 수 없는 부자유한 이들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휠체어 체험’으로 장애의 어려움을 파악한다는 것은 표면적인 차원에서 ‘체험’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두 휠체어는 서로 다른 차원의 전제를 기초로 하여 물리적으로 작동한다.

 

결국 이러한 ‘휠체어 체험’은 휠체어를 ‘자유의지를 지닌 장애인의 이동수단’ 정도로 치부하는 물리적 운송수단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선례는 향후 장애인 복지 정책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에 대한 호소를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인과구조의 시각화를 문제해결의 기초로 전제할 것이다. 다시 말해 체험주의적 의사결정은 장애인의 정체성을 ‘거동이 불편한 자유의지를 지닌 비장애인’으로 전제했을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장애의 증명과 시각화를 강요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장애는 눈에 보이는 장애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가 더 많으며, 장애인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 별도의 정체성, 구조적 억압상태에 놓여 있다. 비장애인의 담론이 기초한 의지 아래에서 구조적인 기초 문제, 정체성의 기초 문제를 안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을 자유의지 아래 체험하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구조적 차원뿐만 아니라, 실증적 차원에서도 휠체어 체험은 불완전하다. 비장애인 휠체어체험자는 장애인 당사자가 지닌 불안과 불편을 느낄 수 없다. 장애인이 제약받는 이동권은 단지 턱 사이를 오가는 접근성만이 아니라, 다층적인 외부적 요인, 예컨대 사람들의 눈초리, 역무원의 도움을 기다리는 시간, 버스 탑승을 거절당하는 경험, 택시로부터의 무시, 장애인콜택시 호출과정에서의 씨름 등으로부터 해방될 권리를 의미한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있어 예상치 못한 이동의 제약은 예상된 장소에 ‘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결격과 민폐로 치부되는 장애인 정체성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에서 발생하는 예상하지 못한 접근의 한계를 가리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동권을 해석해 보았을 때, 과연 서울시장이 이동권이 제약되는 고충을 경험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다. 서울시장의 주변에는 보좌관이 있고, 체험 일정에 적합한 일정 동선이 계획되어 있을 것이다. 기획된 상황에서의 휠체어 체험이 ‘턱’이 높다는 경험 외에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그뿐만 아니라, 세간의 배려와 주목을 안고 있는 공인된 서울시장이자, 비장애인 남성이 하루 간 휠체어를 탄다고 해서 장애인 이동권의 한계가 주는 무기력한 제약을 체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 휠체어 타면 장애인, 휠체어 타지 않으면 서울시장?

 

인권적 차원에서 우려되는 것은 ‘장애인의 타자화’와 관련한 문제이다. 서울시장이 휠체어를 하루 간 체험한다는 것은 장애인의 당사자성을 경험해보겠다는 상상을 전제하고 있다. 휠체어를 타면 장애인,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서울시장으로 회귀한다는 본 가정은 장애인을 타자화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휠체어를 기준으로 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을 넘나드는 행위는 장애인을 사회적으로 이질적인 존재로 비출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애인이 겪는 이동권은 협의적 차원에서의 접근권과는 다르게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휠체어 체험’은 단지 장애인을 특정 지역에 접근할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존재로 상정한다.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해결책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경사로를 설치하고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책이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이동권’을 누리게 되는 정책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정책과는 달리 ‘휠체어를 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는 교훈을 얻는 방식의 사유는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나 호혜 이상을 불러일으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시장이 휠체어를 타야만 해결되는 문제’라는 극적인 방식은 타자화된 장애인을 위하여 사회가 특별히 ‘고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인식을 남길 우려도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장의 ‘휠체어 체험’이 우려되는 이유는 ‘휠체어 체험’이 행정가로서의 역할과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이 휠체어를 타고 하루 간 서울을 누빈 끝에 어려움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방식은 군주의 강력한 리더십과 문제해결 능력을 증명하는 마키아벨리즘과 같다. 그가 정말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휠체어를 체험해본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이동권’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구하고 있던 찰나에 이러한 발언을 했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이를 정치적 퍼포먼스로 보는 편이다. 이러한 서울시장의 외부 퍼포먼스는 그가 권력을 유지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일정 부분 도움 될 수는 있겠으나, 휠체어를 체험한 주인공만이 문제해결의 영예를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

 

신길역 장애인 추락참사와 관련해 장애계가 서울시 사과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타기 행동’을 하는 모습
 

- 두 개의 휠체어 : 격리된 휠체어와 서울시장의 휠체어

 

서울시장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이 정치인인가 행정가인가에 대한 고민에 대하여, 나는 국회의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을 일차적으로 행정가로 인식하고 있다. 행정가로서 서울시장은 유명 국회의원 정당 정치인과는 다른 역할을 갖고 있다. 시민의 협력과 안정을 도모하고,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사회를 꿈꿔야 한다. 행정가는 중재자로서, 공익의 대리인으로서 스스로가 빛나는 것보다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신길역에서 장애인이 추락사한 참사에 대하여 적극적인 사과를 표명하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장애인 추락사 사과를 촉구하는 ‘장애인 지하철타기 운동’을 주최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이처럼 장애인 추락사에 대한 서울시 사과 없이, 갈등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에 스포트라이트 받는 서울시장의 휠체어 체험은 그 진심을 이해하기 어렵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장애계의 요구는 지난 세월 수도 없이 반복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집회와 토론회, 면담 등이 반복되었으나, 서울시는 이에 대해 여전히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않고 있다. 현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이자 시민단체를 운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전임 시장 그 누구보다도 시정과 시민이 함께 꿈꾸는 서울을 조성하는 거버넌스(협치)의 가치를 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 해결을 위한 노력의 타임라인(연대기)에는 그러한 서울시장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서울시장이 단독 주연이 된 이번 서사극은 분명 장애인을 주제로 하는데, 슬프게도 장애인의 목소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아마 우리는 머지않아 서울시에서 두 개의 휠체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신길역 리프트에서 추락사한 동료에 대해 사과를 요청하는 억압된 장애인의 격리된 휠체어와, 시설 접근의 장애를 극적으로 극복하고자 제작된 유능한 서울시장의 휠체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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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아비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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