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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제가 마이크를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발달장애인 종합대책’ 환영하지만 실효성 떨어져
“예산 확보 필요, 발달장애인과 가족도 존엄한 삶 살 수 있길”
등록일 [ 2018년09월15일 17시31분 ]
지난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초대해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한 장애부모님이 손을 들며 예정에 없던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만나러 온 자리, 제가 들러리 된 기분이에요”라며 울분에 차 말했습니다. 그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북지부장 김신애 씨였습니다. 김 지부장의 딸(23세)은 뇌병변장애 1급, 지적장애 1급의 중증중복장애인으로 간질 지속 상태의 희귀난치병도 있습니다. 김 지부장이 그날,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마이크를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합니다. _ 편집자 주

 

지난 12일 발달장애인과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아래 발달장애인 종합대책)’ 발표가 있었다. 이번 발표는 몇 가지 큰 의의가 있다. 가장 큰 수확은 발달장애에 대한 국가책임 근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며,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했다는 것만으로 발달장애 이슈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이것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 투쟁해 온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의 목소리에 정부가 응답한 것이기도 하다. 부모연대는 지난 4월부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과 삼보일배, 청와대 앞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농성을 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국가책임제 도입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68일간의 농성은 종료됐다. 이 민관협의체에서 합의된 내용이 12일 발표된 것이다.

 

현재 발달장애인은 전체 등록 장애인 250만 명 중 9%(22만 6000명)에 이른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은 올해(85억 원)보다 4배 확대된 346억 원을 확충한다고 하니 장애인과 가족은 긍정적 기대를 하게 되며, 앞으로의 활동에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는 향후 양과 질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내용상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다. 발표된 보도내용을 보면, 정부는 영유아기, 학령기, 청·장년기, 중·노년기로 나눠 생애별 지원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시기별로 하나씩 살펴본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자리, 김신애 부모연대 경북지회장이 예정에 없던 발언을 했다. 김 지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KBS1 화면 갈무리.
 

- 영유아기 장애아동, 무상의료지원 필요… 장애부모 교육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영유아기부터 보자. 조기진단 강화를 위해 정밀검사 지원 대상자의 소득수준 기준을 낮추고, 발달장애 조기 진단을 받으면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이와 함께 보육·교육서비스와 영유아 부모교육도 강화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대책이 영유아기를 거쳐 현재 성인 발달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나의 입장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장애아동은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조기검사하면서 발달장애 진단을 받는다. 이에 대한 일시적 진단검사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실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 진단받은 직후엔 병원에서 수많은 치료를 하며 끊임없이 병원비와 기타 비용이 발생하고, 만약에 희귀성 난치병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 경우엔 천문학적인 의료비가 필요하기도 하다. 결국 이때 필요한 것은 장애아동에 대한 무상의료지원이 아닐까? 내 딸의 경우만 해도 지속적인 경련 발작으로 5종류의 약을 복용하고 정기적인 검사로 입원비, 병원비가 20년째 소요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평생 이는 계속된다. 이러한 과정이 장애부모가 겪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 대책은 너무 단발적인 지원방안이 아닌가?

 

장애 영유아 부모교육은 장애를 바라보는 첫 인식의 출발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는 장애에 대한 바람직한 대응방법과 치료 및 교육에 대한 로드맵을 알게 하여 장애에 대해 정확하게 배우는 시간으로 작용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의 부모는 증상 완화나 치료를 바라며 장애아동을 데리고 병원이나 치료실을 떠돌고 있다. 이러한 현실 변화를 위해선 매우 적극적인 방법으로 부모교육과 양육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데, 매뉴얼을 소아과 등 관계기관에 배포하는 것과 같은 소극적 대처만을 대책으로 내세우니,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리 첫 시도라고 하지만 자녀의 장애를 처음 직면하는 부모들 입장에선 미흡한 대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삼보일배하는 모습
 

- 학령기 때 필요한 것은 특수학교가 아니라 ‘통합교육’

 

학령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특수교육 기관 설립과 돌봄 서비스에 대한 대책을 살펴보자. 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얼마나 없었으면 ‘장애인 등의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던 2007년과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가? 지금은 양의 팽창보다 장애인교육에 대한 질적 성장을 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통합에 대한 학교 안에서의 지원 방법, 인권침해 없는 안전한 학교를 위한 방안, 특수학교 설립 문제가 대두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방법이 쏟아져도 시원찮은데,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의 신·증설이라니. 특수학교는 장애인에 대한 분리교육으로 없어져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대책과 함께 ‘방과 후 2시간 돌봄 서비스’를 추가하여 학령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이라고 발표하였는데, 도저히 충분한 고민이 있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 성인기 지원대책 중 ‘주간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와 양 터무니없이 적어

 

성인기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성인기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낮시간 활동에 대한 지원이다. 낮 활동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여, 고등학교 졸업 후 집에만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최중증 성인발달장애인에게 ‘주간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니 충분하진 않지만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내년도에 이를 받을 수 있는 인원은 최중증 성인발달장애인 1500명으로 주 22시간(월 88시간)이 고작이다. 하루 4시간꼴이다. 또한 임대주택 보급과 탈시설 정책에 맞추어 ‘장애인 돌봄 커뮤니티케어사업’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투입되는 예산은 매우 적다.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임대주택은 50호, 탈시설 지원 대상자는 2019~20년까지 4개 시군구 65명에 불과하다.

 

- 중·노년기 발달장애인 대책은 아예 전무해

 

중·노년기 발달장애인 대책은 더 참담하다.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을 활용하여 건강관리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예산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내놓은 대책이 장애인 검진 기관과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의 확대인데, 이것이 중·노년기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생애주기별 대책인가? 건강관리 강화 대책과 함께 내놓은 소득보장 체계 구축 또한 마찬가지다. 소득보장 대책에서 그나마 구체적인 게 장애인연금 인상인데 장애인연금은 만 18세 이상 1, 2급과 중복 3급 장애인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이것이 중·노년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소득 대책이라고 할 수 있나? 결국 중·노년기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4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하는 모습
 

- 중증중복장애인에 대한 대책과 도농 격차 해소 필요해
 
그뿐만이 아니다. 중증중복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대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들에 대해선 일생 사용해야 하는 신변 처리 용품(기저귀), 의료적 처지에 필요한 소모품에 대한 보험 급여, 휠체어 같은 보장구들에 대한 지원과 구입 절차의 간소화, 중증중복발달장애인의 낮 활동 지원을 위한 기관의 편의시설 설치와 지원, 전문인력의 추가지원 등이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 지역별 서비스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농어촌에선 활동지원 시간이 확보되어도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우리 딸의 활동지원사는 60대 중반이다. 성인 중증장애인을 안고 들어서 휠체어에 앉히고, 이동할 땐 다시 휠체어에서 들어 차에 태우는 등의 단순 업무들이 실은 순간순간 ‘용을 써야만’ 하는 일들이기에 중년 여성이 하기엔 매우 힘에 부치는 일이다. 엄마인 나도 체력적으로 힘들다. 그러나 대책이 없다. 활동지원사 구인 문제에서도 도농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가족은 계속 고통받게 된다. 더불어 이번 대책에선 발달장애인을 위한 법적 권리 강화와 의사소통 지원 방법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사항에 대한 언급도 전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앞으로는 더욱 구체적이며 촘촘한 지원계획이 수립되고 예산 반영이 약속되어야 한다. 장애부모와 당사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며, 도시형, 농촌형, 중증중복장애형, 행동특성이 큰 유형 등에 맞춘 개인별 지원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이라는 목표로 세부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만 떠넘기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려는 첫 시도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 대통령의 따뜻한 울먹임이 우리 장애부모들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음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러한 공감과 예산 확보를 통한 구체적 지원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존엄하게 삶이 지켜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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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북지부장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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