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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이 트라우마인 정신장애인들… “자유가 치료다!”
제1회 한국정신장애인당사자 포럼 열려… ‘당사자가 원하는 치료 환경’ 제시
"의료적 치료 아닌 자유와 인권 보장으로 진정한 '치유' 가능"
등록일 [ 2018년10월02일 17시00분 ]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많은 의료전문가가 강제입원 기준이 강화된 것에 대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우려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비자의적으로 진행되는 입원 치료는 진정한 의미의 '치유'가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국정신장애인 당사자 포럼'에서 당사자들의 경험에 기반한 '입원 치료'의 문제점과 진정한 치유로 나아가기 위해 당사자들이 원하는 치료 환경을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강은일 씨.

 

양극성 정동장애 1형(조울증)을 가진 강은일 씨는 20살 때부터 27살 때까지 열 차례 가까이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했다. 현재는 약 3년째 폐쇄 병동에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에서 활동도 하고 있다. 그러나 강 씨는 이러한 변화가 '입원 치료' 때문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게 병원 입원 치료는 오히려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강 씨는 이 자리에서 "강제입원을 처음 당한 스무 살 때를 떠올리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당시 느낀 모멸감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생생히 떠오른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병원 입원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병원은 간호사와 보호사가 상주하는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디귿 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환자들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구조였다. 병원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디귿형 복도를 오가는 것뿐이었다.

 

전화도 보호의무자가 요청한 경우에만 1일 1회 할 수 있었다. 외부에서 보호의무자가 찾아오지 않는 이상, 병원 밖과 연결될 방법도 없었다. 사회와 완전히 고립된 병원 안에서는 담배와 커피가 화폐처럼 권력을 가졌다. 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한 줌의 자유라도 '허락'받기 위해 병원의 규칙에 순응했다.

 

입원은 병원의 폐쇄적 질서에 순응하는 법만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강 씨는 회상했다. 그는 "지역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분리된 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만든 인간관계망이 대부분 단절된다"라며 "이 때문에 퇴원 후 고민이 있어도 대화할 곳이 없어 정신장애인이 제일 조심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더욱 쌓여간다. 이는 결국 재입원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오랜 입원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도 퇴화시킨다. 강 씨는 "폐쇄 병동에서는 식사 준비, 빨래, 청소까지 스스로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퇴원 후에 자립생활을 할 엄두도 안 나고, 하더라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라고 전했다.

 

- “병원, 퇴원 이후 지역사회 자립 위한 준비 공간으로 존재해야”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입원 치료가 오히려 트라우마로 남거나 병증이 올라오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수많은 당사자의 증언"이라며 정신장애인당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소개했다.

 

"병원인데 (중략) 왜 일주일의 생활을 평가해서 말을 잘 들으면 산책을, 말을 안 들으면 철창 있는 방에서 햇볕도 못 보고 생활해야 하는 거지? (중략) 왜 퇴원하기 위해서는 '저는 이곳이 좋아요'라고 거짓말해야 하지? 나는 아픈데 왜 더 마음 아파야 하지? 치료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걸까? (중략) 서럽다. 치료의 기억이 희미해졌으면 좋겠다."

 

이 대표는 "내가 만난 대부분 당사자들은 잘 치료받아 사회로 복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입원에 대한 공포는 치료를 거부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면서 "현재 한국사회의 '치료' 시스템은 당사자 중심이 아니기에 입원 시에 더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는 그 사례로 강제입원에서 당사자가 겪는 신체결박 및 폭행, 폐쇄 병동에서 자주 일어나는 강제투약 및 이로 인한 합병증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가 가고 싶은 병원'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풀어가야 할 것"이라며 "당사자가 자유롭고, 존중받고, 이해받는 '존엄한' 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개방 병동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그는 침상 간 간격이 넓고, CCTV가 없어 사생활이 보장되는 병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환자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의 확보, 신체활동을 위한 운동기구 설치 등을 중요한 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러한 모든 조건은 결국 '치료'와 '재활'을 분리하지 않고, 당사자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철학에 기반해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의료적인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퇴원 이후 지역사회 자립을 준비하는 공간으로써 병원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하 대표(왼쪽)와 이영문 이사(오른쪽)

 

이영문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역시 이러한 치료환경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탈리아 정신과 의사 프랑코 바살리아의 말을 인용해 "자유가 치료"라는 담론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벨기에의 '헤일 마을(Geel Village)', 일본의 '삼마이바시 병원', 이탈리아의 정신장애인 협동조합, 오스트리아의 '소테리아 프로젝트(Soteria Project)' 등 해외의 다양한 정신장애인 공동체를 소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의료적 치료보다는 당사자의 선택과 인권, 그리고 자유에 대한 지지적 환경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그는 "과거에는 정신질환이 '완치'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관리'의 대상으로 점점 바뀌고 있다."라며 "과거에 행한 '치료'라는 개념을 되돌아봐야 한다. 만약 정신질환 증상이 남아있다고 할지라도 당사자의 자존감과 인권에 대한 존중이 더욱 중요하다면, 비인권적인 방식의 '의료적 치료'는 크게 중요하진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치료'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면서 인권 중심, 당사자 중심의 '치료의 장소'를 만들어가는 것이 한국 사회 정신보건 시스템의 개혁 방향"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소수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방향을 사회에 지속해서 요구한다면 변화가 끝내 올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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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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