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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 알맹이는 어디에?
정의당 연속 토론회 5차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
“복지국가 태동과 조정 병행되어온 한국… 복지의 ‘본질’ 되찾는 개혁 필요”
등록일 [ 2018년10월05일 15시24분 ]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차가 지났지만 정부가 내건 ‘포용적 복지 국가’가 여전히 슬로건으로만 존재할 뿐, 구체적 내용은 없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정의당은 지난 8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정의당 연속 토론회' 다섯 번째 주제로 ‘복지’를 선정하고, 5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3호에서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포용적 복지국가'의 구체적 상을 짚고, 이를 위해 정부를 비롯한 국회, 시민단체 등이 풀어야 할 과제를 공유했다.

 

정의당은 지난 8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정의당 연속 토론회' 다섯 번째 주제로 ‘복지’를 선정하고, 5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3호에서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진단과 개혁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의 복지, 태동과 동시에 조정 과제까지...혼란 가중

 

토론회 발제를 담당한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는 "한국 사회는 수출주도성장체제 속에서 분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왔으나, 압축적 추격발전으로 인한 각종 폐해의 해결을 국가가 아니라 가족과 시장에 전가해온 관행을 막을 사회세력은 매우 취약했다"라며 "현재 한국은 민간보험보다 규모가 작을 정도로 공공사회지출 규모가 적다. 특히 여성과 노인의 경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소득보장, 건강보장 강화, 사회서비스 확대 등 보편성과 권리성이 확대되는 방향의 복지개혁이 일어났고, 이때가 바로 한국이 복지국가로 태동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복지개혁이 시도되자마자 지구화·탈산업화 및 저출산·고령화라는 새로운 도전이 등장했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복지국가 태동과 동시에 복지 구조를 조정해야만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한 편으로는 복지 보편성과 권리보장을, 다른 한 편에서는 시장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근거한 대응이 병행됨에 따라, 제도적인 면에서 혼선이 초래되었다. 남 교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과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기초법의 도입으로 공공부조의 권리성을 강화하면서도 자활사업을 추진해 기초법의 목적이 최저생활보장인지 자활인지를 명확하게 하지 못했으며, 사회서비스 보편화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시장화 방식으로 추진해 결국 사회서비스 시장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이후 보수 정부는 민주 정부가 추진한 복지개혁을 변용하는 작업을 추진했으나, 보편성과 권리성 확보를 지향했던 조치는 후퇴시키고, 복지국가 조정에 관련된 조치들은 기존 방식을 유지했다고 남 교수는 분석했다.

 

남 교수는 보편성, 권리성 확보 조치 후퇴 사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라는 개별급여방식으로 바꿔 공식적 빈곤선으로서의 최저생계비 기능을 무력화한 것, 장애등급 재판정과 근로능력판정 엄격화를 통해 수급자격 획득을 까다롭게 한 정책을 소개했다. 반면 경로의존적 조치에는 바우처 제도나 자활사업 확대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분명한 미래사회 담론 위에 본질 회복한 복지 구축해야

 

그는 "문재인 정부는 결국 이러한 모든 정책적 유산 위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한국 사회는 어떤 형태의 복지국가로 나아갈지 선택해야 하며, 어렵지만 선택에 따른 변화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남 교수는 지금까지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문제와 복지 확대가 재정불건전성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재정건전화론'이나 '미래세대부담론' 등이 한국 사회 복지 담론이었으나, 앞으로는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 전체적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 사회 담론'이라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남 교수는 무엇보다 복지 후퇴를 되돌릴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복지후퇴 사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별급여화를 들었다. 그는 "'탈수급 유인 강화'를 위해 기존 통합급여방식을 자산 수준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는 것이 개별급여론자들의 주장이었지만, 개별급여가 도입된 현행 제도에서도 기준중위소득 30% 이하는 생계급여 외에도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교육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다"라며 "즉, 통합급여는 여전히 존재하며, 결국 과거보다 통합급여의 수준만 낮아졌다"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통합급여 대 개별급여라는 논쟁의 프레임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라며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모든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최후의 안전망인 기초보장제도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부양의무자기준에 관해서도 "신중론도 많지만, 현재와 같은 극심한 양극화를 고려할 때 조기 전면 폐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개별 급여 체계는 그대로 두더라도 통합급여의 수준 자체를 올리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 및 보장수준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를 제도화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본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 구상의 실마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서비스가 확대되어 왔으나 전달체계가 지나치게 민간중심적이라 복지서비스 수급 체감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효과성도 낮아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사회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는 파편화가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서비스원(당초 사회서비스공단)이나 커뮤니티케어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판단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파편화된 전달체계를 단기간 내에 통합적 전달체계로 재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방향은 통합적이고 공공성이 강화된 전달체계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즉, 사회서비스원이나 커뮤니티케어 등이 전달체계의 통합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찬섭 교수

 

'슬로건만 있고 구체적 내용은 없는 복지' 비판 봇물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추상성에 대해 각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자 '국민명령 1호'였음에도, 실제로 뚜껑을 열고 보니 정부의 등급제 폐지는 '무늬만 폐지'였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등급제 폐지의 본질인 '장애인 당사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받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양과 종류가 모두 확대되어야 하고, 수급 기준 역시 기존과 달라져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등급제 폐지안'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일침했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포용 국가' 비전을 선포함으로써, 복지는 개별 정책 영역이 아닌 국가 비전으로 전략적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라며 "이에 따라 부양의무자기준, 장애등급제 등 오랜 '적폐' 폐지, 노후소득보장, 사회서비스 강화 등 다양한 과제를 수용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하지만 정작 실제 추진을 살펴보면 서행하거나 벌써 경로를 이탈하는 현상이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애초에는 '기초생활보장 급여수준 현실화'를 공약했으나 실제 인상률은 2018년 1.16%, 2019년 2.09%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비수급 빈곤층 문제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조속한 부양의무자 기준 조기 전면 폐지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반응만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포용적 복지'라는 슬로건만 있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지출' 계획은 아직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결국 한국 사회에 산적한 복지 문제인 급여 수준 및 대상 확대, 그리고 공공인프라는 여전히 불충분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배정택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성장 위주 정책에서 복지나 고용, 교육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부족했다는 점은 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라며 "경제 수준과 국민의 삶의 질이 괴리되고, 차별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점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 바로 '포용적 복지'"라고 설명했다. 

 

배 과장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올해 처음으로 '포용 국가 전략회의'라는 것을 했다. 매해 예산 책정을 위해 재정전략회의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재정전략회의를 먼저 진행하고 그 후에 포용국가 전략회의를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 순서가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회정책과 경제정책 역할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발제자인 남찬섭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포용 국가' 비전은 아직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집권 1년 후가 지난 현시점에서도 아직 추상적 비전에 그쳐있는 것에서 비판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라며 "'포용 국가'라는 슬로건이 권리보장보다는 가부장적 배려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복지 조정'의 담론에 기반해 대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의당과 시민단체 등의 감시와 견제, 그리고 미래 사회 담론의 발전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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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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