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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철폐의 날, 가난한 이들의 ‘몫소리’가 청와대를 향했다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 기리며 청계천 광교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
“빈곤은 시혜·배려가 아닌 불평등의 고리를 끊어야만 사라져”
등록일 [ 2018년10월13일 20시20분 ]

13일, '빈곤철폐의 날' 투쟁에 참석한 사람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철거민, 노점상, 장애인, 홈리스, 청계천 이주상인, 주거권을 빼앗긴 청년 등 가난으로 ‘몫 없는’ 사람들의 ‘몫소리’가 청와대로 향했다.

 

13일 오후 3시,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는 청계천 광교에서 유엔(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10월 17일)’을 ‘빈곤철폐의 날’로 명명하고 이를 미리 기리기 위해 빈곤철폐를 요구하는 ‘몫 없는 이들의 행진’을 청와대 앞까지 진행했다.

 

UN은 ‘세계 빈곤퇴치의 날’에 가난하고 차별받는 이들에 대한 구호나 원조를 호소한다. 하지만 빈곤은 시혜, 배려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차별하는 고리를 끊어야만 사라진다. 조직위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몫 없는 이들의 힘찬 행진으로 사회에 만연한 빈곤, 불평등한 현실을 고발하고 몫을 빼앗긴 이들의 목소리를 알릴 것이다. 이 행진으로 누구도 쫓겨나거나 배제되지 않는 세상, 빈곤과 불평등이 철폐된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들은 △집, 거리, 가게에서 쫓겨나지 않는 세상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 완전폐지 △노점상 강제철거·노점관리대책 중단 △용역 관련 예산 전면삭감 △선대책 후철거 등 순환식 개발 시행 △홈리스에 대한 분리와 배제 중단 △가난한 이들의 건강보험 체납 해결 △사회서비스와 공공인프라 강화 △과로사, 초과노동, 임금격차 해결 △공공주택 확충 △전·월세 상한제 도입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복지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복지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빈곤이 철폐된 세상을 향해 행진했다.

 

13일,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가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빈곤철폐를 요구하는 ‘몫 없는 이들의 행진’을 청계천 광교에서 청와대 앞까지 진행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자본의 이해에 따라 공장에서 쫓겨나고 가게에서 쫓겨나고 집에서 쫓겨나게 된 사람들이 ‘홈리스’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극빈의 상태, 권리가 없는 상태에 내몰린 사람들”이라면서 “하지만 국가는 이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다만 ‘자활’을 이야기하면서 가난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생명을 유지할 정도의 지원만 한다. 가난이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난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자신의 권리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서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몇십 년을 모아야 겨우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노동자가 한 푼도 안 쓰고 모을 수는 없으니 결국 가난한 노동자, 빈민들은 집을 포기해야 한다”며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러면서 “철거민, 노점상은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고, 쪽방,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난한 사람이라면 불평등한 세상에 살게 된다”며 “빈곤철폐를 위해서 가난한 우리가 뭉쳐 권리를 가져와야 한다”고 외쳤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함께 살자’는 네 가지 글자로 압축된다. 우리는 제대로 된 땀과 노동의 몫을 나누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요즘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말한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리고 정부는 거리를 정비한다며 영세상인을 쫓아내면서 용역 깡패를 동원해 노점상을 짓밟는다.”면서 “빈곤을 만들었던 구조와 체제를 우리 스스로가 바꿔 빈곤을 철폐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하자”며 연대를 강조했다.

 

13일, '빈곤철폐의 날' 투쟁에 참석한 사람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공동위원장은 “오늘 궁중족발 사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궁중족발은 300만 원 내던 월세를 건물주로부터 '1200만 원 내라'는 요구를 받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위에 나섰다. 이후 현재까지 궁중족발은 사설용역으로부터 12차례의 강제집행을 당했다. 2013년, 2015년도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두 번 개정됐지만 이 법은 여전히 우리를 보호하지 않는다. 쫓겨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장사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열심히 싸울 것"이라며 ‘상인들의 마음 편히 장사할 권리’를 위한 지속적인 연대를 요청했다.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사회는 빈곤한 사람들에 대해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로 낙인찍고 이들을 탄압하기 위해 온갖 시스템을 동원한다. 모두에게 평등한 공간이 되어야 할 거리, 가게, 화장실 등의 공적 공간은 홈리스 단속과 추방의 공간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정부는 불평등한 사회를 만든 이들에겐 책임을 묻지 않고 가난한 사람에게 가난의 죄를 묻는다”면서 “국가는 가난한 사람을 추방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권리를 가진 자로 말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일 년에 한 번이 아니라 매달 ‘빈곤철폐의 날’을 지정하고 이를 위한 행진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각자의 투쟁 요구안을 중심으로 싸우다가 이 자리에서 만났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모든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며 “광화문 일대를 돌며 빈곤을 철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문제가 얼마나 절실하게 해결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다 같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난, 차별의 이름으로 투쟁해야 한다. 투쟁하면 바뀐다. 이를 위해 매달 빈곤철폐를 위한 행진 조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직위는 “우리가 서 있는 청계천은 빈곤과 불평등이 누적되어 있는 역사를 가진 공간이다. 과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이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집을 짓고 장사를 했다. 하지만 도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는 청계천을 밀어냈고 사람들은 쫓겨났다.”면서 “청계천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곳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윤을 위한 도시의 재편을 거부하며 그 과정에서 파괴된 삶들을 돌려놓으라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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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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