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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의 입·퇴원 지원하는 절차보조사업이 시행된다면?
복지부, 11월부터 진행할 절차보조사업 시범사업 계획 밝혀
당사자들 “정신장애인이 처한 근본적인 환경부터 변화시켜야” 지적
등록일 [ 2018년10월22일 23시25분 ]

보건복지부가 올해 11월부터 시행 예정인 '절차보조 시범사업'에 대한 당사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5월 30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아래 정신건강복지법, 구 정신보건법)이 비자의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기존의 정신보건법은 자·타해의 위험성 또는 입원의 필요성이 있다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이 가능했지만,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절차도 강화됐다. 비자의 입원 진단이 나더라도 최대 2주 동안만 입원할 수 있는데, 이후 계속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등에 소속된 의사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이 중 1명은 국·공립이나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 비자의 입원은 줄어든 상태다. 올해 4월 23일을 기준으로 행정입원을 포함한 비자의 입원은 37.1%로 개정 전인 2016년 12월 31일에 61.6%였던 것에 비하면 24.5% 하락했다. 하지만 수치엔 입·퇴원을 겪는 당사자들의 고통은 드러나지 않는다. 많은 당사자들이 ‘의사-의료진’으로 표현되는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무기력, 절망감 등을 버텨야 하고 더 나아가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으로 쉽게 퇴원하지 못한다. 이에 동료지원가가 입·퇴원 절차를 당사자의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오후 1시,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의 주최로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의 치료 목적 입원과 퇴원 과정을 지원하는 ‘절차보조사업 토론회’가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11월부터 시행 예정인 ‘정신질환자 절차보조 시범사업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정신질환자 절차보조 시범사업은 당사자의 입원 과정부터 퇴원 이후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로, 입원 과정에서 치료의 필요성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들이 원하는 치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등 의료진에게 당사자의 욕구와 선호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후, 당사자가 퇴원을 원하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프로그램, 자조모임 등을 설명하고 이를 연계해주기도 한다. 해당 서비스는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에 비자의입소 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다면 주치의, 보호자도 절차보조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절차보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지원가의 역할이다. 동료지원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사자들이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업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여 당사자가 가진 권리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영국의 IMHA, 정신장애인을 ‘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사람’으로 인식

 

보건복지부가 계획 중인 절차보조 사업은 영국의 IMHA(Independent Mental Health Advocacy) 서비스가 모델이다. 이날 Karen Newbigging 버밍엄 대학 교수는 IMHA를 소개하며 “이 서비스의 핵심은 입·퇴원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옹호 받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나중에는 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MHA는 동료지원가 등이 당사자가 왜 병원에 구금되어 있는지를 설명하고 당사자가 행할 수 있는 권리, 입원 및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에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즉 IMHA 서비스 제공자들은 동료로서 당사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당사자는 이들에 힘입어 자신의 의견을 더 용기 있게 말할 수 있게 된다.

 

IMHA는 이를 통해 병원에서의 수직적 관계를 평등하게 만들기도 한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당사자를 참여시켜 의료 관계자들이 이들을 ‘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기존 의료적 모델에서 당사자의 인권 중심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IMHA가 당사자의 권리옹호 관점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듣고 이를 실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현재 IMHA는 당사자와 의료진 간에 담론의 장을 여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Newbigging 교수는 “의료진들도 당사자의 언어로 풀어낸 상황에 더 주목하며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IMHA는 당사자 주도 서비스"라고 강조하면서 “IMHA 서비스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정부 기관이나 병원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들이 IMHA 서비스에 참여하는 동료지원가 등을 마음대로 해고하거나 병원의 뜻에 의해 IMHA가 운영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aren Newbigging 버밍엄 대학 교수는 "IMHA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당사자 권리 옹호"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입·퇴원과 같은 행정절차에서 당사자 참가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전무하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자의입원을 정신의료기관의 장이나 행정청이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뢰인 편에서 의뢰인의 희망과 욕구를 경청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영국의 IMHA를 모델로 한 한국의 '절차보조 시범사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입원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사회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자 절차보조 시범사업에 대해 당사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복지부의 사업안에 있는 내용 중 ‘의료진 판단 상 환자가 명백하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무조건적인 퇴원을 요구할 때는 절차보조 서비스 제공인력은 이를 지원해서는 안 됨’이라는 문구를 문제 삼았다. 그는 “물론 퇴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당사자의 관점에서 입·퇴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문구를 보면 전적인 권한이 의사에게 있다고 보인다. 이 문구는 시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이 사업은 정신병원의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절차보조사업단에 동료지원가 외에도 의료인력이 들어가는 것이 옳은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인이 행한 노골적인 경멸, 협박, 정신적 신체적 억제 등으로 당사자들에게는 강제입원 트라우마가 있다. 따라서 의료인이 과연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절차보조사업이 설령 시행된다고 해도 정신장애인이 처한 환경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재우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정책위원은 “정신장애인을 돌보는 부담이 가족에게 오롯이 전가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절차보조사업을 통해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 퇴원을 지원한다고 해도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들은 다시 입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권에 중점을 둔 이 조치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가족의 짐을 덜기 위해 입원을 ‘선택’하지 않는 지역사회 환경 조성이 먼저 된다면 이 논의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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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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