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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보’가 아니라 ‘사람’이다!” 청와대 앞에서 차별 증언대회 연 발달장애인들
학교, 회사, 참정권에서의 차별 경험 쏟아내며 권리 옹호 활동 펼쳐
“발달장애인도 이 사회 일원으로 차별받지 않고 살아야”
등록일 [ 2018년10월24일 00시59분 ]

23일 오후 3시, 피플퍼스트 서울센터는 종로구 효자 치안센터 앞에서 ‘서울시 발달장애인 차별증언 및 권리옹호 활동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선포식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

 

발달장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이 겪은 차별의 경험을 증언했다.

 

23일 오후 3시, 피플퍼스트 서울센터는 종로구 효자 치안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제당한 경험과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는 ‘서울시 발달장애인 차별증언 및 권리옹호 활동 선포식’을 열었다.

 

발달장애인은 대개 ‘속도가 느리다’,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미성숙하다’는 편견 아래 배제의 대상이 된다. 이날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편견 때문에 일상에서 겪어야 했던 차별의 경험을 나누며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달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 일한 만큼 급여를 달라 △발달장애인의 자립 △발달장애인용 투표용지 제작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등을 요구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무대에 올라와 자신의 차별 경험을 말하고 있다.
 

구본형 한국피플퍼스트 서울위원장은 학교에서 발달장애를 이유로 겪었던 왕따의 경험을 말했다. 그는 “너무 힘들어 선생님께 말했지만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 것’이라는 답만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 위원장은 “너무 힘들어 아버지께 말씀드렸지만 되레 나를 때렸다. 정말 아팠다. 우울증이 생겼던 거 같았고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때리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입장을 바꿔서 ‘당신들도 우리처럼 폭력을 당하면 기분이 좋은가’라고 묻고 싶다. 나는 ‘바보’가 아니라 사람이다“라고 외쳤다.

 

이외에도 당사자들은 학교에서 친구가 얼굴을 할퀴거나 의자에 우유를 부어 억지로 앉힌 경험 또는 시험지를 찢은 이야기 등을 나서서 증언했다. 다른 당사자의 발언에 힘입어 발언을 신청한 이다영 씨는 "담임선생님이 나를 욕하고 차별했다. 이런 사회가 말이 되는가"라며 분노를 토로했다. 다른 당사자들은 "안 된다"고 말하며 이 씨의 외침에 응답했다.

 

용기있게 차별 경험을 증언한 무대 위 발언자를 향해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
 

과거에 다녔던 회사에서 겪은 차별의 경험을 이야기한 문윤경 대구 피플퍼스트 활동가는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며 당당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비장애인 직원이 크게 꾸짖었고 점심때 나를 빼놓고 밥을 먹었던 일도 있었다. 너무나 슬프고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지 일자리,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의 월급은 2~30만 원밖에 안 된다. 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 속에서 차별을 당해야 하는가.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다”고 힘있게 외쳤다.

 

발달장애인은 참정권을 행사하는데도 차별을 겪는다. 투표용지에 쓰여 있는 글씨와 기표칸은 너무 작고, 투표지에 적힌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당로고, 후보자 얼굴 등이 없어 투표를 포기하는 당사자도 있다. 김대범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은 단순히 선거에서 투표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도 선거권을 가진 국민’임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언급하며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그림투표 용지 등을 정부에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병욱 성동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의 조력가 안지완 마을이신나는학교 활동가는 김 씨가 일상에서 겪었던 차별의 이야기를 증언했다. 안 활동가는 "발달장애를 가진 병욱 씨는 24살이고 종종 두 손을 내밀어서 상대방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 손에 사람들이 사탕이나 과자를 쥐여주거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까지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면서 그는 "성인이지만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을 '어리다'고 취급하지 말라"고 전했다.

 

그 외에도 당사자들은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주민으로부터 ‘담배를 꺼라’는 모욕을 당했던 이야기, 집주인에게 ‘바보 같다’는 말을 들었던 경험 등을 증언했다.

 

이날 피플퍼스트 서울센터는 “차별의 경험을 말하는 것은 힘겹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발달장애인에게도 감정이 있고 우리가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쳤다. 이 시간이 우리가 가진 고통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선포식을 시작으로 발달장애인도 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당사자들이 모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오후 3시, 피플퍼스트 서울센터는 종로구 효자 치안센터 앞에서 ‘서울시 발달장애인 차별증언 및 권리옹호 활동 선포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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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혜미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hyemikim@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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