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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도지사님, 지금 ‘강제입원’ 부추기시는 건가요?
이재명 도지사, SNS에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을 ‘정신질환자 범죄’로 규정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은 정신질환 의심자 방치한 결과” 직접 언급도
등록일 [ 2018년10월25일 19시07분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3일,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에 대한 국민청원 기사를 링크하며 자신의 SNS에 남긴 문구.
지난 2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SNS에 ‘강서구 PC방 살인범 엄벌 국민청원 참여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하면서 “살인은 엄벌하고 질환은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았다. 이어 “국민들은 ‘정신질환에 의한 감형’에 분노합니다.”라며 이 사건을 ‘정신질환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청원은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것으로, 아르바이트 직원이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칼을 가져와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엄벌을 청원하는 내용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평소 우울증약을 복용했다는 진술이 나와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이 내려질까 우려한 것이다.  

 

이 청원에 100만 명이 동의한 데에는 분명 이런저런 이유로 ‘행한 만큼 처벌하지’ 않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사법 정의’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라는 구절이 말해주듯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이라는 서로 다른 범주의 개념을 혼동함으로써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형법 제 10조의 ‘심신미약(心神微弱)’ 개념은 범죄 행위 시 피의자가 자기 행위에 대한 판단 및 책임 능력이 미약한 심신상태였다는 사법적 개념이다. 물론, 망상이나 환각 등 정신과적 증상에 의한 심신미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음주나 마약 복용 등 정신질환과 무관한 심신미약도 많다. 정신질환 소견이 있더라도 범행 당시 심신미약과의 연관성 판단은 사법부가 따로 한다. 그래서 정신질환 소견에도 심신미약 판정을 받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심신미약’이 범행 당시 피의자의 심리 상태에 관한 개념인 것과 달리 ‘정신질환’은 피의자의 지속적인 인격(personality)에 속하는 의학적 개념이다. 이 둘을 혼동하여 ‘정신질환’이 곧 ‘심신미약’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신질환이 곧바로 범행 당시 심신상태를 결정한다는 오류추리를 유발한다. 그 결과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회적 편견과 혐오가 강화된다. 

 

이런 편견의 주된 희생자는 망상·환각 증상을 동반한 조현병 환자였다. 이번처럼 우울증이 심신미약 사유로 거론된 것은 이례적이다. 조증 에피소드는 가끔 망상이나 환각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우울증 약물 복용만으로 심신미약 판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울 증상은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내포하지 않을뿐더러 감형 사유인 책임 능력, 인지 능력의 손상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라면서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등가 개념처럼 혼용하는 것은 이 사건의 특이성을 은폐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화된 편견과 혐오에 편승하는 것이다.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은 분명 사법 정의에 위배되는 면이 있다. 특히 주취 상태의 범죄에 대한 감형판정은 주류 남성사회의 음주문화와 주취 폭력에 대한 관용으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정신질환에 의한 심신미약 판정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관용이 아니라 ‘낙인’ 기능을 한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에서는 음주가 범죄의 원인이라는 범주 혼란이 안 일어나는데, 정신질환에 인한 심신미약에서는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이라는 낙인 효과가 발생한다. 정신질환에 의한 심신미약을 불인정할 때도 사법부는 꼭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언급한다. 이는 ‘정신질환=범죄 시 심리상태’라는 낙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정신질환에 의한 심신미약 판정은 또한 ‘추방’의 의미를 띤다. 이성의 주체만 법정에 들어올 수 있다는 근대사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심신상실자’와 그 행위는 법(법적 처벌)의 장에서 추방한다는 논리가 심신미약자 감형조항을 만들었다. 법의 장에서 추방된 심신상실자(심신미약자)는 방면되는 게 아니라 감호 정신병원, 즉 ‘치료감호소’에 구금된다. 

 

치료감호를 황제수감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치료감호소는 교도소보다 통제가 엄격한 구금시설이다. 정신질환 치료를 빌미로 면회는 가족에게만 허용되고 친구나 지인은 접견할 수 없다. 면회실에는 칸막이도 없다. 교도소는 시간 맞춰 운동도 시키고 작업도 시키지만, 치료감호소에서는 운동도, 작업도, 직업교육도 없다. 신문과 전화도 금지되고, 종교 활동도 금지된다. 폐쇄 병동에서 약 먹고 어슬렁거리는 게 일과의 전부다.
 
과밀 문제도 교도소보다 심각하다. 2017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93%가 7~8인실이며 9개의 대형병실에는 50여 명이 한방에서 지낸다.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하나 2006년도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을 보면 치료감호소 내부 환경을 면밀히 알 수 있다. 취침 시 조도가 너무 높아 잠을 자기 힘들고, 자살방지용이라며 목욕실을 제외한 모든 곳, 심지어 화장실에도 CCTV가 달려 있다. CCTV 모니터가 있는 중앙관리실에 남자 관리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여자병동 곳곳을 감시(?)한다. 야간에는 화장실을 폐쇄하고 소변통을 지급한다. 그 때문에 소변 찌든 냄새가 병실에 배어 있다. 상해 위험 때문에 젓가락과 포크형 숟가락도 지급되지 않는다.

 

감호 기간은 알콜중독자는 최장 2년, 심신장애인과 정신성적 장애인은 최장 15년이다. 살인을 저지른 경우, 2년씩 3회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2013년에 신설되어 최장 21년까지 구금할 수 있다.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 판정을 받으면 ‘징역 ○년에 치료감호’라는 판결을 받는다. 이때 치료감호를 먼저 받고, 치료가 끝나면 교도소로 가서 남은 형기를 산다. 감호 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죄질과 재범 가능성이다. 치료감호소에 있는 시간도 형기에 포함되는데 대부분 징역 기간을 넘기기가 일쑤고, 결국 치료감호소의 최장수용 기간이 형량이 되기도 한다.

 

이재명 도지사의 “정신질환에 의한 감형” 발언이 부적절하고 위험한 건 이 때문이다. 정신질환과 심신미약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고,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판정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얘기해야 할 ‘인권 변호사’ 출신 도지사가 대중적 편견과 범주 혼란에 편승해 이번 사건이 마치 ‘정신질환에 의한’ 살인사건인 것처럼 오도하기 때문이다. 그걸 의식해선지 이 도지사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낙인찍기’도 우려합니다.”라고 이어 쓴다. 마치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듯이. 하지만 곧바로 “정신질환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 적극대응,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면 살인도 분노도 우려도 없었을 것입니다.”라며 정신질환자는 “책임있는 관리, 적극대응,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자들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찍기가 아닌가.

 

이재명 도지사가 지난 23일, 남긴 SNS 문구. 이 도지사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이 "정신질환 의심자를 방치한 결과"라며, "가족이 나서지 않으면 행정관청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이 지사는 자신의 트윗을 보도한 기사를 인용한 후 “이게 모두 정신질환 의심자를 방치한 결과입니다. 가족들이 안 나서면 행정관청이라고(도) 나서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이는 앞선 트윗에서 그가 말한 “정신질환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 적극대응, 각별한 관심”의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정신질환 의심자를 방치”하지 않는 것이자, 정신질환으로 진단·치료받은 병력이 없더라도 정신질환이 의심되기만 하면 가족 혹은 행정관청이 나서 이들을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하라는 의미 아닌가. 

 

2016년 헌법재판소는 한국사회의 강제입원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지금 ‘헌법에 위배된다’고 이미 결정난 강제입원을 도지사가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닌가. 이재명 도지사는 부디 자신이 한 발언의 무게와 의미를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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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lizom@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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