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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탈시설 정책’ 하려면 신규입소 막는 ‘시설폐쇄법’ 제정해야
신규입소 막고 자립생활 보장하는 ‘시설폐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 진행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 보장 위해서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필수”
등록일 [ 2018년10월26일 19시05분 ]

26일 오후 3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충실한 탈시설 정책 이행을 요구했다.
 

장애계가 거주시설 신규입소 금지와 적극적인 시설 폐쇄, 그리고 자립생활지원을 담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26일 오후 3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등 장애인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입소 금지,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충실한 탈시설 정책 이행을 요구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앞서 진행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1박 2일 전국 집중 결의대회'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희선 씨는 지난해 9월, 23년간 살았던 남양주의 한 개인 운영 거주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왔다. 김 씨는 시설에서 살던 때를 생각할 때마다 아직도 두려움이 앞서고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시설에서의 생활은 지옥 그 자체였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 씨는 "가끔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바지에 실수하면 그날은 각목으로 엉덩이를 피가 터지도록 맞았고, 너무 아파 울면서 지낸 날들이 많았다"며 "부모님께 알리려고도 했지만 그러면 엄청 혼이 나고 맞을까 봐 두려운 마음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설 안에서 지체장애인인 김 씨의 활동을 지원해준 사람들은 같은 시설에 있던 발달장애인 거주인들이었다. 김 씨는 "지금도 그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들은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더 이상 시설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꼭 시설폐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나도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선 씨가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탈시설 당사자와 아직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장애인에게 탈시설 정책이 절박하지만, 정부의 의지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최재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정부가 책정한 내년 탈시설 예산은 28억 원"이라며 "이는 100명의 탈시설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현재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은 2만 8558명이다. 1년에 100명씩 탈시설해도 모두 나올 때까지 285년이 걸리는 셈이다. 최 활동가는 "이러한 계산도 신규입소자가 아무도 없을 때나 가능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탈시설 정책을 하겠다고 커뮤니티케어다 뭐다 꽹과리만 요란하지만, 예산으로 봤을 때 2019년 탈시설 예산은 28억 원뿐인 반면 거주시설 예산은 4800억 원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활동가는 "시설이 건재하는 한, 입소 행렬은 계속될 것이고, 50명이 탈시설 해도 100명이 입소한다면 이것은 탈시설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규입소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시설 거주인들의 탈시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립생활 지원 체계가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자립생활 예산은 너무나 적고,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는 없다. 이러한 상황은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오후, 국회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최용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주거지원과 활동지원 서비스는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고, 등급제 폐지 이후에도 장애인 서비스는 이미 존재하는 활동지원 서비스가 전부"라며 "그마저도 등급제 폐지 후 새로 적용될 종합조사표로 '시설입소'를 제공하겠다고 하고 있어 정말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현재도 지체장애인 중심인 활동지원 조사표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턱없이 부족한 활동지원을 받고 있다"며 “시설 거주인 대다수가 발달장애인인 점을 고려할 때, 새로 도입될 '종합조사표'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잘 반영되어야 하고, 서비스 역시 다양해져야 하지만 정부가 공개한 등급제 폐지는 현재 상황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부의 등급제 폐지가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탈시설과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은 맞물려있다. 가족이 장애인을 책임져야만 하는 구조를 타파하고, 지역사회에서 모든 장애인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올 수 있도록 한자협은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의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부수고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쌓아 올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퍼포먼스가 끝난 후에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각 당사에 '장애인 생존권 예산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한 'DISABILITY PRIDE' 행진을 했다.

 

결의대회에서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문구가 적힌 상자들을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문구가 적힌 상자를 쌓아올린 후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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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한별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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