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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의 토양은 강력한 지방분권화… 지역 특색에 맞는 지원 가능해야"
‘커뮤니티케어, 장애인 자립생활과의 관계는?’ 포럼 열려
장애인 당사자들, "커뮤니티케어가 '케어'에 치중하느라 '삶' 놓쳐서는 안 될 것"
등록일 [ 2018년11월08일 19시43분 ]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커뮤니티케어를 새로운 복지 기조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장애인 탈시설, 탈원화, 자립생활 이슈나 노인 장기요양 관련 토론회나 간담회가 열리면 복지부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향후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대체 커뮤니티케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만 증폭되고 있다. 복지부에서는 본래 10월 말, 커뮤니티케어 이행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1월에 접어든 현재까지 정부안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이상적인 명제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작게는 전담인력부터 크게는 제도와 예산까지 촘촘한 구상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체제 전환을 이야기하면서도 정부는 잠잠하기만 하다. 우선 복지부는 내년에 1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예산안 81억 원만을 책정한 상태다.

 

커뮤니티케어는 무엇이며, 그것은 장애인 자립생활의 다양한 영역과 어떻게 만나게 될까. 그 실마리를 공유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등 장애인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2018 장애정책박람회' 중 두 번째 이슈로 '커뮤니티케어와 장애인 자립생활' 컨퍼런스가 8일 오후 1시부터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되었다.

 

'2018 장애정책박람회'에서 '커뮤니티케어와 장애인 자립생활' 컨퍼런스가 8일 오후 1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되었다. 김윤영 인천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부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의 토양은 '지방분권'… 정부의 역할과 다양한 욕구 반영 고려도 필수

 

김윤영 인천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연구에 참여했다. 김 위원은 "커뮤니티케어는 주로 일본과 영국의 복지 체계를 벤치마킹했다"며 "일본과 영국이 어떤 환경에서 커뮤니티케어 제도를 발전시켜갔는지 보는 것은 한국 사회에 커뮤니티케어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나라의 커뮤니티케어 체계를 소개했다.

 

일본의 개호보험은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제도로 2000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 지원 요구 및 지원에 대한 비용이 공적 보험이나 공공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정도로 증가하자 일본 정부는 2009년 개호보험제도를 개정했다. 이를 통해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 도입되었고, 지자체와 지역사회(커뮤니티)가 노인 돌봄에 대해 일정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란 고령자가 가능한 한 스스로, 익숙하게 살았던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살 수 있도록(Aging in Place) 지원하기 위해 고령자의 건강, 상황, 생활 변화, 욕구 등에 대응 가능한 다양한 폭의 간병, 의료 서비스를 지역 내에서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거점 역할을 하는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용자, 지역주민, 간병서비스 제공자, 의료관계자, NPO 법인, 권리보호∙상담관계자 등 다양한 지역 주체가 '지역케어회의'를 실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의를 통해 '케어매니저'가 당사자의 필요 및 욕구와 지역사회 내 자원을 연계한다.

 

'커뮤니티케어'라는 용어는 영국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1971년, 사회복지 기능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옮겨가 지방정부에 '사회서비스부'가 설치되었다. 이후 지방정부는 더욱 풍부해진 인력과 재정을 바탕으로 커뮤니티케어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지방정부의 역할 확대는 2012년 보수당-자민당 연합 정권이 집권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캐머론 당시 영국 총리는 커뮤니티케어를 '빅소사이어티' 개념으로 접근했는데, 이는 중앙에서 지방, 정부에서 지역사회(커뮤니티)로 권력을 이전시키는 분권화를 골자로 한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지방정부가 욕구판정 체계 통합 관리 기능도 담당하는 등 사회복지 영역에서 재량권이 상당히 크다.

 

김 위원은 두 국가의 체계를 설명하면서 "커뮤니티케어의 토양은 결국 강력한 지방∙재정분권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한국은 전체 조세 중 지방세 비중이 20%가량 되는데 일본은 지방세 비중이 40%로 한국보다 약 2배가량 높고, 영국 역시 상대적으로 탄탄한 지방분권을 토대로 행정, 재정적인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밀착해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커뮤니티케어가 실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구체적 상담과 판단, 그리고 그가 사는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유기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중앙정부에서 담당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어 "한국에는 자립생활센터, 복지관 등 이미 커뮤니티케어라고 볼 수 있는 기관들이 많이 있다"라며 "이러한 기관들을 커뮤니티케어라는 개념 안에 어떻게 묶어낼 것인지 많은 고려가 필요하고, 행정 시스템 개선 등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러한 제언에 대해 한동식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표는 소개된 해외 사례를 통해 추가로 고민해야 할 부분을 제언했다. 한 대표는 "서비스 제공 주체를 한국처럼 준중앙정부기관의 성격을 지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당하도록 하지 않고, 복지 행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것에 해외 사례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커뮤니티케어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한 대표는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다양한 욕구 충족, 즉 사회서비스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현행 제도는 의료서비스 대상자 발굴에 치중하는 판정체계로 구성된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있어 '만 65세' 기준이 칸막이가 되어 장애인들이 자신이 가진 사회적 욕구와 무관하게 무조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현실을 통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다양한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체계와 시스템 마련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 장애정책박람회'에서 '커뮤니티케어와 장애인 자립생활' 컨퍼런스가 8일 오후 1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커뮤니티케어 체계 구축에서 고려되어야 할 다양한 장애…." 삶이 빠진 채 '케어'만 있으면 안 돼"

 

커뮤니티케어는 아직 큰 구조만 공개되었을 뿐, 복지부 내에서도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계 관계자들은 커뮤니티케어의 구체적인 체계를 마련할 때 '케어'가 아닌 '삶'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철 해뜨는양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국내 많은 복지서비스는 새로이 증가하는 복지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거나 확장하여 문제를 해결해 왔다"라며 "지금 커뮤니티케어도 기존의 전달체계를 읍면동 또는 그보다 더 크거나 작은 지역사회 기준으로 기관들을 재정립하고 시스템을 변화시켜 새로운 복지 수요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 국장은 "그러나 장애인, 특히 (개별 계획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에 있어, 기관 기능 확대나 신규 기관 설립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티케어'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관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용 정신장애인권연대 카미 대표는 정신장애인의 커뮤니티케어를 위해서는 비자의입원율 감소, 가족이 아닌 지역사회 치료 체계 마련,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 예산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비자의입원 요건을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전인 2016년 12월 31일 기준 입원환자 수는 6만9162명이었는데, 시행 이후인 2018년 4월 23일 입원환자는 6만6523명으로, 개정 후에도 고작 3.82%만 줄어들었다"며 한국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입원율이 여전히 높음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들은 지역사회에 사회복지사, 간호사, 동료지지 전문가(Peer Support Specialists)들이 지역사회 거주자들의 복약 관리, 주거 지원, 사회적응 훈련지원, 취업 지원 등 지역사회 중심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를 만들었다"며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가족들이 약 처방 이외의 모든 심리 사회적 서비스와 주거 지원을 책임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권 대표는 지역사회 중심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인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가 시군구마다 예산이 천차만별인 데다 비정규직, 낮은 임금, 턱없이 적은 인력으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과도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부분은 당사자라면 누구나 삶을 통해 느끼는 문제"라며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커뮤니티케어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도장애인인 척수장애인들 역시 커뮤니티케어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대상이다. 이승일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재활연구소 부장은 "척수장애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척수장애인이 된 후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32%, 사고 후 원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해 무직이 된 경우가 70%, 이혼 경험은 75%에 달했다"라며 "척수장애인은 장애를 갖게 된 후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지만, 재활서비스는 '치료' 위주고, 장애인으로 사는 삶의 패턴을 알려주는 곳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 척수장애인은 좀처럼 사회로 복귀하지 못하고 입원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척수장애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의 척수장애인 평균 입원 기간은 3개월이지만, 한국 평균 입원 기간은 30개월이다. 이 부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척수장애인협회에서는 일상생활훈련, 생활∙사회적응훈련, 상담 등 일상으로의 복귀를 지원하는 '일상홈'을 운영했다"라며 "2017년 일상홈을 거쳐 간 20명의 척수장애인은 100% 일상으로 복귀했고,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커뮤니티케어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일상, 즉 '삶'의 회복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를 정부와 관계자들이 세심하게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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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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