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1월14일wed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펼침
HOME 뉴스홈 > 뉴스 > 사회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주범은 가난한 이들의 주거권 보장 않는 정부
2018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다음 날 추모 기자회견 열어
“저렴 주거지에 대한 안전기준 수립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하라!”
등록일 [ 2018년11월10일 17시51분 ]

지난 9일, 종로 국일고시원에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앞에 시민들이 꽃과 과일을 놓아두었다.

 

지난 9일, 종로 국일고시원에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안전 소홀, 구멍 뚫린 주거복지와 사회 안전망으로 인한 참사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사 이튿날인 10일 오전, 빈곤사회연대 등 주거·빈곤·종교계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2018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아래 공동기획단)은 사건이 발생한 종로 국일고시원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저렴 주거지에 대한 안전기준 수립 및 점검 △안정적 주거 공급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대 등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10일 오전, 화재참사로 7명이 사망한 국일고시원 앞에서 추모제와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모습.

 

공동기획단은 "사상자들은 대부분 40~60대 일용직 노동자로, 해당 건물 2~3층 고시원과 옥탑방에 거주하는 이들이었다"라며 "건물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있지 않았고, 화재가 출입구 쪽에서 시작되어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공동기획단은 "올해 초, 종로5가 여관에서 발생한 화재도 이와 꼭 닮았다"며 "당시 사상자들도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로 여관을 거처로 삼아 장기투숙하던 이들이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24일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노후 고시원 등을 매입해 양질의 주택으로 개선, 저소득 가구에 공급하는 공공리모델링 시범사업과 쪽방촌 인근 매입임대를 활용한 단체 이주 지원 시범사업 실시를 예고했다. 그러나 공동기획단은 "이는 저렴 주거지 거주자 중 매우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사업으로, 실존하는 저렴 주거지에 대한 별도의 주거기준과 안전기준 수립 및 점검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는 모습.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서울시 지원으로 거리에 계신 분들을 쪽방이나 고시원으로 들어가게 하는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안내하는 것이 우리 단체 일 중 하나”라면서 “그런데 어제 화재 사건을 보면서 내가 했던 일들이 복지지원이라기보다는 더 큰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니었는지 고민이 되었다”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서울시는 매년 600명가량에 임시거처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거리 노숙을 중단하게 되는 긍정적 역할은 분명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울시는 저렴한 주거공간의 안전 상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으며, 중앙정부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규탄했다. 그는 "2009년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했으나, 2009년 이전에 지어진 고시원에 대한 소급적용 규정은 없다"며 "주택법에 따라 고시원은 주택이 아니기에 더더욱 안전규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렴한 주거공간이 법적으로 주택이든 아니든, 실질적으로 사람이 사는 곳이므로 최소한의 안전수준 규정을 넘어 적정 주거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오랫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주장해왔다"면서 "정부는 고시원이나 쪽방 등의 안전기준을 명시하고, 이것이 월세 상승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공공재원 투입과 민간의 책임을 명시한 규정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들어올린 피켓에 '집을 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피켓 너머로 화재 피해를 입은 국일고시원 건물이 보인다.
한 기자회견 참가자가 '양계장 닭장같은 고시원, 쪽방...사람 살 수 있는 집, 주거권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현재 고시원에 사는 김바울 씨는 "여관, 고시원, 쪽방에서 불이 나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는다. 이들의 일이 내겐 마냥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김 씨는 "사회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일 뿐, 이후 실제로 변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며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서 어려운 사람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기사를 보니, 한 거주인이 사용하던 난방기구가 화재의 원인인 것으로 경찰이 추정하는 것 같은데 이 거주인에게 모든 책임이 돌려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며 "참사의 진짜 주범은 가난한 사람의 주거공간에 제대로 된 안전기준도 세우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만 만들고 있는 정부"라고 일침을 가했다.

 

안전기준이나 적정주거기준을 만드는 것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은 바로 공공임대주택 확보이다. 그러나 2019년 주택도시기금 예산안에 따르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32.4%에 그치며, 물량이 부족해 신청하고도 분양받기까지 1~2년 대기 기간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동수 주거권네트워크 대표는 "사고가 발생한 국일고시원은 보증금 10만 원에 창문이 있는 방은 32만 원, 없는 방은 28만 원의 월세를 냈다고 한다"라며 "가난한 사람은 왜 타워팰리스보다 더 비싼 평당 임대료를 내야 하고, 폭염과 화재에 취약한 공간에서 속절없이 희생되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주거급여로도 감당 안 되는 월세 부담을 가난한 사람에게만 전가하지 말고, 정부는 주택정책의 중심에 서민과 세입자, 가난한 사람들을 두어 임대주택 확대로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헌화한 하얀 국화가 국일고시원 폴리스라인 바깥에 놓였다.


이날 공동기획단은 "우리는 매년 동짓날 홈리스 추모제를 진행한다. 집이 없어 쪽방에서, 여관에서, 거리에서, 시설에서 죽어가는 이들의 처지가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가장 춥다는 동짓날과 닮았기 때문"이라면서 "매년 서울지역에서만 300명 이상의 홈리스가 사망한다. 여기에는 이번 화재의 희생자들처럼 거처의 열악함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기획단은 "고시원 화재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며, 가난해도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는 사회, 주거권이 보장된 사회로 나아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국일고시원 앞에 헌화하고, 청계천 다리에 추모 메시지를 담은 하얀 리본을 달아 참사로 사망한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한 시민이 국일고시원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본을 청계천 다리에 묶고 있다.
청계천 다리에 건 추모 현수막과 국화

올려 0 내려 0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그들을 죽인 것은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가 아니다
"주거취약계층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 턱없이 부족해"
서울시 내년 예산안 편성, 주거안정과 돌봄공공책임제 등 방점 둬
살인적인 폭염에 위협받는 주거빈곤층..."정부는 폭염 재난선포해야"
서울시 복지본부의 독단…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결국 파행
유엔특보, 한국 주거 정책 '인권 기준 미달' 우려
정부의 주거취약계층 지원 사업, 현장은 ‘별 소용 없네요’ 한숨
서울시, 주거취약계층 위한 ‘임대주택’을 다른 사업에 활용… 시민사회 ‘분노’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 제한은 장애인차별' 판결에 항소한 에버랜드 (2018-11-07 13:3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