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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성교육, ‘성 금기 규범에서 벗어나 관계맺기 교육으로 거듭나야’
발달장애인 성교육 강조하지만, 정작 사회적 편견이 당사자 욕구 표현 어렵게 만들어
가/피해자로 나누는 단순 구도가 ‘친절한 얼굴을 한 폭력’에 대한 감수성 떨어뜨리기도
등록일 [ 2018년11월12일 05시02분 ]

비발달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은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러한 시선은 성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장애학회는 9일 추계학술대회인 ‘장애 안의 또 다른 분리, 모두의 해방을 향하여’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고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은 한국장애학회에서 ‘성적 시민권의 관점으로 본 발달장애인 성교육’을 주제로 발달장애인의 성이 어떤 편견에 사로잡혔고 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연구 중인 내용을 나눴다.

 

한국장애학회에서 9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장애 안의 또 다른 분리, 모두의 해방을 향하여’를 열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이 ‘성적 시민권의 관점으로 본 발달장애인 성교육’을 주제로 발제하는 모습.
 

- 발달장애인 성교육 강조하지만, 사회적 편견이 당사자 욕구 표현 어렵게 만들어

 

발달장애인 성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은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강조되기 시작했다. 2000년 강원도에서 지적장애 여성에게 7년 동안 집단 성폭력 사건이 보도돼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이 한국 사회에 알려졌다. 2011년에는 영화와 소설 ‘도가니’로 2005년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쟁점이 돼 여론이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장애인 성폭력의 심각성이 다시 드러났다. 

 

이진희 사무국장은 “성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어떤 사회적 토대 위에 서 있는지, 관계 맞은편에 있는 비발달장애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으면 보호와 통제라는 기존 담론을 답습하기 쉽다”고 주의를 일렀다.

 

그는 “현재 성 관련 교육은 성폭력의 원인을 ‘장애’에서만 찾거나 남성을 ‘성욕/성적 특징’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어 성행위를 없애는 데 집중하거나, 폭력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어적 교육에 집중한다”며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변 사람과 사회적 판단이 당사자 의견과 욕구를 표현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의 성적 시민권 논의는 왜 인지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의 성적 실천은 관리되고 통제되어야 하는지 질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성적 시민권 관점에서 발달장애인의 성교육을 분석하는 것은 성적 낙인과 일탈을 허용하는 근거가 이성애 정상규범, 정상신체주의에 기반하고 있음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 비발달장애인 중심적인 사회에서 읽히는 발달장애인의 섹슈얼리티

 

비발달장애인 중심적인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은 인식과 행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의 의사는 존중받기 어렵고, 지속적인 주변의 불신 때문에 눈치 보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방식은 관계와 상황에 대한 자기표현과 저항감을 키우기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의사소통’ 방식에 길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혼나지 않거나 관심받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말하거나 상상하여 말하는 식이다.

 

따라서 이 사무국장은 “혼나지 않기 위한, 관심을 받기 위한 말하기 방식을 장애 특성으로만 보려 한다면 듣는 사람의 태도를 성찰하기 어렵다”라면서 “표현을 인정하고 허용하는 권한이 비발달장애인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누구나 의사소통에서 실패할 수 있는데, 왜 발달장애인의 실패와 실수는 낙인찍히고 다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실패하는 의사소통 다음 단계를 사회가 어떤 식으로 반영하는지 긴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애학회에서 9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장애 안의 또 다른 분리, 모두의 해방을 향하여’를 열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이 ‘성적 시민권의 관점으로 본 발달장애인 성교육’을 주제로 발제하는 모습.

 

- /피해자로 나누는 단순한 구도가 친절한 얼굴을 폭력 대한 감수성 떨어뜨려

 

한편, 발달장애인은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만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회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를 규범화해 ‘나쁜 사람’을 도식적으로 단순화하기 때문이다.

 

이진희 사무국장은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를 규범화하는 것은 친밀성에 기반한 폭력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린다”고 일렀다. 가해자가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폭력에 길드는 과정은 다양할 수 있다”며 “폭력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정서적 교감과 육체적 친밀함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경계가 명확한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 나의 판단 안에서 새롭게 구성될 수 있는 것임을 힘들게 발달장애인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관계 안에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쌓이기 어려워 일탈 상황과 행동에 대해 해석할 힘이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는 학교에서 성폭력(학교폭력)이 일어날 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진희 사무국장은 “학교폭력위원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폭력’ 프레임 외에 다른 방식의 문제접근과 해결방식이 없다”면서 “학교는 성적 행동을 한 행위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보호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학교 환경을 바뀌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장애학생 인권지원단’의 활동에 대한 우려를 비췄다. ‘장애학생 인권지원단’은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과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모니터단에서 지원 대상이 된 장애학생은 ‘더봄학생(과거 관심학생)’으로 불린다. 더봄학생 선정기준은 첫째, 학교폭력, 성폭력 경험이 있는 학생으로 재발 위험이 있는 학생. 둘째, 가정폭력의 피해 경험 또는 노출 위험이 있는 학생. 셋째, 열악한 환경(빈곤가정, 지적장애인 부모, 장애 형제자매, 다문화 가정, 가정 내 방치 등)으로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학생으로 규정했다.

 

그는 “가해 또는 피해 경험이 있거나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장애학생을 더봄학생으로 분류하는 것은 낙인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성교육할 때도 가해자와 피해자 그룹을 나누어 반복 실행하는데, 참여학생은 이미 자신이 피/가해자로 불린다는 것을 알고 참여하는 것을 불편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발달장애인의 성교육,관계맺기’의 성교육으로 거듭나야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인간이라는 공동체(사회)에 포함될 자격을 의심받는 비시민에게는 금지와 보호주의로 무력화와 취약성만이 남겨질 수밖에 없다”면서 “발달장애인의 핵심 문제는 ‘사회적, 일상적 관계 안에 발달장애인이 들어오지 못하는 문제’라는 발제자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되짚었다.

 

이어 “성적 시민권 관점에서 발달장애인의 성교육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기존의 차별적 규범에서 벗어나 ‘관계맺기’의 성교육으로 얼마나 이동하느냐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성교육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 인간 존엄과 평등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그들을 성적 금기 대상에서 해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입체적 존재로 사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면서 “우리에겐 그들의 존엄을 허락할 권리도, 허락의 범위를 정할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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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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