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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중복장애학생의 의료적 지원, ‘거점병원 지정’으로 가능할까
인권위, 중증·중복장애학생 실태조사 결과 발표… ‘의료적 지원’이 가장 우려점
“의료적 지원 문제, 교육부뿐만 아니라 복지부 등 범부처 논의 기구 필요”
등록일 [ 2018년11월14일 20시40분 ]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오후 2시, 인권위 11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중증·중복장애학생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대표가 중증·중복장애학생 부모로서 겪은 고충을 말하고 있다.


“학교에 교육받고자 나가는 데 지원은 그렇지 못해요. 학칙에 엄마가 두 번 이상 밥 먹이러 안 오면 퇴학당할 수 있다고 써있기도 하고요, 석션은 의료적 처치니 엄마가 해야 해서 같이 등교해서 학교에 내내 상주했다가 하교도 같이하는 게 현실이었어요. 학교 다니는 게 힘들어서 순회학급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뇌병변에 지적장애1급, 사지마비 장애가 있는 제 딸과 함께 지난 16년간 그런 모습 많이 봐왔어요. 교육부에 차별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했지만 결국 모든 것은 부모 책임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대표)

 

중증·중복장애학생들은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지만 현재 학교에선 이를 지원하지 않아 그 책임과 역할은 오로지 부모에게 달려 있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순회학급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순회학급이란 특수교육대상자가 있는 가정, 병원, 복지시설 등에 교사가 일주일에 1~2회 방문하여 교육하는 것인데, 사실상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의료적 처치도 교육권의 하나로 인정받고 지원받을 순 없을까.

 

이러한 고민을 담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중증·중복장애학생 교육권 실태조사를 했다. 13일 오후 2시, 인권위는 인권위 11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오후 2시, 인권위 11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중증·중복장애학생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 중증·중복장애학생 실태조사 진행… 현장 학생 수조차 파악 안 되고 있어

 

이번 실태조사는 지체·뇌병변장애를 주요 장애로 하고, 다른 장애를 동반한 유·초·중·고(전공과 포함) 과정에 재학 중인 특수교육대상자로 한정했다. 이 중에서도 1급 또는 2급의 지체·뇌병변장애가 있거나, 3급 지체·뇌병변장애에 또 다른 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인권위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15개 지체장애 특수학교 교사, 관리자, 학부모 등 총 738명(특수교사 282명, 학교 관리자 87명, 학부모 369명)을 대상으로 장애학생 권리보장 현황, 인권침해·차별 실태, 교육환경과 지원요구 등에 대해 설문 및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제까지 중증·중복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위한 별도의 법률이나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현장에 있는 중증·중복장애학생 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1985), 중증·중복장애학생을 전체 학령기 아동의 0.07~0.08%로 보고 있다는 것에 근거해 파악하자면, 한국의 중증·중복장애학생 수는 4909명~5610명가량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실태조사 결과, 중증·중복장애학생이 학교에서 인권 침해 또는 장애 차별을 한 번이라도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교사 40.8%, 학교 관리자 56.3%, 학부모 55.2%로 나타났다. 중증·중복장애학생에 대한 폭력(구타, 체벌)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는 응답은 교사 10.6%, 학교관리자 13.9%, 학부모 27.2%였다. 언어폭력(놀림, 비하, 욕설)에 대한 경험은 교사 13.1%, 학교관리자 9.7%, 학부모는 22.7%가 ‘있다’고 답했다. 괴롭힘(과도한 장난, 따돌림)에 대해서는 교사의 10.1%, 학교관리자의 13.9%, 학부모의 21.0%가 ‘있다’고 답했다.

 

이후 인권위는 학교관리자 15명, 특수교사 27명, 학부모 30명, 총 72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문제점으로 △학교 보건실태에 대한 우려 △턱없이 부족한 치료지원서비스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시설 및 교육환경 미비 △노후시설의 문제 △재난 및 안전대책을 위한 안전시설 부족 △통학지원 부족으로 가정에 대한 높은 의존도 △고가의 보조기기나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 등이 지적됐다.
 
가장 심각하게 우려가 제기된 부분은 의료적 지원(석션, 도뇨관, 경관영양 등)이었다. 이는 건강관리가 필요한 학생에겐 생존 문제지만 전문인력이 없어 의료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학교와 학부모가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가 중증·중복장애학생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거점병원 중심으로 학생 건강관리 지원… 학교 내 별도 전담 인력 배치” 대안 제시

 

이날 주요 쟁점이 된 것은 이러한 중증·중복장애학생의 의료지원에 관한 부분이다. 이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에 참여한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건강관리 지원 체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의료인을 관리할 수 있는지, 인력 배치 비용의 문제도 있다. 학교에 의료인을 배치할 경우 관련 법령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실적 문제를 고려했을 때, 학교 주변에 있는 대규모 병원 한 곳에 학교 건강관리 지원을 담당하게 하여 해당 거점 병원에서 학생 건강관리 지원에 대한 계획을 수립·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주의 경우, 학교 의료(School Health Care)가 재택의료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학교가 계약한 거점병원에서 의료인을 파견하고, 비의료인에 대한 건강관리 지원 교육 등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김 교수는 한국의 중증·중복장애학생에 대해서도 거점병원이 학생의 건강관리지원계획을 수립하여 학교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건강관리 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점병원에서 건강관리지원계획이 수립되면, 교육청은 거점병원이 수립한 계획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이때 김 교수는 “기존의 보조인력이 아닌 별도의 건강관리 전담 케어인력(건강관리지원인)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 인력은 보다 집중적인 건강관리 지원을 필요로 하는 중증·중복장애학생을 전담하여 건강관리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면서 “기존의 보조인력이나 특수교사, 보건교사 등은 학급 또는 학교 차원의 건강관리 지원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며 역할 분담에 대해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한 시범사업도 제안했다. 시범사업은 전국 19개 지체장애 특수학교 중 집중적인 건강관리 지원 대상 학생이 많고, 거점병원 확보가 가능한 4~5개 특수학교를 선정하여 우선 시행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전국 특수학교에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존에 중증·중복장애학생 대부분은 병원에 있거나 가정에서 의료적 지원을 받았다. 학교에 있더라도 의료적 지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학교가 이를 다 책임질 순 없다”면서 “위급상황 시엔 거점병원을 통해 지원하면, 학교가 현재 지고 있는 부담과 책임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적 지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에서부터) 호주 사례를 발표한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교수, 일본 사례를 발표한 임용재 일본 군마대학 교육학연구과 교수
 

- 호주 사례 : 호주 어린이병원, 아이들 건강관리 지원인력의 ‘교육 플랫폼’ 역할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교수는 현재 인권위가 고민하는 거점병원의 모델이 된 호주 빅토리아주의 현황을 소개했다. 김 의사에 따르면, 호주는 재택의료 체계와 학교에서의 의료지원 체계가 어린이병원을 거점으로 하여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즉, 재택의료 체계는 ‘보건부-어린이병원-지역사회 의료기관’이 협력하고, 학교 의료지원 체계는 ‘교육부-어린이병원-특수학교’가 연계된 형태다.

 

김 의사는 “아동이 필요한 의료적 조치는 집이나 학교나 다르지는 않기에, 집을 방문하는 지원인력과 학교 지원인력에 제공하는 이론·실습 교육 내용은 동일하며 점검 절차도 같다”면서 “호주에서 어린이병원은 아이들 생활공간에 필요한 건강관리 지원인력의 교육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학교 의료지원 체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특수학교는 연 2회 정기적으로 해당 학기에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학생 수와 조치 내용, 담당 인력 명부 등을 교육부에 제출한다. 호주에선 한 아이당 반드시 2명 이상의 인력이 배치되는데, 이유는 한 명이 휴가·병가 등으로 없을 경우를 대비하고, 실제 응급상황엔 적어도 두 명의 숙련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해당 명단을 어린이병원에 보내면, 어린이병원은 지원인력에 대한 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교육부와 학교에 알린다. 이때 교육은 이론과 실습교육으로 나뉘어서 진행되며, 지원인력은 자신이 돌보게 될 아동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게 된다. 실습교육은 1차는 병원에서, 2차는 학교 상황을 파악하고 위기 대처 방안 수립을 위해 담당 간호사가 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이뤄진다. 지원인력이 배치된 후에는 6개월 1번씩 어린이병원 간호사가 학교에 방문하여 아이 돌보는 것을 확인하고 필기와 실기시험을 통해 이를 점검한다. 

 

김 교수는 “내년부터 복지부가 중증소아재택의료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라 연구팀에선 중증 아동돌봄제공자에 대한 교육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권역마다 있는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증·중복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거점병원 시범사업과 연계해서 할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일본 사례 : 법 개정으로 교사에게 법적 책임 묻지 않아… 교사보다 간호사가 담당

 

임용재 일본 군마대학 교육학연구과 교수는 일본 특수학교에서의 의료지원 현황을 소개하며 “사고 났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사가 책임지지 않고 학교가 책임진다는 것을 명확히 해주지 않으면 교사는 섣불리 의료적 지원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과거 일본의 대부분 학교는 보호자 대기를 전제로 중증장애학생의 통학을 허용했다. 교사가 의료적 케어를 하다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부모가 문제 삼으면 법적으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법 개정으로 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게 되면서 특정 조건을 만족한 교사에 한해 특별지원학교에서 가래 흡인, 경관영양, 도뇨 보조 등 의료적 지원 일부를 교사도 하게 되었다. 일본은 학교에서의 의료적 지원에 대해 현재 교사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간호사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임 교수는 “학교에서의 의료적 케어를 단순 의료적 행위로 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는 남아 있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만약 중증·중복장애학생이 밥 먹을 때 다른 친구들과 격리된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차별이다”면서 “이때 의료적 지원이 들어갈 경우 간호사는 ‘처치만’ 하는데 교사는 교육을 한다. 이러한 차이가 있기에 교사의 역할이 빠져버리면 안 된다. 교육적 접근을 반드시 가져가면서 거점병원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거점병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임 교수는 “서울 같은 대도시는 거점병원이 도움 될 수 있으나 지역의 경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지역마다 특성이 달라지기에 지역 특성화에 맞춘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의료적 지원 문제, 교육부뿐만 아니라 복지부 등 범부처 논의 기구 필요” 

 

결국 학교 내 의료적 지원을 위해선 교육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경만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교육과정과 장학사 또한 “의료적 지원 문제는 학교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가, 교육부가 힘들다면 범부처 논의기구를 통해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경만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교육과정과 장학사
 

도 장학사는 “건강관리 전담케어인력을 의료인으로 할지, 별도의 보조인력이 할지 정확히 정해야 한다”면서 “건강관리 전담케어인력이라는 모호한 입장보다는 지체장애 특수학교 중심으로 학교 간호사를 배치하고, 거점병원과 연계된 지원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도 장학사는 현재의 교육 과정과 학교 내 설비도 중증·중복장애학생에 맞춰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중증·중복장애학생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실태조사 나갔을 때 생각보다 특수학교에 건강지원 필요한 학생이 거의 없었다. 이유는 중증의 학생들은 다 순회학급에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하는 순회학급으로는 교육권을 보장할 수 없다. 순회학급은 결국 없어져야 한다”면서 “‘건강지원을 학교에서 하냐, 안 하냐’ 논의하기 전에 우선 순회학급에 있는 중증 학생들이 학교 안에 다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거점병원 도입 시, 권역별 대학병원도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무엇보다 각 지자체 공공의료가 특수학교 내 필요한 지원 활동에 깊숙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결국 학교 졸업 후 지역사회로 나와야 하는데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지원받기 위해선 지자체 공공의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수진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연구사는 “절실한 게 의료적 지원인데 복지부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가 있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면서 “구체적인 협력체계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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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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