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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자녀 양육 홀로 감당하던 엄마, 스스로 목숨 끊어
돌봄인력 없는 사이 홀로 집에 있던 발달장애인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
잇따른 사망 소식에 발달장애계 충격… 20일 국회 앞 긴급 기자회견 개최
등록일 [ 2018년11월16일 19시51분 ]

향로 앞에 하얀 국화가 놓여 있다.
 

발달장애자녀 양육을 홀로 감당하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발달장애인 가족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중증 발달장애아들을 둔 어머니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측에 따르면, ㄱ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중증자폐성장애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ㄱ 씨는 양육이 너무 힘들어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남편에게 아이를 맡겼으나, 남편 또한 암 선고를 받게 되면서 최근 다시 자녀를 맡아서 키우게 됐다. ㄱ 씨가 아들과 함께 산 지는 5~6개월가량 되었다. 자녀는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으로 도전 행동이 심해 ㄱ 씨가 평소 많이 힘들어했다고 주변인들은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ㄱ 씨는 자녀를 맡길 주간보호센터, 단기보호센터, 거주시설 등도 평소에 알아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녀의 도전행동이 심해 해당 시설에서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준다’, ‘인력 부족으로 케어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ㄱ 씨에게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 주변인에 따르면 ㄱ 씨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평소에 주변인들과의 활발한 교류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지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남구에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설립되어 ㄱ 씨는 주변인들의 권유로 오는 19일 상담까지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한 주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가족지원센터에서 연락 후 바로 가정방문하겠다고 했으나 어머님이 병원도 가야 하고 자기는 지금 사람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거절하셨다. 그런데 그사이 이런 일이 생겼다”며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중증발달장애자녀를 키우는 한 어머니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장애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가난과 장애가 맞물려 있으면 정말 힘들다”면서 “최근 소식을 들은 주변 엄마들은 그 엄마가 앞으로의 내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며 나도 두 번이나 삭발하고 농성하고 집회했는데 이런 일들이 계속 생기니…”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 어머니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제도적 장치가 너무나도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발달장애인 평생종합대책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예산은 충분치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내년도 발달장애 복지예산안을 올해 85억 원에서 대폭 증액된 346억 원을 편성했으나, 장애계는 발달장애 복지가 마이너스였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편성된 예산안으로는 이러한 비극적 상황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자녀는 단기보호시설에서 보호 중이다.

 

- 돌봄인력 없는 사이 홀로 집에 있던 지적장애인도 사망

 

이와 함께 지난 14일 밤엔 부모가 없는 사이 지적장애인 ㄴ 씨(2급, 35세)가 사망한 일도 있었다. 그의 죽음이 주변에 알려진 것은 그가 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등원하지 않아 센터 측에서 가정에 연락하면서이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ㄴ 씨는 평소에도 집과 평생교육센터를 홀로 다녔으며, 그날도 평소처럼 혼자 집과 센터를 오갔다. 센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건은 ㄴ 씨가 집에 돌아온 후 혼자 있는 시간에 발생했다. ㄴ 씨의 어머니는 최근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있었으며, 아버지는 외출 중으로 당시 집에 없었다. 활동지원인도, 다른 형제자매도 없어 그사이 집엔 ㄴ 씨 혼자였다. 그는 평소 당뇨와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저녁에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모든 약봉지는 뜯겨 있었고 약들은 다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약물 과다복용을 의심해 급히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으나 병원 도착 후 치료 도중 심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ㄴ 씨네 집 또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다.

 

ㄴ 씨와 동일한 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발달장애자녀를 보내는 한 어머니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돌아가신 분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린다”면서 “낮 시간 서비스는 받고 있었으나 부모가 밤늦게까지 없는 사이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위급사태에 대한 안전망이 현재는 없다. 촘촘한 가족지원과 욕구에 맞는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사이 이런 일이 생겼는데, 정작 어머니 본인은 사고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거짓말 같고 믿기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이러한 소식을 연달아 들으니 어머니들이 지금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이조차도 그분이 센터에 다니지 않았으면 아무도 몰랐을 죽음”이라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유족은 급작스러운 자녀 사망에 빈소 없이 장례를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부모연대는 오는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죽음으로 내몰린 발달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조경미 부모연대 활동가는 발달장애 부모 사망과 관련해 “현재는 문제행동이 심하면 복지서비스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람도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이 생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발달장애인 예산이 우선적으로 책정되어야 한다”며 정부에 긴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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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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