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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교통수단 표준조례안, '대중교통 차별받는 장애인, 또다시 차별받지 않아야'
특별교통수단은 대중교통 장애인 차별에 대한 적극적 구제조치
대중교통에 대한 장애인의 완전한 접근가능성, 함께 고민되어야
등록일 [ 2018년11월16일 18시51분 ]

장애인의 이동이 '권리'로 법안에 규정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0년 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부터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9조에서는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 이용함에 있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되며,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위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 규정이 생긴 지 10년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통환경은 장애인의 일상적 이동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임시조치로 특별하게 제공되는 교통수단이 바로 '특별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이 역시 운행 대수 부족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행위들, 그리고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조례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동권이 제약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특별교통수단 표준조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표준조례안에 대해 장애계는 많은 비판을 쏟아냈다. (관련 기사: 국토부 ‘특별교통수단 표준조례’ 시행 발표에 장애계 “깊은 아쉬움” 지적)

 

현장의 고민과 온도를 담아낸 표준조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 이를 위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표준조례안 개발 연구를 7월부터 시행했다. 장추련은 16개 지자체의 약 280개에 달하는 교통약자 이동 관련 조례들을 분석하고, 강원, 경기, 대구, 그리고 제주 지역에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현재 연구는 마무리되었고, 이 내용으로 12월까지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과 법안 개정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추련은 16일 오후 2시, 이룸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연구 결과와 함의를 공유했다.

 

 

16일 오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인권이 보장되는 특별교통수단 표준조례안 연구'를 주제로 발제하는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광역 이동 문제, 지켜지지 않는 24시간 운영 원칙 등 문제 보정 위한 내용 담겨야

"특별교통수단은 대중교통 차별에 대응한 '적극적 구제수단'…. 여기서도 차별받으면 안 돼"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이번 연구 과정 중 지역별 심층 면접을 진행한 결과, 가장 많은 어려움으로 언급되었던 것이 인접 지역이나 광역단위 안에서의 이동에 대한 문제였다"라고 지적했다.

 

장추련 분석 결과, 일부 지자체가 인접 시·군 혹은 주변 광역지역으로 확대 운영 규정이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운행 범위를 명문화한 조례는 없다. 또한, 관외 지역 운영 규정이 있어 다른 지역으로 가더라도, 그 지역에 관외 이동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출발 지역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 사무국장은 "그렇다고 원거리 이동을 무한정 확대할 경우, 관내 장애인의 이용이 어렵고 배차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심층 면접 중 한 사례자는 '통합환승 시스템'이라도 갖춰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 간 경계 지점에서 쉽게 환승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던 부분은 특별교통수단이 24시간 운영되지 않는 것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교통약자편의증진법과 조례에서는 '24시간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운행 대수는 이용 수요를 고려해 시간대별로 다르게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는 조례가 많았다"라며 "또한, 이동지원센터가 24시간 운영되지 않는 지역도 많아 실제로는 '24시간 운영'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교통수단이 늘 부족하다 보니, 지자체들은 대상을 한정함과 동시에 '페널티'를 부과해 운영자 중심적인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페널티는 차량이 도착한 후 10분 이상 지나도 타지 않는 경우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객인 이용인에게 부과하는 행위는 사회적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는 결국 장애인을 비하하는 사회적 시선이 그대로 담겨있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 기준 △대중교통에 준하는 이용 요금 △비휠체어용 차량 활용에 대한 검토 △특별교통수단 운전자의 부족한 인권 감수성 △까다로운 이용자 신청 및 등록방식 △장애인 당사자 의견 수렴 체계 미비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김 사무국장은 "이러한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이들이 '차량 대수 확대'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개편을 앞두고, 특별교통수단 이용자가 현행 3급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량 대수 확대에 대한 요구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차량 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과연 특별교통수단일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심층 면접에서 지하철이 있는 대구 지역의 경우 대부분 장애인 당사자가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었고, 지하철이 닿지 않는 지역에 갈 때나 KTX를 이용할 수 없는 지역으로 시외 이동을 할 때 어쩔 수 없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특별교통수단이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특별교통수단은 대중교통 이용에서 차별을 겪는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 구제조치'"라며 "그런데 이렇게 차별에 대한 대체수단으로 제공되는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또다시 차별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명 지하철이 있는 대도시에서 장애인은 훨씬 자유롭다"라며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특별교통수단이 필요 없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교통환경이므로, 이러한 과정에서 제공되고 있는 특별교통수단은 당사자의 권리에 초점을 두고 운영되어야 하고, 표준조례안 역시 이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진영 변호사, 양유진 활동가, 정규철 사무관.

 

"특별교통수단이 의미 있기 위해서는 정부 역시 책임 있는 결단 내려야"

 

장애인의 이동권은 특별교통수단이 아닌, 대중교통의 차별없는 이용을 통해 확보된다는 이야기에 토론자들 역시 동의를 표했다. 

 

장추련 자문인 김진영 법률사무소 내일 변호사는 대중교통, 특히 택시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 뉴욕시 사례를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 뉴욕시에는 택시가 세 종류로 나뉘는데, 뉴욕 시내 전역에서 운행하는 '옐로우택시'는 2020년까지, 일부 지역에서 운행하는 '그린택시'는 2024년까지 전체 택시 중 50%를, 그리고 일반 택시보다 규모가 큰 '블랙택시'는 100% 휠체어 이용 가능 택시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휠체어 접근가능 택시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지원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노쇼(예약했으나 나타나지 않는 경우)'의 경우 약 5달러(한화 약 5500원)의 취소 비용을 내면 된다. 이것도 일주일에 2번까지만 청구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열 번 예약 후 취소를 하더라도, 취소 비용은 두 번까지만 내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비장애인과 똑같이 길에서 택시를 잡아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양유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에서 특별교통수단과 함께 ‘0순위’로 요구하는 것이 바로 보편적 대중교통수단에서의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이라며 “단순히 장애인‘만’ 이용하는 교통수단 확대가 아니라, 모두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장애인도 배제되지 않는 방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차별로 인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특별교통수단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활동가는 “이는 단순히 ‘지자체간 통일된 서비스 제공’을 규정하는 표준조례안 제시만으로는 수습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표준조례안이 가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한계들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교통수단 표준조례안이 글자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내용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대중교통수단에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특별교통수단 공적 운영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특별교통수단 이용자 권리 보장 및 중앙정부 책임 강화 △다양한 특별교통수단 확대에 대한 고민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에 따른 이동 기준 마련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특별교통수단 표준조례안 개발을 해온 정규철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 교통안전복지관 사무관은 “오늘 제기된 많은 문제점은 다양한 장애인단체들의 의견 표명을 통해 이미 인지하고 있고, 국토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다”라며 “특히 특별교통수단이 본질적으로는 ‘휠체어 이용 가능 특장차’를 의미하는 만큼,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이용대상자 기준에 관해서 고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긴 대기시간에 관한 민원이 많아 차량 대수는 늘리는 것이 맞다고 우리도 생각하고 있으나, 운전기사 고용 확대는 현행 보조금법상 중앙정부에서 지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부분은 법 개정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여러 각도에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무관은 “오늘 토론회에 참여해서 또 많은 지점을 배우고 간다”라며 “앞으로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자체 연구와 더불어 장애인 당사자 의견도 상시적으로 듣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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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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