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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경유하여, 연고 없는 삶의 이유를 말하다
[무연고사 기획_서문] 애도 되지 못한 슬픔, '처리'되는 죽음
등록일 [ 2018년11월19일 19시12분 ]

서울시립 용미리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 내부.


연고(緣故)
1. 사유(事由)(일의 까닭) 2. 혈통, 정분, 법률 따위로 맺어진 관계 3. 인연(因緣)(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까닭 없이 태어나 연고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세계에 내던져진 이들은 각자의 몫을 살면서 자기만의 생의 이유를 만든다.

 

그러나 만약 그가 죽은 후, 법적 혈연 가족이 없거나/알 수 없거나/시신 인수를 거부한다면 그는 무연고(無緣故) 사망자로 판정된다. 무연고 사망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무연고 사망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271명, 2014년 1379명, 2015년 1676명, 2016년 1820명, 그리고 2017년엔 2010명으로 연간 평균 184.8명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무연고 사망자만 129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3년 한 해 사망자보다 높은 수치다. 무연고 사망자 성별은 남성이 70%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현재 보건복지부의 통계는 정확하지 않다. 무연고 사망자를 담당하는 부서가 지자체별로 각각 달라 어떻게 집계하느냐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무연고 사망 공고문을 보면 담당 부서가 구청 노인장애인과, 사회복지과 등 제각각으로 통계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무연고사로 처리되더라도, 무연고사 통계에 넣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사법)’ 제12조는 무연고자의 시신을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장 등은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에 대해 중앙일간신문 또는 시·도 홈페이지에 공고하여야 한다. 공고엔 이름, 주소, 성별, 나이, 사망일, 사망원인과 같은 인적사항과 시신의 ‘발생’ 상황, 매장·화장·봉안의 장소, 시기 및 기간, 연락처 등을 기재한다. 만약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0년간 보관하다가 “처리”한다. 여기까지가 법에 명시된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에 관한 행정절차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보건복지부 지침 ‘장사업무안내’ 중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 매뉴얼’에서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무연고 시신이 되는 경우는 세 가지다.

 

①연고자가 없는 시신
②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해당)
③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등의 시신

 

여기서 연고자란, 장사법 제2조 16항에 따르면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 부모 외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이다. 사망 전 치료·보호 또는 관리하고 있던 행정기관이나 치료·보호기관의 장도 법적 연고자로 가능하나 현실에선 주로 제한적으로 혈연 가족만이 해당한다. 현재는 아무리 친밀하게 지낸 사람이라도 ‘법적 가족’이 아니라면 시신을 인수하여 장례를 치르기 어렵다.

 

서울시립 용미리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 안치된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함.
 

- 가족들, 병원비와 장례식 비용으로 시신 인수 거부… ‘경제적 이유 커’

 

가족들은 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걸까? 무연고자 장례를 진행하는 시민사회단체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많은 경우 오랜 기간 가족관계 사이가 단절되어 가족을 찾을 수 없거나, 혹은 가족에게 연락이 닿아도 시신이 병원에 안치된 기간의 병원비와 장례식 비용을 가족이 감당할 수 없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사망자에게 ‘실제 연고자가 없어서’이기보다 경제적 이유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죽음이 시장에 맡겨진 오늘날의 현상과 긴밀하게 닿아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2015년 5월부터 장례비용에 거품을 뺀 ‘착한 장례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평균 장례비용 1200만 원의 절반가인 600만 원에 장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이용할 수 있는 장례식장은 서울의료원뿐이며, 화장시설은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그리고 서울 시립 용미리 묘지로 매우 제한적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장제급여가 75만 원인 현실을 고려하면 가난한 이에겐 600만 원도 결코 저렴한 비용은 아니다.

 

무연고자와 저소득층의 장례 지원에 대한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자, 서울시는 올해 9월 23일부터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공영장례란 무연고자 및 저소득층이 사망하는 경우 서울시가 빈소를 마련해 장례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조례에 따라 서울시는 인력, 물품, 장소, 차량 등을 지원할 수 있는데 지원 수준은 시장이 정한다. 올해 저소득 시민장례지원 ‘그리다’ 시범 운영에서 서울시가 지원한 수준은 빈소, 근조바구니, 영정사진, 제물, 종교의식 등으로 50만 원 상당의 현물지원에 그쳤다.

 

턱없이 낮은 지원 수준과 함께 대상자 문제도 비판받고 있다. 제정 과정에서 애초 서울시가 내놓은 조례안 지원 대상자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빠지는 등의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후 빈곤·시민단체의 문제제기로 “장제급여를 받는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으로서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사망자”라고 명시하여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나, 구체적인 요건은 ‘시행규칙으로 정한다’고 단서를 달아 모호하게 됐다. 현재 시행규칙은 제정 중이다.

 

- 무연고자의 연고자(유족), 죽음 이후의 삶, 예비 무연고자의 존재

 

문제는 무연고사한 이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무연고 사망자라는 존재 맞은편엔 ‘가족을 무연고자로 만들 수밖에 없는’ 유족이 있다. ‘무연고자의 연고자’인 가족은 시신 인수를 거부하려면 ‘시신처리 위임서’를 작성해야 한다.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무연고자 장례식엔 가끔 시신을 위임할 수밖에 없었던 유족이 참석한다. 그들은 이렇게나마 가족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가족을 무연고자로 만들었다는 묵직한 죄책감을 느낀다.

 

죽음 이후에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사망신고이다. 무연고 사망자 209명의 삶을 추적한 책 ‘남자 혼자 죽다’(성유진 외 2명, 생각의힘, 2017)에 소개된 사례는 이렇다. 남편이 무연고자로 사망한 후 ㄱ 씨는 미성년자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ㄱ 씨는 한부모가정 지원금이라도 받고자 주민센터에 갔으나 '남편이 근로 능력이 있어 지원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ㄱ 씨는 남편을 무연고 처리했으니 정부에서 사망신고도 해주는 줄 알았던 거다. 주민센터에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사망진단서가 없다며 거절당했다. 그래서 병원에 찾아가 사망진단서를 달라고 하니 병원은 과거 남편의 시신 보관료를 내라고 했다. 돈이 없다고 사정사정하자 그제야 병원은 논의 후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이후 병원에게서 온 연락은 없다. 나눔과나눔에도 유사한 사례가 접수된 적이 있다. 아버지가 무연고자로 사망한 후 암에 걸린 아들이 의료급여라도 받고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려 했으나 아버지의 사망신고가 되지 않아 수급자 신청을 하지 못했고, 아들은 결국 어떠한 사회복지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그 또한 무연고자로 사망한 것이다. 이렇게 ‘죽음 이후의 삶’이 있지만, 죽음 이후의 과정 또한 살아생전의 삶만큼이나 불공평하다.

 

한편엔 이를 지켜보는 ‘예비 무연고자’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쪽방에 산다. 자신도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것이 두려운 이들은 매달 받는 수급비에서 몇만 원씩을 따로 떼어 자신의 장례비를 준비하기도 한다. 자신이 죽은 후 영정 사진 앞에 향을 피워줄 사람들에게 음식이라도 대접하고, 그럴듯한 장례식은 치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간다운 마지막 시간을 갖기 위한 준비인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이들 마지막 모습은 존엄하지 않다. 삶이 그러하듯, 죽음도 존엄하기 위해선 그것을 명시한 제도(법)가 필요하나 현재의 법은 이들 죽음을 마치 물건처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7일, 무연고 사망자 합동 위령제가 추모의 집 앞에서 진행됐다. 추모의 집에 안치된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해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있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
 

- 죽음 이후에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 무연고사

 

따라서 무연고사를 다룬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이들의 죽음이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 사회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산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현재는 행정적으로 ‘무연고자’가 되어버리는 순간, 애도 되어야 할 죽음은 단지 처리되고 만다. 우리사회 한 구성원이었던 어떤 이의 죽음을 사회는 이렇게 ‘처리’해버려도 괜찮은가. 삶이 존엄하다면 죽음도 존엄하게 다뤄져야 하지 않겠는가.

 

비마이너는 앞으로 두 달간 무연고사 비율이 높게 나타난 집단(50대 남성)의 삶을 추적하여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복원해보고, 가족을 무연고자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어 쪽방에 사는 예비 무연고자들의 삶,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죽음, 시장에 맡겨진 현재의 장례 문화, 사망신고를 비롯한 죽음 이후의 삶 등에 관해 보도한다. 가족이 아닌 NPO가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일본 사례를 통해 대안을 강구하며 다른 죽음/삶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마치 아파트처럼 봉안당에도 로열층이 있다. 사람의 시선이 닿는 층은 맨 아랫단과 맨 윗단보다 가격이 높다. 고립사 이전에 고립생이 있듯 생과 사는 맞닿아있고, 그렇게 죽음의 차별은 생의 차별과도 이어진다. 따라서 무연고사는 죽음 이후에까지 따라붙는 지독하게 끈질긴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다. 여전히 가족 내의 일로 맡겨진 죽음과 이미 ‘시장’에 넘어가 버린 죽음, 그 사이의 어느 구멍에 빠져 이 사회가 치워버린 죽음과 삶을 꺼내어 이 사회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면 죽음을 다루는 사회의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는 삶에서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을 경유하여 다시 삶에 이르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떠한 말을 걸어올까.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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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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