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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조사표 두고 갑론을박 “예산 늘려야 유형별 욕구 반영할 수 있어”
조사표에 유형별 욕구 반영하라 vs 새로운 서비스 개발해야
박경석 대표 “장애 유형별 서비스 욕구 반영은 예산 확보에 달려있어”
등록일 [ 2018년11월19일 19시08분 ]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두 달 만에 장애등급제를 대체할 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했지만, 장애계는 달라진 게 없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 주최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장애계, 지난 토론회 이어 똑같은 조사표 가져온 복지부에 쓴소리
조사표에 유형별 욕구 반영하라 vs 새로운 서비스 개발해야

 

앞서 복지부는 9월 3일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장애인단체 토론회’에서 내년 7월 일상지원서비스 영역에서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이후 새롭게 도입될 종합조사도구를 공개했다. 일상지원영역은 활동지원서비스, 거주시설 입소, 보조기기, 응급안전 서비스(야간순회, 응급알림e)로 총 4개 서비스가 포함된다. 복지부는 서비스 필요도를 종합조사표를 통해 책정하여 지원한다고 했으나 4가지 서비스 중 종합조사표로 급여량을 결정하는 서비스는 결국 ‘활동지원’밖에 없다.

 

현재의 활동지원서비스 인정조사표와 내년 7월 시행할 일상지원서비스 종합조사도구를 비교하면 하루 급여 최대 시간은 14.7시간에서 16.84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장애등급제 3차 시범사업에서 기존 활동지원 수급자 1,886명을 대상으로 종합조사표를 적용한 결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5시간이 최대였다. 현재 종합조사표에 따르면 최대 시간(하루 16.84시간)을 받기 위해선 최중증사지마비에 정신적 장애까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며 “유형별 욕구를 반영한 서비스 다양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애등급제 폐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복지부는 “의견을 잘 모아 등급제 폐지 정책이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2개월이 지나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도 지난 토론회 자료와 똑같은 내용을 들고나와 장애계의 빈축을 샀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팀장이 발언하는 모습.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팀장은 “토론회 한 지 2개월이 지났는데 복지부가 어떤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그동안 내부에서 어떤 논의를 했고, 어떻게 할 것인지 오늘 밝혀야 하지 않았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기능 제한 영역 평가 지표는 시각장애인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시각장애뿐 아니라 이 지표 자체가 운동성 장애와 관련 있다 보니 감각장애 쪽은 배제하고 있는데, 폭넓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한국농아인협회 부장은 “조사표에서 청각장애인 의사소통 지원에 관한 부분이 빠져 유감”이라며 “일상을 음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수어로 영유하는 사람도 있음을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윤선희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사무총장은 “정신장애인은 신체기능이나 인지기능에 별문제가 없으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동을 통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어렵다”며 “현재 조사표를 보면 신체기능에 대한 가중치가 매우 커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역할 장애가 기능제한보다 크게 나타나 사회활동 영역에 ‘사회적 관계 철회’, ‘만성적 무기력’, ‘여가 및 관심의 추구’ 등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15개 장애 유형 욕구를 모두 활동지원시간을 계산하는 ‘돌봄지원 필요도 평가’에 넣어 점수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종족 전쟁”이라며 “활동지원서비스 외에도 장애 유형별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장애 유형에 대한 욕구 조사는 ‘복지 욕구 조사’에서 반영하면 된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선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대표 “장애 유형별 서비스 욕구 반영은 예산 확보에 달려있어”

 

즉, 유형별 서비스 욕구가 충분히 반영되기 위해선 결국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안은 올해 예산보다 약 5천억 원이 증액된 2조 7천억 원에 불과하다. 예산안을 살펴보면 31년 만에 장애등급제 폐지에 맞춘 획기적인 예산 확보가 이뤄지긴커녕 자연증가분만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장애계의 요구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4천억 원 더 증액한 3조 1천억 원이 향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아래 예결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정순길 보건복지부 서기관이 발언하는 모습.

 

이날 정순길 보건복지부 서기관은 현재 장애인정책국 예산이 OECD 국가에 비해 낮음을 인정했다. 정 서기관은 “17년 기준 OECD 장애인복지예산은 평균 8조 원 수준”이라며 “이는 정부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숫자지만, 이번에 장애계가 여러 예산심의과정에서 의견 전달하고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을 보면서 불가능한 수치가 아님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정 서기관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안에 따른 종합조사표에 대한 복지부 입장도 밝혔다. 그는 “장애인 관련 예산을 계량화하는 나라는 영국과 일본 정도밖에 없다”며 “사례관리자의 질적 평가와 일상에 관한 면담 등 장기적 방향에는 충분히 동의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과도기를 거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조사를 통해 균일한 체계를 만들고 질적 평가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견해를 내놨다. 복지부는 11~12월에 종합조사표를 모의적용해 데이터를 분석한 후, 내년 초에 수정한 조사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예산 확보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중요한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에서 4천억 원 증액 편성했으나 예결위에 올라가면 퇴짜맞는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장애계가 사다리에 쇠사슬 메고 원내대표 면담 약속 잡고 다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국회에 예산 확대를 촉구하며 지난 10월 26일부터 국회 앞 농성을 시작으로 지난 6일에는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걸고 당대표 면담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예결위 회의를 하루 앞둔 14일에는 또다시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걸고 국회 정문 앞을 에워싼 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증액된 예산안 통과를 촉구했다.

 

현재 이들은 △장애인연금 대상 중증(1~3급)으로 확대 △개인유형별 맞춤형 다양한 서비스 확대 및 예산 보장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예산 확대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입소 금지 및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을 위해 내년도 예산은 3조 1천억 원이 아니라, 4천억 원 더 증액한 3조 5천억 원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매년 1조 5천억 원씩 예산을 증액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OECD 장애인복지예산 평균인 8조 원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복지부가 장애등급제 폐지는 과도기 과정이 필요하다는데 장기적으로 5년 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서 “현재의 종합조사도구는 누구를 위한 객관인지 모르겠다. 우리끼리 살점 뜯어먹게 만드는 조사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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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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