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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부모 절규 “다음 죽음은 나일지 몰라… 주간활동서비스 예산 확대 절실”
발달장애인 자녀 양육 홀로 감당하던 엄마 사망 소식에 “더이상 죽이지 말라”
문 대통령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약속했지만 예산은 1인당 15만 3천 원뿐
등록일 [ 2018년11월20일 16시59분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실질적 이행을 담보할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며칠 전 발생한 발달장애인 부모와 당사자의 잇따른 사망 소식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발달장애 부모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발달장애인 가족과 당사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300여 명은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에서 자폐성장애 아들을 홀로 양육하던 ㄱ 씨가 투신자살하고, 14일엔 서울 강동에 사는 발달장애인 ㄴ 씨(지적장애 2급, 35세)가 부모 없는 사이 사망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관련 기사 : 발달장애 자녀 양육 홀로 감당하던 엄마, 스스로 목숨 끊어)

 

비극적 사건을 접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지역사회가 아닌 가족에게만 맡겨져 있는 현실 때문에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실질적 이행을 담보할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얼굴 없는 영정사진 앞에 국화가 놓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실질적 이행을 담보할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부모연대는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양육 부담 해소를 위해 주간활동서비스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나, 이 대책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2019년 예산안을 보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은 총 346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265억 원가량 증액되었다. 그러나 이는 이전까지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이 너무 적었기에 대폭 상승해 보이는 것일 뿐,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운 예산이라고 부모연대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가장 긴급하게 요구하는 사업인 '주간활동지원 서비스'의 경우, 낮 시간 돌봄을 필요로하는 발달장애 성인은 약 15만 명이지만,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은 이 중 1%에 불과한 단 150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평균 서비스 이용시간 역시 하루 4시간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인 8시간의 절반 수준이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이 낮 시간 동안 충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려면 정부가 편성한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주간활동지원 서비스 이용 대상자를 5000명으로 늘리기 위해 현재 116억 원으로 책정되어있는 주간활동서비스 예산을 400여억 원으로 늘릴 것을 촉구했다. 그밖에도 부모연대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운영 지원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 발달장애인 3급까지 확대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 대상 확대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 대상 확대 등을 위한 예산 확대 역시 요구했다.

 

김수연 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수연 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은 "지난 15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보며, 나를 비롯한 모든 발달장애인 엄마들이 '다음은 내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김 지부장은 "발달장애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갈 곳이 없는 현실에서, 부모는 홀로 양육을 감당하며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 직면하게 된다"라며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면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주간활동서비스부터라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경기도에는 발달장애인이 4만9천 명 정도 살고 있다. 그런데 주간활동지원서비스는 겨우 300명에게 지원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하며 "대체 얼마나 더 많이 죽어야 예산을 확대할 것인가. 국회의원들은 더는 이 죽음들을 외면하지 말고 예산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부모들의 분노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섞여 있었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지난 4월 대규모 집회를 두 차례 열었다.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209명이 삭발을 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 앞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주간활동서비스 제도화 약속에 이어 지난 9월 12일에는 청와대 영빈관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을 초대,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임기 내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신애 부모연대 경북지부장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희망이 생겼다. 우리 자녀들도 학교를 졸업하고 낮 시간에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절망적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소식에 참담하고 화나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부장은 "10년 전, 부모들의 투쟁으로 발달장애인의 교육권이 미약하나마 보장되었으나 그 이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지난 10년간에도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의 죽음은 계속되었다. 이제는 정말 이 죽음을 끝내야 하지 않나. 분노의 마음으로 예산 반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며칠 전 발생한 발달장애인 부모와 당사자의 잇따른 사망 소식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발달장애 부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최용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말로만 '장애인의 삶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결국 예산은 확보하지 않는 기만적 행보는 장애등급제 폐지 예산에 이어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에서도 보이고 있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발달장애인 예산이 346억 원이라는데, 이를 전국 발달장애인 22만5천 명으로 나눠보면, 한 사람당 15만 3천 원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그것도 연간 지원금액이므로, 결국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은 한 달에 1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이 정도 예산을 책정해놓고 '국가가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홍보하는 것은 너무 기만적이지 않은가"라고 비판하며 "정부와 국회는 엄연한 국민인 장애인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을 실질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가 끝난 후, 부모연대 각 지역 지부장들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나 발달장애 지원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설명한 후 증액을 요구했다. 그리고 다른 참여자들은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얼굴 없는 영정사진 앞에 헌화하며 사망한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추모했다.

 

얼굴 없는 영정사진 앞에 헌화하는 발달장애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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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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