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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상한 몸’과 살아가는 장애여성들의 이야기
장애여성공감, 20주년 기념 책 ‘어쩌면 이상한 몸’ 발간 북콘서트 열어
등록일 [ 2018년11월22일 16시43분 ]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장애여성운동을 이끌어온 장애여성공감이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발간한 책 ‘어쩌면 이상한 몸’ 북콘서트를 20일 오후 7시 30분 창비서교빌딩에서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재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박승원 기자.


‘이상한 몸’들의 역사가 한 권의 책에 담겼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장애여성운동을 이끌어온 장애여성공감(아래 공감)이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발간한 책 ‘어쩌면 이상한 몸’ 북콘서트를 20일 오후 7시 30분 창비서교빌딩에서 열었다.

 

1998년 2월 공감이 창립했다. 공감은 기존에 ‘여성 장애인’으로 불린 이들의 삶을 ‘여성’이나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분절하는 것이 아닌 ‘장애여성’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내며 이에 대한 운동과 담론을 만들어냈다. 공감이 펴낸 ‘어쩌면 이상한 몸’은 통증, 나이 듦, 섹스, 몸, 양육, 활동보조 등을 키워드로 장애와 젠더가 교차하는 삶의 맥락을 당사자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 책을 통해 장애여성운동의 역사와 함께 장애여성들이 장애와 함께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알 수 있다.

 

책에서 ‘몸’을 주제로 글을 쓴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는 “책에 저를 드러낼 수 있도록 쓰고 싶었는데 계속 위축되는 마음은 뭘까, 고민했다. 공감 활동하면서 이러저러한 몸에 대한 코멘트를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제 몸을 어떻게 구성했는지도 생각하게 됐는데, 공감에서 이러한 기회로 책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재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지보이스’ 음악감독,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북콘서트엔 이번 책에 참여한 조미경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서지원 극단 춤추는허리 연출, 조화영 장애여성공감 회원, 안인선 장애여성공감 회원이 이야기손님으로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북콘서트에선 내내 웃음이 터졌다. 그날의 현장을 전한다. 

 

‘어쩌면 이상한 몸’ 북콘서트를 20일 오후 7시 30분 창비서교빌딩에서 열었다. 박승원 기자.
 

- 이상한 몸과 살아간다는 것 : 어떤 순간 장애를 가진 몸을 인식하게 되었는가.

 

조미경(아래 미경) : 전 어렸을 때 제게 장애가 있다는 걸 몰랐어요. 저희 동네에 선교하는 분들이 오셨는데 맨날 같은 성경 구절을 읽어요.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전 사실 별로 안 걷고 싶은데 ‘걷고 싶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걷고 싶어요” 하니깐 “잘 만났네” 그러는 거예요. 그때 내가 다른 몸을 가졌구나, 생각했어요.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특수학교에서조차 입학을 거부당했어요. 나는 내 장애가 문제가 되는지 몰랐는데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이렇게 사회로부터 거부당하는구나, 하고. 그러면서 동네 친구들이 더는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으면서 사회적으로 고립을 경험했죠. 사실 이 사회에서 우린 다 다르고 공통점 찾기가 더 힘들 수도 있는데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것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어요. ‘이상한 몸’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면서, 저는 평화주의자인데 사회가 투쟁하게 만들어요(웃음).

 

안인선(아래 인선) : 저는 제 몸과 살아가는 게 익숙해요. 장애인으로서 내가 나를 생각하면 ‘정상’이거든요(웃음). 그런데 남이 보면 ‘이상한 몸’이에요.

 

조화영 씨가 이야기하고 있다. 박승원 기자.
 

조화영(아래 화영) : 중학교 1학년 때 중간고사 시험을 봤는데 하나도 몰라서 그냥 제출했어요. 담임선생님이 불러서 교무실 갔는데 선생님이 작은 소리로 이야기해요. 제가 지적장애 2급이라고. ‘제가 왜 지적이에요? 지적이 뭐에요?’ 했어요. 선생님이 창피한가 봐요. 작은 소리로 ‘그건 집에 가서 물어봐’ 했어요.

 

서지원(아래 지원) : 제가 깜빡하고 이야기 못 한 게 있는데, 음성통역 부탁할게요. 저는 이렇게 제 장애를 깜빡해요(다들 폭소). 어릴 때 저도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 제 언니가 두 발로 걷는 게 더 이상했어요. 나는 무릎으로 걷는데 쟤는 왜 두 발로 걸을까? 초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생각한 거 같아요. 제가 중증이라고 느낀 건 선생님이 번호를 꼴찌로 매겼을 때. ‘왜 나는 꼴찌야?’ 물어보니 ‘니가 중증이라 그래’(웃음). 전 특수학교 다녔고 친구들도 다 장애인이었어요. 아, 내가 중증? 초등학교 3, 4학년 때 알았어요.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박승원 기자.

 

- 활동보조가 제도화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이 제정돼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체감하시나요?

 

배복주(아래 복주) : 조금 변화된 것도 있고 한계도 있죠. 장애인들이 신변보조 같은 걸 자원봉사자나 가족한테 감정적인 의존 상태에서 받다가, 활동보조가 제도화되면서 권리로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자기 신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부분은 많이 보완됐어요. 자원봉사자나 가족이 아닌 사람, 즉 관계적으로 감정 소모가 덜하게 만들어진 것은 필요하고 긍정적이죠. 그러나 공감에선 활보와의 관계를 어떻게 지속해서 평등한 관계로 이끌어갈 것인가, 고민해요. 계속해서 자기 몸을 보조받다 보면 권력 관계가 형성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사생활권은 어떻게 보장될까, 공감에서 고민하는 한 면이죠. 제도가 시행되면서 시행 목적을 그대로 유지하기엔 늘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장차법은 굉장히 좋은 취지에서 만들었으나 이 법을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권고가 내려지기까지 기다림도 있고, 권고만으로 끝난 채 강제 조치되는 게 아니기에 구제는 생각보단 많지 않아요. 그러나 장애인 차별이라는 것이 법으로 만들어지고 차별로서 인식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개별법으로 존재하는 장차법이 잘 작동되기 위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북콘서트를 하는 모습. 박승원 기자.
 

- 노동하며 관계 맺는 몸 : 화영님은 피플퍼스트, 춤추는 허리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데 공감에서 하는 일과 다른 데서 하는 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화영 : 공감 오기 전엔 복지관에서 직업훈련 받았는데 선생님들이 장애 있는 사람들을 초등학교 어린이 수준으로 대했어요. 의사 전혀 안 물어보고 만지고, 폭력도 있었고. 장애남성분이 있었는데 뭐 잘못하면 손찌검하고 폭력들이 많이 있었어요. 공감은 천천히 소통하고 복지관과는 정말 다른 거 같아요.

 

- 인선님은 자동차 판매 일을 오래 하셨는데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일하는 게 어떠하셨나요? 

 

인선 : 제 나름대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깨기 위해 노력했어요. 열심히 일하면 장애인이라고 늘 도와주고 배려해주지 않아도 잘한다고, 그런 변화를 가져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나 혼자 되는 건 진짜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사회는 장애인 기준으로 맞춰주지 않아요. 내가 요구한다고 해도 반영되지 않고 결국은 내가 맞춰서 적응해야 해요. 장애인으로서 일한다는 게 진짜 쉽지 않아요. 사회에서도 제가 일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저랑 저희 남편이 함께 있으면 저희 남편을 영업사원으로 착각하고 저를 손님으로 착각하기도 해요. 영업하는 친구들 보면 사실 저보다 일이 더 늦어요. 제가 늦으면 장애인이어서 늦는 건데 그가 늦으면 당연한 거고, 내가 한번 실수하면 엄청 큰 실수한 거 같고 그들이 실수 한 두 번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돼요. 웬만하면 실수 안 하려 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려고 하는데 일반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나 판단이 참 잘못됐죠.

 

북콘서트에 앞서 춤추는허리와 수수의 공연이 있었다. 오프닝공연에서 공연을 하는 서지원 춤추는허리 대표. 박승원 기자.
 

- 지원님은 춤추는허리에서 배우이자 연출, 대표까지 맡고 계신데요.

 

지원 : 사실 이렇게 활동하기까지 되게 오래 걸렸어요. 왜냐면 한 번도 제게 누군가가 니가 한번 해봐, 라고 말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활동하면서 되게 어려운 것은 어떻게 말을 하고 관계 맺어야 하는지,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극장 찾기도 어렵고 연습실 찾기도 어려워요.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지금도 저희가 공연하고 나면 ‘내용 좋아요’가 아니라 ‘그런 몸으로 어떻게 연극을 해요? 감동했어요’ 그런 이야길 많이 듣거든요. 그래도 저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해서 찾고 있어요.

 

미경 : 돌봄노동이란 게 있잖아요. 우리는 서로가 의존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공감에선 이야기해요. 우리사회는 ‘돌봄받는 사람’도 ‘돌봄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제가 골절되면 숨 쉬는 것도 어렵기에 8개월 정도 누워있는 때도 있어요. 그때 저는 ‘돌봄노동을 받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데 저는 꼼짝 않는 상황에도 여러 사람을 아우르며 돌보는 상태거든요. 꼼짝 않는 상황에서 돌봄노동을 어떻게 하느냐, 마음으로(웃음). 입으로, 눈빛으로(웃음). 그렇게 돌봄노동하는데 그게 인정되지 않는 게 문제죠. 돌봄이란 타인을 살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살게 하기도 해요.

 

- 몸의 고통과 쾌락 : 장애여성공감은 몸과 섹슈얼리티 담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복주 : 이제까지 공감에서 많은 시도를 해왔어요. ‘수요일 저녁 모임’이라고 해서 ‘수저모’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장애여성이 모여 야한 이야기하는 시간이에요. 이를테면 섹스 이야기. 섹스 경험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섹스에 대해 불편한 경험이 있는 사람, 좋은 경험이 있는 사람 등이 있죠. 기억나는 것은 섹스할 때 우리 몸에 ‘정상 체위’가 맞느냐, 정말 즐거운 섹스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들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저의 큰 가슴에 대한 고통이 너무 커요. 그래서 큰 가슴으로 고통받는 커뮤니티도 만들어보고. 여성운동에서 브래지어 벗어버리자, 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나한테 브래지어는 의료기구거든요. 안 하면 어깨 아프고 힘들어요. 장애여성과는 섹스 이야기, 비장애여성과는 가슴 이야기하면서 공감에서 몸에 대한 이야길 다방면으로 하고, 자기 장애를 분석하는 이야기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조미경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박승원 기자.
 

- 즐거움엔 고통이 따르기도 해요. 미경님은 익숙해지지 않는 통증에 관해 이야기하셨어요.

 

미경 : 저는 뼈가 쉽게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 장애를 갖고 있어요. 밤에 갑자기 재채기하거나 기침하는 것만으로도 갈비뼈에 금이 가서 다음날 못 만나게 될 정도로 수없이 골절을 경험하며 살아가요. 책 작업하면서 제 작업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사실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장애보다 몸에 위계를 매기고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 사회에서 예측 불가능한 나의 장애가 ‘불안한 상태’가 되는 거예요.
‘뼈아픈 이야기’ 이런 표현 쓰잖아요. 뼈 부러진다는 것은 엄청난 통증을 동반해요. 전 웬만한 통증은 이제 잘 참아요. 그런데 요즘은 팔꿈치와 팔목 관절에 무리가 가서 통증이 너무 심해요. 내가 내일 아침에도 출근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출근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출퇴근하는 활동을 앞으로 오래 하진 못할 거 같은데 그 시간이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 이제까진 참을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참을만하지 않아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기에요. 예전엔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이젠 정신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거죠. 앞으로의 과제는 이 시대와 부합하지 않는 이런 몸을 가지고 어떻게 제가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대안들을 만들어갈 것인가, 사회에 무엇을 요구하면서 나는 즐거움을 찾아 나갈 것인지 집중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어요.

 

- 20년간 열심히 활동한 장애여성공감, 어디로 갈까 많이 궁금하실 거 같아요. 장애여성은 누구이고 장애여성운동은 무엇인가요.

 

미경 : 환영받지 못하고 권력 갖지 못하고 그래서 자원이 없는 여성은 태생이 교차하는 차별, 복합차별을 경험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에 ‘이상한 몸’이라고 지적된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찾고 교차하는 점을 찾고 시대의 불화, 불구의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인 거 같아요. 그러니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해요(웃음).

 

복주 : 공감은 모든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데요, 차별금지법이 그 답이 되진 못하겠으나 그거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해왔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의 경험을 나눌 때 운동은 풍성해지고, 저희 또한 많은 사회적 소수자의 혐오 문제에 방관하지 않고 참여하면서 사회적 소수자가 행복하게 사랑하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장애여성운동으로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북콘서트에 온 사람들. 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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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혜민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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