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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형제복지원 사건 부실 수사 31년 만에 ‘공식 사과’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만나 공식 사과, 피해자 증언 들으며 눈물 보이기도
“외압에 굴복해 진상규명 못 해… 검찰 본연의 역할 전력하겠다”
등록일 [ 2018년11월27일 20시16분 ]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및 유가족들에게 검찰의 과오를 사과하고, 향후 인권 유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박승원 기자.


"한종선 대표님을 비롯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분들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의 아픈 과거를 개인이, 그리고 그 가족들이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는 점에 왜 우리는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 아픔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는가, 하는 자문과 반성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총장으로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았을 눈물을 보이게 된 점 송구합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과거에 있었던 일처럼 압력에 굴복해 법률가로서 올바르게 처신하지 못 하는 일들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어 앞으로 이런 아픔과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직자로서, 검찰 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문무일 검찰총장)

 

검찰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사과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및 유가족들에게 검찰의 과오를 사과하고, 향후 인권 유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역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 유가족) 모임은 검찰총장의 사과를 환영하면서도, 이번 사과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및 유가족들에게 검찰의 과오를 사과하고, 향후 인권 유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가 발언하며 문무일 검찰총장을 바라보고 있다. 박승원 기자.
 

형제복지원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영문도 모른 채 수천 명의 사람이 ‘부랑인’ 낙인이 찍혀 납치·감금·폭행·강제노역을 당한 곳으로 75년부터 88년까지(시설은 87년에 폐쇄) 공식기록으로만 551명이 사망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김용원 변호사(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가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수사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전두환 정권과 검찰의 외압으로 부실한 수사가 이뤄졌고, 박 원장은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특수감금죄에 대해서는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른 행위라며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리고 무죄 판결 29년만인 지난 20일, 문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재심의 길이 열렸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을 발견했을 경우 검찰총장이 예외적으로 재심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상상고 8일 만인 27일, 문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해와 외압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오후 2시 30분경, 문 검찰총장이 이룸센터 교육실로 들어섰다. 문 총장은 미리 자리에 앉아있던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및 유가족 24명과 일일이 악수한 후 자리에 앉았다. 문 검찰총장은 "우선 너무 늦게 만남을 갖게 되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를 만나 인사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최한별 기자.
 

한종선 피해생존자모임 대표는 "검찰총장의 사과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한 발 내디딘 결정을 내리기까지, 검찰도 분명 멀고 힘든 길을 왔다는 것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형제복지원이 폐쇄된 후) 31년간,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차별을 받고, 공권력을 불신하게 된 것에 검찰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라며 "뒤늦게라도 한 발 내디딘 것에 고맙게 생각하지만, 사과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 적극적인 진상규명 노력이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담당했던 김용원 변호사도 참석했다. 김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수사하면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전원이 사회로 복귀하고, 전두환 정권의 인권유린을 온 국민에게 알리며, 박인근 원장을 엄벌할 수 있길 바랐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피해자들이 형제복지원에서 겪은 고통과 끝내 되찾지 못한 인간다운 삶에 대해 근본적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검사이자 무능한 법조인이었음을 고백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대법원은 권력에 굴복해 진실을 왜곡한 과거에 참회하며 다시 강력한 판결을 내리고, 국회는 하루빨리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및 유가족들에게 검찰의 과오를 사과하고, 향후 인권 유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승원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 “검찰이 인권침해 실상 제대로 규명했다면…” 반성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김대우 씨는 열 살 때 처음으로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귀가와 입소를 두 번 반복했다. 이 때문에 교육받아야 할 나이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형제복지원에서 나오고 나서도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교회당을 짓는다고 해서 열 살 때 흑벽돌을 찍어 그 무거운 걸 산 위로 지고 오르고, 폭력과 구타, 가혹행위를 일상으로 견디며 살았다"라며 "지옥 같은 곳에서 사느라 부모도 다 잃고, 교육을 받지 못하니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해도 잘 안 됐다. 친구도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이제라도 검찰이 자리를 만든 것에 대해 이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해생존자인 박순이 씨는 "앞서 이야기가 나왔듯, 피해생존자 대부분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엄청난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학교에 다니지 못했으니 친구도 없고, 가족이 흩어져 추석 쇨 곳도 없는 이들이 바로 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처음 형제복지원 사건이 드러났을 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있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검찰이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해 ‘진실된 사과’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문 검찰총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승원 기자.
 

이어지는 피해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문 검찰총장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 총장은 이후 '형제복지원 피해자분들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기 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닦기도 했다. 문 총장은 "(형제복지원) 피해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인권 유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 본연의 역할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문 검찰총장은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기소한 사건마저도 재판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다"며 "이런 과정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검찰총장은 "그때 검찰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했다면, 형제복지원 전체의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인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후속 조치도 이뤄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이 인권침해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은 검찰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진행 요구 △시설 인권유린 사건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 △외압에 따른 수사 축소 방지 △검찰 과오에 대한 역사적 기록 등을 요구했다.

 

한종선 대표는 "오늘 이 순간 검찰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생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함과 동시에 범죄자에겐 엄벌을 내릴 수 있는 당당한 검찰이 되길 희망한다"며 요구안을 문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

 

문 검찰총장은 예정된 일정이 끝난 후, 피해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해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석했던 피해생존자 임영택 씨는 "아직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국가 기관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들어 피해생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사과를 의미 있는 첫 단추로 여기고, 특별법 제정, 가해자 처벌, 피해자 명예회복, 그리고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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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한별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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