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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부모들 국회 본청 진입 시도, 장애인들은 국회 앞 8차선 도로 막아
예결위 예산 심의 앞두고 국회 안팎에서 ‘복지예산 확대’ 촉구하는 목소리 울려
장애인들 “‘쇠사슬 투쟁’으로 예산 증액됐는데… 이해찬 당대표 나와라”
등록일 [ 2018년11월27일 23시26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7일 오후 3시 국회 앞에서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한 시국대회를 열었다. 강혜민 기자.


국회 안팎이 내년도 장애인복지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둘러싸였다. 발달장애 부모들은 국회 본청을, 장애인 당사자들은 국회 앞 8차선 도로를 사다리와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결박한 채 점거하며 내년도 장애인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7일 오후 3시 국회 앞에서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아래 예결위)를 압박하기 위한 시국대회를 열었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장애인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사람들. 강혜민 기자.

장애인 당사자들이 국회 앞 8차선 도로를 사다리와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결박한 채 점거하며 내년도 장애인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박승원 기자.
 

복지부는 내년에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안은 사실상 자연증가분만을 반영한 수준으로 올해 예산보다 약 5천억 원이 증액된 2조 7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후 장애계의 요구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아래 복지위)에서 4천억 원 더 증액한 3조 1천억 원이 현재 예결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복지위에서 장애계 요구에 따라 증액된 예산안 내역을 보면, 활동지원 1조1505억 원(1820억 원 증액), 장애인연금 8397억 원(1295억 원 증액),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64억 원(21억 원 증액) 등이 편성됐다. 또한, 정부 예산안엔 없던 탈시설 지원 17억 원, 대구시립희망원 시범사업 4억8천만 원을 신규 편성하는 것 역시 합의했다. 복지위에서 증액된 예산은 예결위 승인을 받은 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야 비로소 확정된다. 즉, 복지위에서 예산이 대폭 증가했지만, 예결위에서 삭감되면 결국 2019년 예산은 제자리걸음이 되는 것이다.

 

전장연은 “장애인예산은 매년 복지위 등에서 증액 반영되어 예결위로 상정되었지만 모든 것이 처음부터 논의되어 너무나 쉽게 잘려나간 아픈 좌절의 경험이 있다”면서 “이번엔 국회가 시혜와 동정의 차원으로 다루지 말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각 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예결위 간사를 만났으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으로부터 적극적인 예산 반영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정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는 어떠한 확답도 받지 못했다. 전장연은 “‘노력하겠다’는 상투적·정치적 립서비스가 아니라 ‘책임지겠다’는 분명한 당 차원의 약속을 이해찬 당대표에게 요청한다”며 이해찬 당대표와의 면담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장애인연금 대상 중증(1~3급)으로 확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예산 확대 △개인·유형별 맞춤형 다양한 서비스 확대 및 예산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예산 확대 △중증장애인 노동, 이동, 교육, 문화 예산 보장을 위한 예산 등을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국회 앞 8차선 도로를 사다리와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결박한 채 점거하며 내년도 장애인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강혜민 기자.
 

- “예결위 심의 파행되면 복지부 예산안으로 통과돼… 우리 노력 물거품 될 것”

 

이날 전장연은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광주, 경북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영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이번 달 활동지원 시간을 다 써서 오늘 활동지원사가 없어 못 나올 뻔했다. 우리는 이런 간절함을 담아 이야기하는데 여전히 국회는 힘겨루기 중이다. 활동지원, 장애인연금, 주간활동서비스 등 모두 우리에겐 생명과 같은 예산”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지난 한 달 동안 국회의원을 만나 예산에 관해 말했다. 그런데 예결위가 파행되면서 예산이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만약 예결위에서 예산 심의가 안 되면 우리가 요구한 예산이 아니라 복지부 예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이제까지 우리가 노력한 게 다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몸에 쇠사슬을 감은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대표. 강혜민 기자.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대표는 “촛불로 이뤄진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람을 차별한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 정말 안 믿고 싶은데 그렇게 된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잘 사는 세상 만들고 싶은데 국회는 정말이지 변하질 않는다.”면서 “예산 없다는 말 절대로 안 믿는다. 이번에 또 속아 다음에 대통령이 바뀔 때 되면 내 나이는 70세가 되는데 그렇게 될 순 없다”고 원통해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019년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 장애등급이라는 차별의 고리를 31년 만에 푸는 해”라면서 “다시 시설에 들어가느냐, 지역사회에 사느냐, 그 결정이 장애등급제 낙인의 사슬을 푸는 투쟁에 달려 있다. 사슬 하나 몸에 걸치고 더불어민주당에 예산 약속받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31년 동안 장애인은 차별, 배제, 분리를 당해왔다. 역사적 과오를 생각하면 2019년에 편성된 장애인복지예산은 ‘껌값’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껌값’이 우리 생존의 목을 죄고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들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와의 면담을 촉구하며 국회 앞 8차선 도로를 막아섰다. 이들은 ‘31년간 장애인을 배제했던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를 의미하는 쇠사슬을 자신의 몸과 휠체어에 두르며 서로를 묶었다. 이로 인해 교통이 정체되자 경찰은 재차 해산을 요구했고, 이들은 “우리가 교통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찬 민주당대표가 국회 앞 도로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도로 점거를 이어나갔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국회 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박승원 기자.
사다리와 쇠사슬로 몸을 결박한 장애인 활동가. 박승원 기자.
 

- 발달장애 부모 100여 명,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촉구하며 국회 본청 진입 시도

 

그 시각 오후 4시,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 100여 명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위한 예산 확보를 국회에 요구하며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으나, 국회 보안요원에 의해 가로막히면서 본청 앞에 주저앉아야 했다.

 

발달장애 부모들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위한 예산 확보를 국회에 요구하며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강혜민 기자.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청와대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주간활동서비스 예산은 116억 원밖에 안 올렸다. 이는 하루 4시간 1500명만 서비스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낮 동안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게 국회는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발달장애인도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억압받는 존재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국회에서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민용순 충북부모연대 대표가 울부짖고 있다. 강혜민 기자.
 

민용순 충북부모연대 대표는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하고 대통령이 약속해도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나라에서 발달장애 부모가 어떻게 살 수 있는가. 여기 와서 이렇게 울부짖는 부모가 어디 있나. 차라리 우리를 끌어내라”면서 “우리 아들과 딸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날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절규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에서 자폐성장애 아들을 홀로 양육하던 ㄱ 씨가 투신자살하고, 14일엔 서울 강동에 사는 발달장애인 ㄴ 씨(지적장애 2급, 35세)가 부모 없는 사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관련 기사 : 발달장애 자녀 양육 홀로 감당하던 엄마, 스스로 목숨 끊어) 사건 이후, 발달장애 부모들은 “다음엔 내가 될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예산 확대를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모연대는 주간활동서비스 바우처 지원 예산안을 116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증액하고, 대상자 수도 15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월 바우처 지원 시간도 88시간에서 120시간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발달장애 부모들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위한 예산 확보를 국회에 요구하며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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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혜민 기자/사진 강혜민·박승원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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