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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예산 통과 촉구’하며 국회 담 넘은 발달장애부모 등 4명 연행
‘세계장애인의 날’ 맞아 국회 앞 투쟁 결의대회 열어
여야 간 힘겨루기 싸움으로 장애인복지예산은 뒷전… 장애계 ‘분노’
등록일 [ 2018년12월03일 20시24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세계장애인의 날’인 3일, 국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활동가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 박승원 기자.
발달장애부모 3명과 장애인권운동가 1명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장애인복지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담을 넘던 중 현장에서 체포됐다. 박승원 기자.


국회에서 여야 간 힘겨루기 싸움으로 장애인복지예산이 뒷전인 가운데, 발달장애부모 3명과 장애인권운동가 1명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장애인복지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담을 넘던 중 현장에서 체포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26번째 세계장애인의 날인 3일, 국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2019년 7월은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로 장애인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해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안은 사실상 자연증가분만을 반영한 수준으로 올해보다 약 5천억 원 증액된 2조 7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후 장애계의 거센 요구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아래 복지위)는 정부안보다 5517억 원가량 더 확대한 예산을 편성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은 2626억 원 증액된 1조 2311억 원, 장애인연금 예산은 2644억 원 증액된 9841억 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의 경우 정부안보다 두 배 많은 229억 원이 상임위 수정안으로 올라갔다.

 

다른 상임위도 정부안보다 증액하여 편성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저상버스 도입 예산 등을 증액해 445억 원을, 교육위원회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설치·운영 사업비 등을 명목으로 230억 원을 더 증액해 예결위에 올렸다.

 

그러나 예결위가 여야 간 이견으로 파행을 거듭해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일 0시)을 넘겨버림으로써 현재 여야는 비공식 회의체 ‘소(小)소위’에서 예산안 논의를 진행 중인 한편, 국회법에 따라 오후 5시에 열린 본회의엔 2019년도 정부 예산안이 자동 부의됐다.

 

이와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향후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이 제출되면 상정해 표결할 예정”이라고 밝힘에 따라 향후 본회의에 자연증가분만이 반영된 복지부 예산안이 올라갈지, 올해보다 1조 원가량 증액된 상임위 수정안이 올라갈지 불투명해졌다. 최악의 경우 상임위에서 어렵게 증액된 예산안이 다시 정부 예산안 수준으로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세계장애인의 날’인 3일, 국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보장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 박승원 기자.
 

- 여야 간 힘겨루기 싸움으로 장애인복지예산은 뒷전… 장애계 ‘분노’

 

여야 간 힘겨루기 싸움으로 예산안 통과가 계속 지체되자 장애계는 국회의 파행적 운행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며 분노했다.

양영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그들은 책상머리 맡에 앉아 숫자놀이하고 있겠지만 우리에겐 내년에 어떻게 살지가 결정되는 생존권이다”라며 분개했다.

 

양 회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받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등급이 없어지기 전이나 후나 똑같다.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선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경 부모연대 울산지부 회장은 최근 발달장애 자녀 양육에 대한 어려움으로 한 어머니가 또다시 자살한 사건을 언급하며 발달장애 주간활동서비스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이 회장은 “국민이 죽어 가는데 자기네들은 밀실 회의를 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면서 “우리 아이들과 장애인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지원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투쟁할 것”이라고 절규했다. 부모연대는 지난 11월 27일엔 ‘발달장애 주간활동서비스 확대’를 요구하며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발달장애부모들이 국회 담 넘기를 시도하던 중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자 국회를 향해 ‘발달장애 주간활동서비스를 보장하라’는 손팻말을 펼치고 있다. 박승원 기자.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장애인복지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담 넘기를 시도하는 장애부모와 활동가들. 박승원 기자.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회장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64년을 살아왔으나 장애가 여전히 ‘가족의 짐’이 되는 현실에 분노하며 눈물지었다.

 

“저는 두 살 때 소아마비가 왔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나를 안고 강에 뛰어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데, 제가 64년간 장애인으로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님들이 눈물로 호소해야 하는 ‘개 같은 세상’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나를 생각하면 어떻게 눈 감고 가겠느냐고 하셨고, 아버지는 술만 잡수면 어머니랑 저랑 같이 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죽기가 싫었습니다!”
 
이어 박 회장은 “이제 자식 때문에 죽어야 하는 부모님이 계셔선 안 되고, 자식이 짐이 되어 부모의 발목을 잡는 세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면서 “국회의원들은 만나서 이야기할 때마다 ‘다 안다’, ‘요구하는 대로 다 해주고 싶다’고 말하는데 내일이면 그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게 될 것”이라고 소리쳤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국민명령 1호’라고 했는데 왜 정작 예산은 반영하지 않는가”라면서 “비장애인 중심의 이 사회는 장애인을 격리하고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다뤘다. 그러나 장애인은 눈물 한 방울 흘려주고 끝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존재”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결의대회 발언 후, 오후 4시 10분경 장애부모들은 국회 담벼락에 사다리를 붙여 월담을 시도했다. 그러나 곧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고 이들은 사다리에 올라탄 채로 “발달장애 주간보호서비스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펼쳐 보이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국회 담벼락을 넘어 국회 안에 들어간 장애부모 3명과 장애인권운동가 1명은 현장에서 체포되어 영등포 경찰서로 즉시 연행됐다가 오후 7시 40분경 석방됐다.

 

한편, 장애인 활동가 200여 명은 폭우 속에서도 장애인 복지예산 확대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 8차선을 막아선 채 집회를 이어나갔다.

 

국회 앞에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박승원 기자.
장애인활동가들이 국회를 둘러싼 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 통과를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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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혜민 기자/사진 박승원 기자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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