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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 죽음 가까이 사는 사람들, 홈리스
2018 홈리스 추모제 기획기사③ 주거
등록일 [ 2018년12월17일 19시58분 ]

‘홈리스(Homeless)’*), 말 그대로 적절한 주거가 없는 이들을 말한다. 그렇기에 홈리스 대책은 당연하게도 적절한 주거 보장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들을 여러 퇴거 조치들로 내쫓고, 생활시설로 분리시키는 등 신경증적으로 대한다. 홈리스 발생의 사회구조적 맥락이 충분히 드러났으나 홈리스에 대한 주거정책은 2006년에야 처음 시작되었고, 그 진행은 답답하기만 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국 정부는 유엔(UN)으로부터 사회권 규약 비준 이후 진행된 네 차례 심의 모두에서 홈리스 문제에 대한 우려와 권고를 받아야만 했다.

 

- 집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온기 하나 없는 광장과 지하도, 하루 단위로 이용 가능한 일시보호시설과 응급대피소. 거리홈리스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잠자리다. 이런 잠은 휴식과 재충전은커녕 고역일 수밖에 없다. 조금이나마 찬바람 막기에 유리한 지하철, 철도역사 등은 불법 운운하는 지하철보안관, 역 관계자들에 의해 불허된다.

 

거리홈리스들이 이런 현실을 벗어날 방법은 ‘임시주거비 지원’을 받는 것뿐이다. 이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노숙인복지법)」에 명시된 지원으로, 거리홈리스들에게 말 그대로 쪽방, 고시원 등의 ‘임시주거’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 7곳에 불과하다. 전국에 거리홈리스 없는 곳이 과연 있으랴만, 이들을 제외한 지자체는 거리홈리스들에게 임시거처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체계를 갖춘 서울시 정책도 한계가 크다. 무엇보다 필요에 비해 공급량이 너무 적다. 올해 서울시는 지원 인원을 600명으로 삼았는데, 이는 서울 지역 거리홈리스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물량이다. 더욱이 본 정책의 지원 대상이 거리홈리스 뿐 아니라 “잠재 노숙인, 노숙위기계층”임을 고려하면 물량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임시주거비 지원을 전제로 ‘거리에서 잠자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게 하는 등 차별 행위도 바로 잡아야 한다.

 

- 집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

 

찌뿌드드한 몸을 풀려 찜질방에 갔다가 하룻밤 자고 나올 수 있다. 만화광인 아무개 씨는 휴일이면 밤샘을 하며 만화방에 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올여름 같은 폭염이면 원터치 텐트 하나 집어 들고 한강이나 천변 다리 밑에서 자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찜질방, 만화방, 공원,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집이 아닌 곳(주택 이외의 거처, 통칭 비주택)’을 집 삼아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고시원과 쪽방은 우리가 당면한 주거 문제의 표본이 되어 버렸다.

 

최근 이뤄진 고시원에 관한 조사(국토교통부, 2018)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전국적으로 3,910개소이던 고시원은 2010년 8,273개소, 현재 1만 1천여 개로 빠르게 증가했다. 고시원들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데 고시원과 지하철역의 분포는 상당히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도시, 교통의 요지에서 거처를 구해야만 삶을 꾸릴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고시원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이들은 15만 가구에 이른다. 비단 고시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관·여인숙, 피시방, 만화방 등의 열악한 거처를 집 삼아 살고 있는 이들은 무려 37만 가구에 달한다.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 수 (출처=국토부, 2018.10.24. 보도자료)

 

- 답이 되지 못하는 주거정책

 

이와 같은 비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임대주택 제도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다. 이들은 거처에 3개월 이상 거주하고, 자산과 소득 기준이 충족한다면 최장 20년간 매입 또는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해 살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무엇보다 주택 물량이 부족하다. 국토부는 훈령을 통해 매년 공급되는 매입·전세임대주택의 15% 범위로 주거취약계층용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규정했지만, 실제 공급량은 그에 크게 미달한다. 예를 들어, 2017년 매입·전세임대주택(LH공사 공급분)은 4만 5,815호가 공급되었으나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은 1,098호(2.4%) 공급되는 데 그쳤다(윤소하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 2018.12.3.). 규정의 6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 SH공사는 3,229호의 매입·전세임대주택을 공급했지만 주거취약계층을 위해서는 고작 77호만을 공급했을 뿐이다(윤소하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 2018.12.7.). 물량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은 중앙정부보다 여러 면에서 뒤처지는 데다가 차별적이다.

 

우선 보증금을 LH공사보다 두 배 높게 설정하였는데, 이조차 애초 약 8배가량 높게 책정했던 것을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로 낮춘 결과다. 또한 서울시는 올해부터 보유 주택 중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만 원’ 수준의 주택만을 주거취약계층용 임대주택으로 선별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훈령이나 LH공사 정책에는 없는 기준에다가 이렇게 싼 가격의 집만을 공급하려다 보니 대개 4~5평의 비좁은 원룸 일색에 지역 편중도 심하다. 실제 올해 10월 기준으로 공급된 서울시의 주거취약계층용 임대주택 중 홈리스 밀집 지역인 동대문구, 영등포구, 용산구, 종로구, 중구 소재 주택은 단 1호도 없었다.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 입주신청자에게 보낸 SH공사의 안내문. 가장 넓은 곳이라야 5.3평에 불과하다. (출처=SH공사, 2018)
 

- 사람 사는 곳, 최저주거기준 지켜야

 

지난 11월 9일, 종로 국일고시원에 화재가 발생, 7명의 입실자가 목숨을 잃었다. 참사라고밖에 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죽음을 만든 근본 원인은 ‘화재’가 아니라 이처럼 위험한 곳에 사람이 살도록 용인해야 하는 우리의 주거 현실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처럼 극적이지 않을 뿐, 바람도 빛도 스밀 수 없는 네모난 독방에서 가난한 이들은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올해만 서울지역 무연고사망자 중 쪽방과 고시원을 주거지로 삼았던 이들은 95명이나 된다(10월 기준).

 

화재라는 현상에만 매몰돼 소방·안전 대책만 강구한다면 비주택의 주거수준은 나아질 수 없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가 곧 안전한 주거다. 바깥으로 난 창 하나 없는 방에서 사는 이는 불이 났을 때 유독 가스를 피하기도, 탈출하기로 어렵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그곳이 주택이든 아니든 최저주거기준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다만, 현행 최저주거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비주택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주택에 대한 별도의 최저주거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은 고시원과 같은 다중이용업소, 다중생활시설에 대한 안전시설이 2009년 7월 8일 이후에 설치한 곳만, 건축기준은 2015년 12월 4일 이후에 설치한 곳만 지키도록 하고 있다. 정작 낡고 취약한 비주택을 안전과 주거의 사각지대에 미뤄 둔 셈이어서 비주택에 대한 최저주거기준 마련은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서울시가 지원하여 리모델링한 고시원, 전(왼쪽)과 후(오른쪽). (출처=서울시 보도자료, 2017.5.8.)
 

이미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은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13가지 주택품질기준 중에서 5가지 기준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공간은 방하고 벽장을 합쳐 최소 10.59㎡’여야 하고, ‘창문 면적은 거실과 바닥면적의 1/12 또는 0.9㎡ 중 큰 값’으로 해야 한다’는 등의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도 참조할 예가 있다. 수원시는 2012년 6월, ‘고시원 가이드라인 기준’을 마련해 시행한 바 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노후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실당 최소 면적(6.5㎡)과 주택 내 공용 공간을 두도록 하고 있다(국토부, 2018). 국토부 역시 ‘취약계층·고령자 주거지원 방안(2018.10.24.)’을 통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노후 고시원 등을 매입하여 양질의 주택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시범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국내외 사례들을 토대로 하루빨리 비주택 최저주거기준을 세우고,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가 난 지 한 달도 더 지났으나 우리사회는 아직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청와대 소집 회의에서는 고시원 주무부서로 낙점되지 않기 위한 부처별 이유가 치열했다고 한다. 거리에서, 쪽방에서, 고시원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지 정부는 통계조차 없다. 그저 노숙인시설들이 제출한 ‘사망자 조치사항 보고서’에 따른 숫자만 단순 집계할 뿐이다.

 

주거가 권리인 것은 주거 없인 삶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더 이상 주거의 권리를 유보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집이 없어서, 집답지 못한 곳에 살아서 생기는 죽음을 용인하여서는 안 된다.

 

 

각주

*) 「노숙인복지법」(제2조 1항)은 “노숙인 등”에 대해 ‘1)주거가 없는 이 2)노숙인시설에서 사는 이 3)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사는 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이슬을 맞고 자는 사람"이란 뜻의 "노숙인"은 이들을 대표하는 용어로 적절하지 않다(설령 지하도에서 자더라도 이슬을 맞을 일은 없다). 또한, 의존명사 "등"을 붙여 정책 대상을 개념화하는 방식도 타 법률들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이런 무리수를 쓰는 것은 가능한 한 정책 대상을 넓히지 않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실제, 복지부는 거리·시설·쪽방에서 생활하는 이들만을 "노숙인 등의 규모"라 발표하고 있다. 이는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 포함되어야 할 고시원, 여관·여인숙, 찜질방, 패스트푸드점 등의 다양한 비주택 거주자들은 모두 누락한 것이다. 국토부는 훈령을 통해 이들을 ‘주거취약계층’이라 정의하였으나, 이들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복지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노숙인 등”이라는 용어 속에는 정부의 소극적 정책 의지가 녹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글에선 ‘홈리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 이 글은 '2018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에 함께하고 있는 '홈리스행동'의 상임활동가 이동현님이 작성하였습니다. 본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2018 홈리스추모제 웹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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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추모제 추모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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