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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사 기획] 애도 되지 못한 슬픔, '처리'되는 죽음 ⑦
안치비 싸움 속, 시신마저 냉대받는 무연고 사망자들
등록일 [ 2018년12월18일 18시17분 ]

서울시립 용미리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 안치된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함.

 

- 독촉받는 유가족들… “구청에 가자마자 듣는 말, ‘빨리 처리하자’”

 

10월 3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안 아무개 씨(가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서울시 공영장례로 치러진 안 씨의 장례에는 그의 형수와 조카며느리가 참석했다. 안 씨는 약 20여 년간 혈연 가족과 왕래 없이 지냈다. 으레 연고자가 시신을 지자체에 위임해 무연고 사망자가 된 경우는 장례비나 병원비, 시신 안치비, 혹은 고인의 부채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안 씨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안 씨의 형제들은 교수나 기업 사장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편에 속한다.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다. 장례에 참석한 안 씨의 형수는 "우리 집 아저씨(안 씨의 형)도 지금 거동이 불편하셔서 못 오셨을 뿐이지 동생의 죽음을 많이 슬퍼하고 있다. 외국에 있는 형제들에게도 연락했다. 만약 우리가 장례를 직접 치르려고 했다면 작게라도 얼마든지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 씨는 국가유공자였기 때문에 보훈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경우 이용 요금을 최대 100만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또한, 국가보훈처에서는 국가유공자 사망 시 다양한 예우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안 씨의 가족들은 이러한 안내를 전혀 듣지 못했다. 안 씨는 대체 왜 '무연고 사망자'가 되어야 했을까.

 

"쓸쓸하게 가시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장례식 내내 눈물 흘리던 안 씨의 조카며느리는 "소식을 듣고 구청에 연락하자 제일 먼저 들은 말은 '가능한 한 빨리 화장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저희는 이런 걸 잘 모르니까요. 처음이니 너무 놀라고…. 구청에서 이런 일들 많이 해보셨을 테니까 잘 아시지 않겠어요? '이미 돌아가신 지 꽤 되었고, 계속해서 병원에 안치할 수도 없으니 그냥 무연고 사망자로 빨리 처리 진행하시라'는 말씀을 하시니까…. 경황도 없고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요."

 

무연고 사망자가 된 안 씨의 장례를 지원한 부용구 나눔과나눔 전략사업팀장은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장례식장에선 무연고 사망자 화장을 구청에 독촉하고, 구청은 이에 대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할 근거가 없으니 이렇게 쫓겨나듯 무연고자가 되는 분들이 많다"고 부 팀장은 설명했다.

 

장례식장이 무연고 사망자의 '처리'를 구청에 독촉하는 이유는 경제적 손해 때문이다. 서울시는 무연고 사망자 시신 안치 기간 발생한 비용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 시신 안치비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10만 원가량. 사망자가 '무연고'인지 확인하는 일은 통상 1~3개월이 걸린다. 연고자들에게 연락하고, 위임 여부 파악 등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치비만 적어도 100만 원 이상이 발생한다.

 

장례식장이 무연고 사망자를 기피하는 이유에는 '기회비용' 탓도 있다. 무연고 사망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안치실이 모두 들어차 빈소를 이용하는 '고객'을 유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빈소 가격은 넓이와 장례식장 위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40평 빈소 대여 비용은 하루에 40~60만 원, 75평형은 하루에 60~75만 원가량이다. 빈소를 이용하는 경우 관이나 수의, 음식 등도 구매한다. 이렇게 되면 한 번 장례를 치를 때 유족이 내는 비용은 평균 500~600만 원가량이다. 그러나 시신 안치실이 꽉 차서 이러한 '고객'을 유치할 수 없다면 무연고자 안치로 인해 장례식장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하루 10만 원이 아니라 사실상 수백만 원에 달한다. 구청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장례식장의 민원에 최대한 맞춰 ‘가능한 한 빨리’ 무연고 사망자 화장을 서두르게 되는 것이다.

 

장례식장에 있는 빈소, 안치료, 수의, 관 등에 대한 가격표
 

- ‘시신 한 구’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장례식장

 

무연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지자체는 서울이며, 그중에서도 중구, 영등포구, 중랑구가 매해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구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있고, 중랑구에는 서울의료원이 있는데, 홈리스 등 무연고자들이 국공립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에 두 지역의 무연고 사망자 수는 높은 편이다.

 

반면 영등포구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쪽방촌도 큰 요인이지만, ‘한강’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마포대교는 2013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서울 시내 한강 대교 중 자살 시도가 794건으로 가장 많은 다리였고, 2012년~2016년까지 마포대교부터 행주대교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망원 치안센터에서는 지난 5년간 284구를 인양했다(소병훈 의원, 2017년). 그러나 마포구에는 장례식장이 없어 발견된 시신은 다리 건너 영등포구까지 넘어온다.

 

영등포에 있는 한 장례식장에서 5년간 근무한 이아무개 씨는 이전에 부천에 있는 장례식장에서도 일했다. 그는 “부천에서 일할 때보다 영등포에서 일할 때 확실히 무연고자를 더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 씨가 현재 일하는 장례식장에는 1년에 약 10명가량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완전 무연고자’가 들어온다. 그러나 가족이 시신을 위임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2~4배로 껑충 뛰어오른다. 빈소를 사용하는 ‘고객’은 한 달에 25~30명가량인데, ‘무연고 사망자’가 한 달에 2~3명가량이니 전체의 약 10%인 셈이다. 실제로 사무실 한쪽 칠판에는 현재 장례식장에 안치된 무연고 사망자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 씨는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말했다.

 

장례식장 한쪽에 쓰여있는 무연고 사망자(외인사/수급자라고 기록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기록
 

“돌아가신 분 한 분이라도 더 안치하면 그게 빈소 이용으로 이어져 수익이 되니까 적극적으로 안치하려고 하죠.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은 아마 다 그럴걸요. 그런데 알고 보니 무연고자다? 그러면 그때부터 골치 아파지는 거예요.”

 

그렇다면 대형 병원은 타격이 작을까. 이 씨는 “대형 병원은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들이나 변사자는 애초부터 받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형 병원은 거기서 사망해 바로 빈소가 차려지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 이미 충분히 바쁘다”고 덧붙였다. ‘충분히 바쁘다’는 표현은 ‘충분히 수익이 발생한다’는 말로 바꿔도 무방하다. 결국 무연고 사망자를 안치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이 씨가 일하는 곳과 같은 영세한 장례식장들이다.

 

“근데 뭐 딱히 해결 방법이 있나? 저희 (장례식장) 대표님도 구청이며 시청이며, 저 처음 들어오기 전부터 계속 이야기했다던데 이렇다 할 진전이 없네요. 공무원들도 빨리 바뀌고. 오히려 공무원들이 ‘이럴 땐 어떻게 하냐’고 물어볼 때도 있었어요. 1년을 못 채우고 늘 바뀌니까. 저희도 답답한데 어쩌겠어요.”

 

- 무연고자로 확인되면 안치비 받기 힘들어… 죽어서도 찬밥 신세

 

만약 무연고자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고, 이로 인해 장제급여(75만 원)를 받을 수 있게 되면 장례식장 입장에서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다. 아예 못 받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 씨는 “물론 수의랑 관 짜고, 입관하고, 발인하고, 산골까지 우리가 담당하기 때문에 이익이 남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수급자 무연고 사망자를 안치하는 경우보다는 마음이 조금 더 편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무연고 사망자 ‘안치비’가 지급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신이 경찰을 통해 ‘변사자’로 장례식장에 들어왔을 때는 안치비가 지급된다. 2007년 판례(인천지방법원 2008. 6. 17. 선고 2007가단81420 판결)에 따라 경찰은 변사자에 대해 수사 기간 발생한 안치비를 지급해야 한다. 물론, 안치비를 완전히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6년도 부·검안 및 사체 운구경비 집행지침’에 따르면, 변사체에 대하여 부·검안 또는 감식 등의 사유로 사설의료기관에 사체를 안치할 경우 1일 70,000원 한도에서 최대 30일까지 사체 안치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국민권익위원회 고충 민원 해결사례 ‘변사사건 미통지 이의 등(20170403)’]. 무연고 사망자가 통상 1~3달까지 안치되는 것을 감안하면, 100% 비용 지급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씨는 “경찰을 통해서 들어오면 훨씬 낫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장례식장이 속한 병원에서 사망한 무연고자나, 경찰을 통하지 않고 장례식장으로 들어오는 경우다. 서울시의 한 구청 담당 공무원은 "(무연고 사망자 병원 안치비는) 지자체에서 담당하기엔 너무 큰 덩어리이고, 몇 명이 지자체 내에서 돌아가실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예산 세우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은 "사실 지금의 구조는 '병원과 구청 간의 갈등'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하다. 병원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것이라고 봐야 맞다. 하지만 우리로서도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무연고 사망자가 들어왔을 때 장례식장이 취하게 되는 태도는 '가능한 한 빨리 시신을 처리해 안치 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구청 역시 이러한 병원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뚜렷하지 않아서, 병원 뜻대로 '가능한 한 빨리 무연고 처리' 할 것을 연고자들에게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날 아침 일찍 발인하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왔다는 이 씨는 유난히 더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도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무연고 사망자분들한테는 아무래도 예를 덜 갖추게 되니까…. 돈으로 사람을, 그것도 돌아가신 분들을 이렇게 차별하게 되는 게 참….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어쨌든 저희도 이게 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안 그러려고 해도 좀 달리 대하게 되죠. 저도 정말 안 이러고 싶어요, 정말.”

 

- “돈만 주고 ‘이들 죽음 알아서 처리하라’? 해서는 안 되는 일”

 

이러한 문제는 무연고 사망자 시신을 운구하고 화장하는 절차를 서울시가 민간업체에 대행용역으로 맡겨 안치와 시신 인수·화장이 분리된 데서 비롯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지자체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가 장례식장에 안치되면 염과 화장까지의 절차를 해당 장례식장에서 진행하고, 기초지자체(시군구)에서 지급하는 무연고자 장제비를 받는다.

 

하지만 서울시는 무연고 사망자 운구 및 화장 업무를 1999년부터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위탁했고, 공단은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을 인수하고 화장하는 실무를 또다시 장사 업체에 용역을 주고 있다. 2017년에 공단은 염습 및 운구부터 화장까지 성인 한 사람당 약 55만 원, 소인은 약 53만 원으로 한 장의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화장은 공단이 운영하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장례식장은 시신 안치 기능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진행되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 장례식의 모습
 

박태호 (사)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은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 서울시에서 장묘업무를 담당했다. 2000년에는 성균관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해 학부과정과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고, 한국 장례 문화를 연구하며 『서울장묘시설 100년사』, 『세계묘지문화기행』, 『장례의 역사』 등의 저서를 냈다.

 

그는 “1986년 이전부터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사 관련 업무는 본청 업무로 되어 있었으나, 1999년 이를 시설관리공단이 위탁받았고, 거기서 다시 민간에 용역을 맡기게 된 것”이라고 서울시의 흐름을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서울시의 경우 행정 업무는 구에서 진행하고, 장사는 화장 및 봉안 시설을 운영하는 공단이 수행하고, 예산은 시에서 지급하는 분절적 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전국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서울의 특성과 역사에서 기인한다.

 

무연고 사망자 안치비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바로 이 구조의 틈바구니에서 생겨난다. 박 위원은 “1983년 서울시는 용미리에 ‘명복관’을 세워 무연고 사망자 장의 업무를 일괄적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운영 위탁을 받은 업체가 설립취소 되는 바람에 결국 폐허 상태가 되었다”고 전했다.

 

명복관은 서울시가 민자유치 방식으로 83년에 설립한 한국 최초의 장례식장이다. 한국장묘연구회가 서울시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설립 및 운영을 담당했다. 그러나 안전진단 D급 판정을 받아 보수 공사를 하던 중 장묘연구회가 ‘무허가 납골당 설치’를 이유로 2000년에 설립 취소되면서 명복관은 현재 폐허 상태로 남아 있다.

 

박 위원은 “명복관이 잘 안착되어서 공공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안치부터 화장 및 장례까지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현재는 경찰, 자치구, 공단이 산발적으로 일을 담당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연고 사망자 안치비 문제는 근본적으로 무연고 사망자를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에 맞닿아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에서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러준다고 하던데 그건 분명 잘하고 있는 건 맞아요. 그런데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용역 업체에 ‘한 사람에 얼마’ 돈만 지급하고 알아서 하시오 하는 건 문제라는 거죠. 그러니 이게 수익 문제가 되고 갈등이 여기저기서 생기는 거예요. ‘장례’라는 것이 돈만 있다고 되는 건가요? 일본 교토시는 무연고 사망자 묘지에 1년에 두 번씩 제를 올립니다. 이때 교토시의회 의장과 교토시장이 직접 참여해요. 제가 공무원이던 때, 무연고 사망자 분묘 만여 개를 개장했어요. 당시 상사들에게 (개장 예식에) 함께 가자고 했는데, 단 한 사람도 안 가려고 하더라고요.”

 

박 위원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데 재벌이라고 다르고 홈리스라고 다르겠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 육신이 생을 다하고 존재를 마무리하는 일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그 속성 역시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관료 제도로 구성된 국가에서 돈과 시간, 그리고 행정 업무는 시신에도 계급을 붙이기 십상이다. 

 

살아서 사회로부터 냉대받던 이들이 죽어서도 냉대받고 ‘쫓기듯 처리’ 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죽음을 향한 예식이 제아무리 깍듯하게 차려진들 그것은 텅 빈 기호에 불과하다. 장례가 죽은 이를 애도하고 산 자를 위무하는 의식이 되기 위해선, 모든 과정 속에서 죽은 이의 존엄이 지켜져야 한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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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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