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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겨울, 처절한 밑바닥에서 삶 마감한 홈리스 위한 추모제 열려
21일 서울역 광장서 ‘2018 홈리스 추모제’ 진행
존엄한 죽음・여성 홈리스・주거 보장 등 홈리스 권리 촉구
등록일 [ 2018년12월22일 21시42분 ]

2001년부터 매년 동짓날을 맞아 진행하는 홈리스 추모제가 21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돌아간 홈리스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이삼헌 무용가가 위령무를 하는 모습.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놓인 영정 앞에 국화꽃이 흐드러져 있다.

 

‘2018년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아래 추모제 기획단)’이 2001년부터 매년 동짓날을 맞아 진행하는 홈리스 추모제를 21일 저녁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었다.

 

추모제 기획단은 17일부터 동짓날 하루 전인 21일까지를 ‘홈리스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거리, 시설, 쪽방 등지에서 세상을 떠난 홈리스를 추모하기 위한 홈리스 기억의 계단, 여성홈리스 영화특별전,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설문결과 발표 및 홈리스 주거대책 개선 요구 기자회견, 동지팥죽 나눔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추모기간동안 서울역 광장 계단은 ‘홈리스 기억의 계단’으로 꾸려졌다. 여기엔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홈리스 상태에서 무연고로 사망한 185명의 이름이 적힌 액자가 놓였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김호태 동자동 사랑방 대표는 “이곳에 마련한 기억의 계단엔 가족이 있으나 단절돼 사는 사람, 가족관계를 포기한 사람, 아예 가족이 없는 사람도 있다”라며 “이들의 삶이 평안한 생은 아니었으리라 짐작한다. 늦었지만, 남은 우리들이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추모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추모제 참가 동기를 밝혔다.

 

추모제 참석자가 무연고 사망자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나승구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신부는 “다시 겨울이 왔다. 내일은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짓날이다. 해마다 길에서, 쪽방에서, 노숙 시설에서 세상을 떠난 분을 위해 추모제를 지내지만 한결같이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홈리스라는 이름으로 대상화되었지만, 이분들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있을 고유한 삶이 있었고 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분들은 각자의 이름이 아니라 홈리스라는 이름으로 내몰렸다”라며 “이 사회에서 이들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이날 추모제 기획단은 “매년 존재하는 홈리스의 죽음이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외롭고 쓸쓸하게 돌아간 것만이 아닌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홈리스 대부분은 무연고자로 사망하는데, 현행법상 무연고 사망자는 장례 없이 바로 화장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해 3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해 9월 23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공영장례란 무연고자 및 저소득층이 사망하는 경우, 서울시가 빈소를 마련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여전히 턱없이 낮은 장례비용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무연고 사망과 관련해 추모제 기획단은 “가족이나 친지가 아니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데 이는 사실상 한국 사회가 장례를 막아 무연고 사망자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가족 아닌 이들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홈리스 쪽방 주민이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쪽방 모형과 최저주거기준에 맞춘 모형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며 느낀 소감에 대해 밝혔다.

 

윤 활동가는 “동자동 주민들이 견본 주택을 보고 ‘집이 왜 이렇게 커’라고 말했다”라며 “‘2018 서울지역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의 평균 면적은 1.7평이다. 하지만 동자동 주민은 1.7평도 본인 방보다 커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최근 벌어진 종로 국일고시원 참사를 계기로 내년부터 70여 개 노후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무료 설치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윤 활동가는 이에 대해 “과연 스프링클러가 있어서 화재 날 때 죽지만 않으면 이들 주거생활은 괜찮아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 불났을 때 잠깐 진화하는 것만으로 ‘집답지 못한 집’에서 삶으로써 홈리스가 죽어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라며 “서울시는 제대로 된 홈리스 정책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리를 짧게 자른 여성 홈리스가 추모문화제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그의 손에는 ‘여성홈리스 지원대책 마련하라!’는 손팻말이 들려있다.
 

로즈마리 홈리스 야학 학생은 여성 홈리스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로즈마리 학생은 “늦은 밤 서울역이 무섭다. 남자 홈리스는 ‘여자가 있으면 잡음이 난다’며 시끄럽다고 내쫓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디서 자야 하나 항상 고민이다”라며 “햄버거 가게, 경찰서, 병원, 피시방 등을 전전한다”고 한탄했다.

 

무료급식소에서의 고충도 말했다. 그는 “아침에 무료급식소에서 배식을 받으려고 줄을 섰는데, 옆에 남자가 큰 소리로 야한 농담을 한 적 있다. 여자 티를 내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여도 소용없다”라며 “무서워서 그다음부터는 아침을 먹지 않기로 작정했다”고 말했다. 노숙인 지원시설인 서울역 희망지원센터나, 응급구호방 입구도 남녀 따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로즈마리 학생은 “여자 홈리스는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를 박박 깎거나 눈에 띄지 않는 화장실 등에 숨기도 한다”라며 “나도 양말을 제대로 빨아 널고 싶다. 옷도 제대로 골라 입고 싶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홈리스의 바람을 쪽지에 담아 거는 ‘소원 트리’가 설치됐다. 쪽지에는 “모두가 따뜻한 곳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등이 적혀있다.

 

홈리스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영정과 ‘홈리스 권리보장 실현'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역과 역사 내부 일대를 돌았다.

 

한편, 추모제를 마친 이들은 오후 8시 20분부터 영정과 ‘홈리스 권리보장 실현'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역과 역사 내부 일대를 돌며 행진하는 것으로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쪽방에서 고시원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홈리스 주거권은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홈리스 노동권은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홈리스 의료권도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더는 홈리스이기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더는 홈리스이기 때문에 죽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이제는 한 걸음 더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갑시다. 노숙인복지법으로부터 이제는 바꿉시다. 홈리스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정책과 제도에 칼을 겨눕시다. 우리는 다음을 요구합니다.

 

집이 없어 사람이 죽었다. 주거권을 보장하라.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마련하라. 여성홈리스 지원체계 확대하라. 홈리스 일자리 최저임금 적용하라. 무연고 사망자의 사후자기결정권 보장하라. 홈리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투쟁합시다.” (2018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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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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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홈리스 주거대책 실패해… 최저주거기준 도입해야” (2018-12-19 21:2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