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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국가책임제, 10년 만에 다시 외치는 통합의 목소리
[2018 결산 기사] ②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는 발달장애인 둘러싼 문제 풀 열쇠
등록일 [ 2018년12월27일 17시17분 ]

2018년 연말을 맞아 비마이너가 보도한 올해의 주요 이슈를 되짚어 봅니다.

 

31년 만의 변화를 앞둔 장애등급제 폐지, 특수학교 폭력 사태와 장애아 부모 사망으로 올 한해 언론에 끊임없이 호출된 발달장애인, 지하철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고로 다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더더욱 불법의 벼랑에 내몰린 활동지원제도,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비마이너가 주목한 올해의 결산 기사를 보도합니다.

 

[ 2018 결산기사 보기 ]

① 31년 만의 변화, 장애등급제 폐지의 근본을 톺아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11월 20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실질적 이행을 담보할 예산 증액을 촉구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발달장애 부모들이 며칠 전 발생한 발달장애인 부모와 당사자의 잇따른 사망 소식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2007년 ‘특수교육진흥법’을 대체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이 제정되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의무교육을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로 하고, 일반학교에 통합학급 설치 규정, 교원 배치 규정 등을 담은 특수교육법은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국가에 촉구하며 2005년 구성된 '장애인교육권연대(아래 교육권연대)'의 대대적인 투쟁이 맺은 결실이었다. 교육권연대의 투쟁은 뜨거웠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단식 농성을 하고, 삭발했으며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부터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특수교육법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의무교육과정으로 규정함에 따라, 발달장애인들은 적어도 학령기에는 ‘갈 곳’이 생겼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이들은 다시 갈 곳을 잃고 집이나 거주시설로 가야만 했다. 교육권 보장만으로는 발달장애인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음을 10년간 목격한 장애계는 올해 초, 본격적으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하게 된다. 특수교육법 제정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초석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교육권연대 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학령기가 지난다고 발달장애 특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데, 국가는 법에만 근거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학령기에서 멈추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가족들, 특히 부모들을 결집시켰다. 교육권 투쟁과 국가책임제 투쟁이 닮아있는 필연적 이유다.

 

부모연대는 2014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으나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며 올해 3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선포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가족 등 209명은 청와대 앞 집단 삭발을 시작으로, 청와대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이곳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집회를 열었다. 전국 단위 집회와 삼보일배도 이어졌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지원 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국가 수준의 발달장애인 지원종합계획 수립을 요구하는 한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제도화 및 예산 편성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지원 사업 확대 △장애인가족지원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자조단체 운영 활성화 등을 청와대에 촉구했다. 그 결과, 정부는 부모연대 등 장애계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주간활동서비스 제도화와 퍼스트잡(선배치-후지원 고용연계 사업) 예산 확대에 합의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투쟁이 나름의 진보를 이뤄냈으니 이제는 희망을 이야기해도 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영화 '도가니'로 알려진 과거 광주 인화학교(2000~2005)와 같은 특수학교 내 인권침해와 폭력 사건은, 특수교육법이 시행된 10년 차인 올해에도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이를 볼 때,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토양이라고 볼 수 있을 특수교육법이 정말 의도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 실효성을 아프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30일,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며 삼보일배하는 모습
 

2017년이 ‘특수학교 신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뜨거웠다면, 2018년에는 바로 그 특수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인권침해가 사회를 폭발적으로 뒤흔들었다. 7월, 태백미래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 두 명을 수년간 성폭행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어 9월에는 서울인강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이 학생들을 심각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었다. 10월에는 서울 교남학교와 세종 누리학교에서 발생한 폭행까지 잇따라 폭로되었다.

 

지난해,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문제로 장애학생 부모들의 '무릎 호소'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특수학교 증설이 곧 장애인교육권 보장인 것처럼 여기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나왔다. 특수학교가 장애인 교육의 '만병통치약'일 수 없으나 사회적 논의가 특수학교 증설 여부에 매몰되어 통합교육을 가로막는 요인에 관한 이야기는 가려졌다는 점은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관련 기사: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 기로에 선 ‘통합교육’)

 

그러나 특수학교는 여전히 정부가 강하게 밀고 있는 장애인 교육권 보장 방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에서도 특수학교 신설은 당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특수학교를 23개 증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수학교 내에 만연한 폭력을 목격하고 공분하면서도, 우리사회는 왜 계속해서 특수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신생/공립 특수학교(세종누리학교)에서마저도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이 발생한 문제는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부는 그 해결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특수학교를 증설하겠다'는 동문서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장애인 교육권 투쟁 당시, 장애계와 부모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것은 '통합교육'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통합교육의 토대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고, 그 결과 발달장애학생은 자꾸만 특수학교, 혹은 물리적으로만 '일반 학교' 안에 있는 통합학급에 덩그러니 섬처럼 모여들고 있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아직도 이 ‘섬’과 사회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특수학교에서 폭력과 방임, 각종 인권침해가 되풀이되는 이유에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을 한 사람의 '시민'으로 보지 않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 발달장애인을 '학령기에 교육받아 사회에서 시민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지 않는 인식은 결국 교육에 대한 포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식은 대부분의 특수학교를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점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즉, 현재의 특수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실상 ‘주간보호센터’의 역할에 멈춰 있는 것이다.

 

‘중증 발달장애인은 어차피 시설로 갈 텐데’, ‘어차피 부모가 죽을 때까지 뒷바라지할 텐데’라는 인식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팽배하다. ‘학교에서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발달장애인은 졸업 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는 이상 사회보장 제도 안으로 편입될 수 없고, 그렇다고 노동시장에 편입될 수도 없는, 여전히 ‘비정상’이거나 ‘위험하다’는 편견의 벽 앞에 서 있는, 부모가 자살하거나 본인이 살해당하거나 혹은 돌봄인력이 없어 사망하는 우리 사회 발달장애인의 현실이다.

 

올해 9월, 사회복무요원의 장애학생 폭행 영상으로 논란이 된 서울인강학교 입구.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을 알리는 간판과 함께 걸려 있다.
 

결국, 발달장애인의 전 생애가 ‘우리사회’가 아닌 ‘그들만의 섬’에 갇힌 이상, 특수학교 내 폭력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그렇기에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는 더욱 분명한 정책 기조에 따라, 전향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특수교육법 시행 과정에서처럼 ‘현실적 필요를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타협하게 된다면, ‘발달장애인끼리 안전하게 모아놓는’ 사업만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제아무리 지역사회에서 이뤄진다 한들 특수학교에서 발생한 무수한 문제를 성인기 발달장애인에게도 고스란히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선포한다는 것은 사업 몇 개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통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전복적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의미여야 한다. 그러나 국회에서 통과한 2019년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지원 예산은 427억 원. 발달장애인 한 사람당 연간 18만 9천 원꼴이다. 특수교육법 시행 10년의 경험에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아무것도 반영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또 다른 실패의 역사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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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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