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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기차 타려면 15분 필요하다? 실측해보니 ‘6분이면 충분’
코레일의 ‘15분 규정’ 때문에 열차 가로막고서야 탈 수 있었던 박경석 대표
실측해보니 대합실~승차 지점까지 4분, 탑승장치 1분이면 가능
등록일 [ 2018년12월28일 20시27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8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은 15분 전 도착해야만 열차 탑승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코레일의 '교통약자 도우미서비스 관련 내부 규정'은 장애인차별이라고 지적하며, 서울역 대합실에서 탑승장치로 기차에 탑승하기까지 실제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28일 오후 2시 50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서울역 안내데스크에서 KTX 승강장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다른 휠체어 이용자를 먼저 보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다시 탔음에도 그가 예매한 1호차 앞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4분 20초였다. 열차 휠체어 탑승장치 역시 앞서 사용하는 다른 승객이 탑승을 완료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타느라 1분 30초가 걸렸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차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5분 50초. 6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2월 13일, 박 대표는 서울역 안내데스크에 기차 출발 8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기차를 타지 못했다. 박 대표는 이날 경남 창원에서 오후 2시에 열리는 토론회 발표자로 참석하기 위해 오전 10시 5분 기차를 타야 했다. 그러나 서울역 관계자들은 '15분 전에 도착해야지만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는데, 8분 전에 도착했으므로 다음 열차를 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한 근거는 코레일의 '교통약자 도우미서비스 관련 내부 규정'이었다. 10시 5분 다음 열차는 12시 50분이어서, 오후 2시 토론회 참석은 불가능했기에 박 대표는 이 열차를 반드시 타야 했다.

 

당시 박 대표가 타야 하는 열차 바로 옆엔 휠체어 탑승장치가 있었음에도, 이를 배치할 역무원은 오지 않았다. 결국 박 대표는 열차가 떠나지 않도록 열차 문 쪽에 휠체어와 자신의 몸을 눕혀 열차 출발을 막았다. 이후 역무원이 현장에 왔으나 박 대표의 승차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 '열차 출발을 지연시킨다'며 다른 직원들과 철도경찰을 불러 박 대표를 열차에서 분리시키려 했다.

 

10여 분간의 실랑이 끝에 박 대표는 겨우 탑승장치를 이용해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레일은 탑승 직후부터 경남 창원에 다다를 때까지 매 역마다 '고객의 열차 출발 방해로 인해 출발이 11분 지연되었습니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박 대표는 "코레일은 지속적으로 방송을 내보내며 나를 '범죄자'처럼 느끼게 만들었다"며 "그러나 정확히 말해 열차를 지연시킨 것은 내가 아니라 1분 만에 탑승할 수 있는 열차를 내부 규정 운운하며 못 타게 한 코레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28일 오후 2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코레일 장애인 차별 규정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전장연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코레일 규정은 장애인차별이라며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28일 오후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분 규정'은 현실적이지 않음을 지적하며 실측을 진행했다.

 

박 대표가 겪은 일은 장애인들에게 비일비재하다.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역시 '15분 전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열차를 타지 못한 적이 많았다. 이 소장은 "저상버스도 타기 힘들고, 장애인 콜택시는 언제 잡힐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기차역에 15분 전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비장애인 동료와 같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나만 시간 규정이 있어 다른 동료들만 먼저 타고 나는 다음 기차를 탄 경험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대표는 "비장애인과 다른 규정을 장애인에게만 요구하는 것도 차별이지만, 안내방송을 통해 정당한 요구를 한 장애인이 마치 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알린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광고에 의한 차별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김 대표는 열차 내 편의시설도 지적했다. 그는 “열차 내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면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기차 타기 전에는 꼭 화장실을 들렀다 가는데, ‘15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부랴부랴 탑승하면 여행 가는 내내 화장실 이용을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박김 대표는 “아직도 시외버스에는 장애인 탑승이 불가능하다 보니,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차별적인 이동권 현실 속에서, 기차 이용 과정에서도 장애인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28일, 박경석 대표가 실측을 위해 서울에서 대전으로 가는 KTX를 현장에서 예매했다.


김진영 장추련 법률지원단 변호사 역시 코레일의 교통약자 도우미 서비스 규정과 박 대표에게 일어난 사건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여러모로 위반된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8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도착했음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측에 근거하지도 않은 비합리적 규정을 요구했다"며 "이는 분명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19조는 교통행정기관과 교통사업자는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하며,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규정한다"라며 "그러나 내부 가이드라인만을 내세워 바로 옆에 있는 탑승장치 사용을 계속해서 거부한 것은 가이드라인의 목적도 상실하고 장애인차별까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실측이 진행되었고, 박 교장은 5분 50초 만에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차 탑승까지 마쳤다. 구혁서 코레일 여객사업본부장은 "(탑승 규정은) 여러 입장들이 다르다. 일반 고객들도 있고, 교통약자들도 다 상황들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야 한다"며 "규정 변경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비장애인 승객도 3분 전에 탑승해야 한다는 시간 규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측을 위해 모여있던 전장연 및 장추련 회원들은 "장애인 승객은 '일반 승객'이 아니라는 것인가", "비장애인은 3분 안에 안 왔다고 못 타는 경우를 못 봤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장애인 차별적 규정을 없애면 되는 문제이고, 이미 차별적 요인을 코레일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구체적인 시간 계획도 없이, 막연하게 '규정 변경을 위한 의견 취합'만 이야기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구혁서 코레일 여객사업본부장이 탑승장치에 올라있는 박경석 대표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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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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