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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화된 장례식을 넘어 대안적 공영장례로
[무연고사 기획] 애도 되지 못한 슬픔, '처리'되는 죽음 ⑧
시장에 맡겨진 죽음, 대안적 공영장례로 장례의 본질을 만나다
등록일 [ 2018년12월31일 21시14분 ]

- ‘정상장례’를 지탱하는 기반, ‘정상가족’ 

 

6년 전 할머니가 87세의 생을 마치고 돌아가셨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던 청소년 시절 할머니는 나와 형을 돌봐주셨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동안에도 항상 내 편이셨다. 결혼 전까지 내가 쓰던 방에서 6개월을 와병 생활하다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마지막 눈인사를 했다. 할머니의 장례식은 서울시립동부병원 장례식장에서 검소하게 치러졌다. 나는 부조금을 받고 출납금액을 정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3일장 동안 빈소 입구의 테이블에 앉아 조문객을 안내하고, 부조금을 받아 기록하고, 틈틈이 혼자 울먹이고, 다른 빈소도 구경하면서 나는 장례식이 어떻게 치러지는지 체험할 수 있었다.

 

사전에 가입한 상조회사는 없었고, 병원 장례식장이 제시한 장례 서비스 상품을 이용했다. 장례시설 사용료, 장례용품, 장의 버스, 문상객 접대비 모두 합쳐 병원 장례식장에 지불한 금액은 819만 3800원이었다. 발인 후 할아버지의 묘에 합장하는 데 든 비용은 444만 원이었다. 이틀 동안 모두 232명의 조문객이 문상 왔다. 부조금은 1692만 원으로, 장례비용을 충당하고 조금 남았다. 회계를 맡고 다른 빈소도 보면서 나는 장례식이 ‘정상적’으로 치러지기 위한 필요조건들을 생각하게 됐다. 일단 자식이 많아야 한다. 할머니는 8남매의 자식을 낳았다. 그들은 모두 결혼하여 평균 3명의 손자를 낳았고, 그중 절반은 결혼했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대가족 문화가 센 경북이 본가라서 직계, 방계 친척들이 문상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나머지 절반은 8남매 자식들과 손자들의 지인, 직장동료들로 채워졌다. 결국, 부자는 없지만 8남매 자식들과 그 자식들이 할머니의 장례를 빚 없이 치를 수 있게 한 동력이었다.

 

한 상조회사가 '장의 상품'을 설명해놓은 모습.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장례 동안 나는 할머니에 대한 애도의 마음보다 ‘장례식이란 뭘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장례식이란 결국 한 사람의 삶, 특히 정상가족의 삶을 평가하는 최종 시험장이 아닐까? 결혼으로 맺어진 친족 관계를 잘 유지했는지, 자식을 몇 명 낳고 얼마나 번듯하게 키웠는지, 자식의 결혼 및 출산 여부, 직장 및 사회적 지위가 어떠한지가 장례식의 번듯함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할머니의 장례는 8남매 자식들의 힘으로 치를 수 있었지만 내 부모님의 장례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별일 없으면 부모님의 형제들과 그 자식들이 문상을 오겠지만 할머니 장례식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을 것이다. 부모님의 지인들 중 연락되는 분들이 얼마간 문상 오겠지만 나머지는 나와 형의 몫인데, 둘 다 자녀가 하나뿐이고, 직장은 비정규직과 자영업이라 ‘동원력’이 많지 않다.  

 

나만 그럴까? 변변한 일가친척도 없고, 형제, 자녀가 없거나 한 둘뿐이고, 조문 올 직장동료나 지인도 많지 않은 사람이 다수인데 이러한 사람은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게 뻔하다. 상조회사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349만 명인 상조 가입자는 2015년 420만 명, 2017년 483만 명, 2018년 3월엔 516만 명으로 증가했다. 일가친척과 이웃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당사자나 자녀가 상조회사에 나눠서 선수금을 내면 상을 당했을 때 장례식과 관련된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조회사가 제공하는 용역은 장례지도사, 장례용품, 장의차량 정도에 국한된다. 그보다 훨씬 큰 장례식장 시설 사용료, 접객비, 장묘 관련 비용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상조회사는 자기가 맡은 장례용품(수의, 관, 제단꽃 등)과 장의차량(리무진, 버스)의 가치(가격)를 ‘품위’란 이름으로 한껏 높여 놓았을 뿐이다.

 

- 베이비부머의 죽음이 장례산업의 미래를 밝게 할까?

 

그럼에도 상조회사 가입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장례 산업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왜냐하면 사망자 수가 절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 동향 조사에서 연간 사망자 수는 2012년 26만 7200명에서 2016년 28만 명으로 증가해 왔으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2031년에는 4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2031년이 되면 ‘베이비부머’(1955~1963)가 70대에 접어드는 시기다. 통계적으로 70세 이상 인구 사망률이 급증하는 걸 감안할 때 베이비부머 죽음이 장례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리라는 것이다. 

 

사망자 수의 증가로 장례 산업이 성장할 거라는 예측은 장례 상품의 가치가 적어도 지금과 같고, 사망자 수에 따라 유효수요가 자연 증가할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향후 베이비부머의 장례식이 지금과 같은 비용과 형태로 치러질까? 베이비부머와 그 자녀세대(에코세대)는 장례 상품의 교환가치를 지불할 구매력과 그 사용가치에 대한 지불의사를 최소한 지금과 같이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의 정상장례를 지탱하는 것이 정상가족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질서임을 고려하면, 이는 빠른 속도로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추측할 수 있는 징후 중 하나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무연고사 수치다.

 

2013년~2018년 상반기 무연고 사망자 통계. 기동민 의원 제공.
 

올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가 2013년 1271명에서 2017년 2010명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만 벌써 1290명으로, 2013년 전체 사망자보다 많다. 65세 이상 노인 무연고 사망자 수가 39.9%(3,773명)로 가장 많지만, 바로 뒷세대인 베이비부머의 무연고 사망자 수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지난 2015년 김춘진 의원실이 밝힌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선 2015년 한 해 1245명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연령대는 베이비부머인 50대(368명, 29.6%)로, 60대(282명, 22.7%)는 그다음으로 조사됐다. 두 자료에서 공통된 것은 무연고 사망자 4명 중 3명이 남성으로, 여성보다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현재 집계된 무연고 사망자 수는 전체 사망자의 1%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나 베이비부머 세대의 남성 인구가 무연고 사망자 중 유독 많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이 무연고라고 하여 실제 ‘연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연고 사망자 중 연고자를 정말 (찾을 수) 없는 경우는 10% 내외에 불과하고, 나머지 90% 이상은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 회피한 경우다.*)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 기피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가족관계 단절인데 이 과정에서 베이비부머 남성 무연고사가 급증하는 것은 IMF로 인한 가부장적 가족질서의 붕괴, 더이상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효(孝)’ 문화 등의 이유가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불쌍한 50대 가장들의 특별한 얘기가 아니며 ‘정상장례’에 드리워진 위기의 징후이다. 베이비부머가 70대가 되는 2031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34%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한다. 베이비부머 독거노인이 많아질 뿐 아니라 그 자녀들 역시 혼자 살거나, 결혼해도 자식이 없거나, 있어도 하나뿐인 경우가 태반이라는 얘기다. ‘정상가족’의 힘으로 ‘정상장례’를 치르는 시대는 이제 머지않았다.

 

- 무연고 사망자 문제는 빈곤 문제 

 

연고자가 시신인수를 포기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장례비용이다. 2015년 소비자보호원이 집계한 평균 장례비용은 매장할 경우 1652만 원, 화장할 경우 1198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이다. 2015년부터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을 하고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한 후 서울추모공원에 봉안하는 ‘서울형 착한 장례’ 서비스를 600만 원에 제공하고 있다. 몇 가지 제한조건을 감수하고, 서울에서 장례를 치르기 위한 최소 비용이 600만 원이라는 얘기다.  

 

가난한 사람에게 600만 원이라는 최소 장례비용은 장례식을 포기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따라서 무연고 사망자 문제는 빈곤계층 일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장제급여 75만 원이 장례 후 지급된다. 그런데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할 경우, 지자체가 이 돈을 병원 장례식장에 주고 장례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병원 장례식장은 간단한 염습만 하고 곧바로 화장장에 보낸다. 그러면 실제로는 무연고 사망자와 동일하게 처리되지만, 구청장이 연고자가 되기에 무연고 사망자 통계엔 집계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서 2017년부턴 기초생활수급 사망자 중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여 지자체가 대행 장례를 한 경우도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 넣도록 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무연고사망자 수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진행되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 장례식의 모습

 

- 장례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 던지는 공영장례

 

2018년 3월 서울시는 광역단체 최초로 무연고사망자와 저소득층 시민의 장례지원을 위한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우선,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지원을 위해 시립승화원에 무연고사망자 전용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의전 업체로 ‘우리의전’을 선정하여 5월부터 무연고자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이와 함께 저소득 시민 장례지원을 위해 서울형 추모 서비스 ‘그리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고인이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유족이 실질적으로 장례를 치루기 힘든 미성년자, 장애인 또는 75세 이상 어르신인 경우로 제한했다. 지원내용은 서울시와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은 ‘한겨레 두레협동조합’과 같은 수행기관을 통한 빈소, 근조바구니, 영정사진, 제물, 종교의식 등 50만 원 상당의 현물 지원이다. 

 

서울시의 공영장례 조례는 저소득층 장례 지원을 장제수급비 인상 등 현금지원 형태가 아니라 무연고자 장례식과 연계해 ‘공영장례’로 지원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연고자가 있든 없든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장례식 없이 처리되는 ‘장례 소외’ 문제는 개별적 현금지원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장례 소외’는 장례의 상품화로 장례 본연의 가치로부터 멀어졌다는 의미로, 장례의 공공성 확보와 장례문화 개선의 맥락에서 성찰해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문제는 ‘돈 있는 사람만이, 가족만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정상장례’의 틀을 깨고 장례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무연고자 장례식에서 장례의 본질을 깨닫다

 

2015년부터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식을 치러온 단체가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장례식을 주관하면서 결성된 ‘나눔과나눔’은 경찰, 구청에서 병원 안치실로, 운구업자에서 시립화장장이라는 직선으로 이어진 무연고자 시신 처리 절차에 개입하여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식을 주관해 왔다. 이러한 장례식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눔과나눔이 아니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장례식에서 나는 장례식의 존재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유가족의 체면과 지위 과시를 위한 허례허식, 유가족과의 관계 때문에 부러 문상 가는 장례식의 껍데기가 아닌, 죽은 자에 대한 애도와 기억하기라는 장례의 본질을 무연고자 장례식에서 만난 것이다.

 

나눔과나눔이 무연고자 장례식에서 가장 공들이는 일은 남은 연고자를 찾아 연락하는 일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연고자―순서대로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 부모 외의 직계 존속, 형제, 자매―가 없다고 해서, 혹은 우선순위의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고 해서 실제 연고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랜 관계 단절로, 정서적 갈등 때문에, 너무 가난하거나 병이 들어 장례를 치를 여건이 안 돼 시신 인수를 거절했지만, 뒤늦게 나눔과나눔이 마련한 무연고자 장례식에 유가족이 참석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경우 장례식은 죽은 자와의 정서적 갈등을 풀 마지막 기회가 된다. 때로는 무거운 침묵으로, 때로는 오열 속에서 죽은 자에 대한 원한과 마음의 빚을 내려놓고 텅 비워진 가슴에 다시 삶의 의욕을 채우게 된다.

 

법적으로 가족은 아니지만 수십 년간 동거해온 반려자, 가족과 다름없던 이웃이나 친구들, 동호회, 시설, 단체 사람들, 쪽방촌 이웃들이 나눔과나눔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장례식이 죽은 자와의 마지막 송별회라면 이 지인들이야말로 장례식을 필요로 하는 조문객이다. 나눔과나눔은 장례식 후 시신을 화장하는 동안 조문객들과 둘러앉아 망자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를 나눈다. 영정사진이 있으면 영정사진을 보면서, 없으면 위패에 적힌 이름을 부르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고통과 기쁨 속에 살다 갔는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나는 장례식 본연의 가치가 이러한 ‘이야기’에 있음을 깨달았다. 상품화된 ‘정상장례’에는 허례허식과 격정(pathos)만 있지 죽은 자와 산 자들 사이의 ‘말(logos)’, 혹은 ‘이야기’가 없었다. 인간적 삶의 영속성과 공통성이 그에 대한 이야기(history)에 있다면, 산 자들이 나누는 기억과 이야기야말로 장례식의 본질적인 의미일 것이다. 

 

- 메멘토 모리, 무연고자 장례식의 시민 조문객으로 초대합니다

 

공영장례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서울시는 나눔과나눔이 주관하던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을 ‘우리의전’이라는 의전업체에 위탁했다. 나눔과나눔은 법인이 아니라 당시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활동의 연속성을 고려해 나눔과나눔은 우리의전과 협력하여 지인이나 연고자를 장례식에 초대하고, 온라인으로 부고를 알리며, 종교의례 봉사자나 시민조문객을 모으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전부터 나눔과나눔의 무연고자 장례식에 참여해온 동자동 쪽방촌 주민이나 시민조문객들은 위탁 업체의 장례식에 불만과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의전업체가 서울시에서 위탁받은 것은 엄숙한 ‘장례의전’ 뿐이기에 조문객과의 관계는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나눔과나눔이 어렵게 연락해서 온 유가족이 있음에도 상주를 맡기지 않거나, 쪽방촌 조문객들을 ‘엄숙한 제례식장에서 떠든다’며 쫓아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엄숙한 장례식’을 위해 ‘이야기’를 쫓아낼 때 남는 건 정말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그저 의전업체에 의해 치르는 장례 의식뿐이다. 

 

물론, 공영장례조례를 통해 가난을 이유로 장례를 못 치를 뻔한 유족들이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공공이 장례를 지원하는 것은 ‘존엄한 삶과 함께 존엄한 죽음도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는 시민사회계의 의견을 서울시가 수렴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지원 대상자를 기초생활수급자 전체로 확대하고, 지원 내용도 안치료, 빈소, 운구 차량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공영장례조례가 소외계층의 장례식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은 가족이 없다고, 가족이 포기했다고 장례식도 없이 처리되는 죽음을 사회적으로 애도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은 ‘사회장’의 성격을 띤다. ‘민주화 열사’나 유명인만 사회장으로 시민의 애도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비루한 삶과 죽음이야말로 우리 삶에 내재한 풀기 힘든 문제들을 깊이 성찰하게끔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원래 우쭐대는 개선장군 옆의 노예가 중얼거린 말이었다고 한다. ‘훌륭한 이’의 죽음만큼이나 ‘버림받은 이’들의 죽음도 기억될 가치가 있다. 그 삶과 죽음이 이 사회에 말을 거는 자리, 무연고자 장례식에 시민조문객을 초대한다. 

 

- 각주

*) 서울경제신문(https://www.sedaily.com/NewsView/1OL0GIZ6NP)이 전국 238개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 7월까지 누적 무연고사망자 4,150명 중 신원 미상인 경우는 10%를 조금 넘는 42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0%인 3,729명은 신원이 확인됐지만 가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거나 아예 연고가 없는 사망자들이었다. 가족이 없는 경우는 고아나 외국인·탈북민 정도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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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lizom@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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