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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에 따른 과도한 개입'에서 '적정한 거리두기'까지...공공후견인의 경험 분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공후견인의 경험 분석한 연구 발표
발달장애인 '자기결정권' 보장 위한 방법은? "후견인의 지속적 경험 공유"
등록일 [ 2019년01월09일 23시35분 ]

지난 2013년,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후견제도'가 도입되었다. 공공후견제도가 발달장애인의 의사결정 지원이라는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공공후견인의 경험에 주목한 연구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사회연구' 38권 4호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공후견인의 경험에 관한 연구'가 게재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한 광역지자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공후견인 6인을 심층 조사해 이들의 경험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들은 '기대와 온정의 뛰어들기'로 공공후견인이 되었으나, '예상치 못한 실패와 갈등의 경험'을 통해 '(피후견인과) 지속을 위한 거리 두기'를 선택하는 경로를 밟아온 것으로 분석되었다.

 

공공후견인들은 대부분 사회복지사로 관련직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이에 따른 전문가로서의 기대감, 피후견인을 '불쌍하다'고 여기는 감정, 소명 의식 등에 따라 공공후견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후견인 업무 시작이 감정적 요인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은 초반에 과잉 개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후견활동을 통해 피후견인인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비장애인에 가깝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나 공공후견제도는 전방위적 돌봄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적극적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는 "후견 개입이 피후견인에 대한 보호 요인이 될 수도 있으나, 공공후견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은 과도한 개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며, "이것이 발달장애인 피후견인의 개인성과 권리를 위배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정적인 요인으로 과잉 개입을 했던 공공후견인들은 이후 피후견인의 과도한 의존이나 불만 제기, 또는 공공후견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재로 인해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공공후견인으로 부여받은 임무 외에 피후견인의 생활이나 능력에 변화를 기대한 사례는 피로감과 소진을 보이기도 했다"고 연구는 설명했다.

 

또 한 가지, 연구참여자 거의 모두가 공통으로 토로한 어려움에는 공공후견인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 있었다. 임무를 수행할 때 '발달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후견인 지원체계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후견인이 적시에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도 지적되었다.

 

연구는 "공공후견인은 예상치 못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활동 초기의 적극적 개입을 조정해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어진 기간 동안 공공후견을 유지하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일'로서 접근하는 일정한 거리 두기의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참여자들이) 발달장애인 피후견인을 변화시키려던 노력을 중단하고, 장애인으로도 인간으로도 피후견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게 되었다"고 연구는 분석했다. 또한, "공공후견제도에 대한 개인의 해석과 이해를 버리고 제도 본연의 정신을 알아가게 되었으며 그 외의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대해서도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공공후견인 보수교육 등을 통해 전문가가 하는 교육에 참여하고, 동료 집단과 활동 경험을 공유하면서 제도 본연, 즉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재정립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도입된 공공후견제도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기 위한 방법들이 제안되었다. 사진출처=Pixabay

 

이러한 경험 분석을 통해 연구는 정책 시사점을 제안했다. 우선, 현재와 같이 공공후견인의 적극적 개입을 미리 배제할 수 없다면 임무를 정확히 부여해 활동의 경계를 명확히 짓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후견인 선임 직후 후견인과 피후견인, 후견법인과 발달장애인센터가 모두 대면하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본인이 활동할 구체적 사례 내에서의 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범위를 안내하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두 번째로는 공공후견인이 발달장애인과의 관계 맺기에서 갈등을 겪는 점에 착안, 후견인 프로그램에 역할실연(role-play)을 통한 발달장애인과의 실질적 경험과 의사소통 훈련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연구는 일본 사례를 들었는데, 히로사키시의 경우 공공후견인 선임 후 10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 하루는 후견인이 후견 업무에 동행해 대인 지원에 대한 기본적 내용을 파악하고, 역할실연을 통해 의사소통 방식을 익히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공공후견인이 임무를 처리할 때 접하는 외부기관, 특히 금융기관의 인식 제고 필요성도 지적되었다. 연구는 "대표적 후견감독인인 지자체가 피후견인 주거래 은행과 후견인과의 연계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연구는 공공후견인 개입의 조절, 어려움 대처, 그리고 중증 피후견인에 대한 돌봄 역할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체계 및 모니터링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후견인의 활동을 1차로는 지방자치단체가, 2차로는 법원이 감독하는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잦은 인사이동과 전담인력 부족 등으로 개별 활동을 적절히 모니터링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구는 "장기적으로는 지자체 감독 기능 실질화와 제도 관련 기관 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공후견인이 활동내용을 자주 공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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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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