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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용산참사 10년의 눈물 끝내 외면
용산참사 10주기 맞이한 유가족 및 생존자들, '김석기 사퇴' 촉구
국회의원들에게 책임 있는 행동 촉구했으나 사퇴촉구안 제출 결의한 의원 없어
등록일 [ 2019년01월15일 20시31분 ]

용산참사로 남편 윤용현 씨를 잃은 유영숙 씨가 "김석기가 죽였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외치고 있다.

용산 참사 책임자인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안해달라는 유가족 및 생존자들의 요구에 어떤 국회의원도 응답하지 않았다.

 

용산 참사 10주기를 5일 앞둔 15일 오후 5시경, 용산 참사 유가족 및 생존자들이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용산참사 10주기 강제퇴거 피해자 증언대회’를 마친 뒤, 2층 로비에서 김 의원 사퇴촉구 결의를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다. 이들은 '김석기가 죽였다!', '용산 참사 책임자 김석기는 사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어 올리며 "용산 참사 책임자 김석기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석기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경북 경주시에 출마해 당선,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용산 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으며, 참사의 원인이 된 과잉진압을 지시해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난 7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와 인터뷰를 하며 "지금 (용산 참사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현재 경찰도 똑같은 그런 원칙을 가지고 (진압을) 하지 않겠나"고 답변해 책임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용산참사 10주기를 앞둔 15일 오후 5시경, 용산참사 유가족 및 생존자들이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과잉진압을 지시한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며 국회의원회관 2층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 모인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현수막을 펼치자, 이들을 제지하고 현수막을 뺏으려 달려드는 국회 보안 인력들과 유가족 및 생존자 당사자들 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10여 분간 충돌이 이어지다가 소강상태가 되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대열을 맞춰 자리에 앉았다. 곧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오늘 김석기 만나고 싶지도, 만날 자신도 없습니다. 김석기가 경주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했을 때, 유가족분들과 함께 상복 입고 피켓 들고 갔습니다. 상복 입고, 영정 들고 6년 만에 유세하는 김석기를 보는 유가족들 심정이 어땠겠습니까. 그런데 다가가니까 지지자들이 유가족들을 질질 끌어내고, 김석기는 계속 용산 진압이 얼마나 정당했는지, 철거민들이 얼마나 '폭도'였는지 유세 방송을 했습니다. 너무 후회됐습니다. 무릎 꿇고 사과받아야 할 분들이 왜 이런 모습을 봐야 하나, 너무 서러웠습니다.

 

그래서 오늘 국회에 오면서도 '혹시 진짜 김석기 만나면 어떡하지. 사과는커녕 모욕만 당하면 어떡하지'하면서 너무 불안하고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김석기 말고 다른 의원들에게 요구하려고 왔습니다. 우리는 김석기를 국민의 대표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해 주십시오. 100명, 200명 의원 서명을 받아야 온당할 것 같은데 시간이 마땅치 않다면 앞으로 남은 5일 동안, 하루에 두 명씩이라도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서명받겠다고, 국회의원 단 한 명이라도 나와주십시오."

 

이 국장은 "18, 19대 국회 때 여러 국회의원 사퇴촉구안이 제안되었다"며 "문대성 전 의원은 논문 표절 때문에, 김광진 전 의원은 트위터에 '막말'을 했다는 이유로 사퇴촉구안이 국회에 제안되었다. 그런데 무고한 시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이 숨진 일에 책임이 있는 김석기가, 이 두 의원보다 잘못이 작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참사 10주기를 앞둔 15일 오후 5시경, 용산참사 유가족 및 생존자들이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과잉진압을 지시한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자, 국회 보안관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분노와 애통함이 뒤섞인 이 국장의 발언을 들으며 유가족과 생존자들 역시 눈물을 흘렸다. 용산 참사 유가족 전재숙 씨는 "우리가 여기 왜 왔겠나. 다시는 안 오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국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들, 너나 할 것 없이 다 와서 우리와 함께해준다 했어요. 그런데 김석기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앉아서 지금도 철거민들 내모는 데 합세하고 있고. 이런 사람도 국회의원이라고 옹호하는 다른 의원들, 정말 한심해요. 우리한테 무슨 힘이 있습니까.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죽은 우리 남편들 영정 들어있는 현수막을 뺏어가고, 잡아 뜯고 때려요. 우리는 무서운 거 하나도 없어요. 김석기를 여기서 내몰든지 책임 있는 행동해서 우리 10년간 응어리진 마음 조금이라도 풀어줘요."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 씨가 "용산참사 책임지고 김석기는 사태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10년 전 그날, 망루에서는 삶과 죽음이 갈렸다. 살아 돌아온 이들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화재 사고로 인해 '동지를 죽인 자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감옥에까지 다녀와야 했다. 생존자 김성환 씨의 한 가지 소원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 씨는 "살고 싶어서 쫓겨 올라간 죄밖에 없는데 우리의 삶은 철저히 망가졌고 미래는 꿈도 못 꾼 채 살아왔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김석기는 승승장구하며 살아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이제는 정말 뿌리를 뽑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쳤다.

 

"우리가 언제까지 폭도로 기억되어야 합니까?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도, 살아 돌아온 저희도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고, 이웃이었다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김석기는 국민을 '폭도', '테러리스트'로 매도하고, 잘못을 뉘우칠 줄도 모릅니다. 다른 국회의원들이 김석기를 그대로 둔다면 이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 아니고 뭡니까. 제발, 한 줌의 정의라도 지켜주십시오. 억울한 호소에 귀를 좀 기울여 주십시오."

 

용산참사 유가족 유영숙 씨가 "김석기가 죽였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눈물짓고 있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약 50여 분간 자리를 지키며 호소에 응답할 의원을 기다렸다. 그러나 국회는 조용했다.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는 "오랫동안 기다려봤지만, 김석기 사퇴촉구안을 내겠다는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우리는 10년 전에도, 오늘도 기댈 곳이 없지만, 그래도 꿋꿋이 싸워왔다"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격려했다. 조 대표는 "무고한 국민을 다섯 명이나 학살한 김석기가 감옥에 가는 날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결의했다.

 

한편, 용산 참사 10주기를 맞아 시민사회계는 '용산참사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를 꾸리고, 11일부터 20일까지를 추모주간으로 선포했다. 20일까지 추모위원을 모집하며,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bit.ly/용산추모위원' 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추모주간 일정
- 11(금)~27(일) 용산10주기 도시영화제 (인디스페이스, 청계천, 을지로 등)
- 17(목) 김석기 처벌, 강제철거 중단 빈민대회 : 11:00, 국회 앞(국민은행 앞)
- 18(금) 경주 김석기 퇴진, 처벌 기자회견 : 11:00, 경주 김석기 사무소 앞
- 18(금) 10주기 추모문화제, 용산 참사_그리고_나 : 19:00,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
- 20(일) 10주기 추모제 : 13:30,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 (12:00 대한문 앞 버스출발 *탑승 신청 http://bitly.kr/Z8sED 혹은 문자 010-4258-0614 이름, 인원 필수))
- 20(일) 17:00, 용산 10주기 추모 미사 :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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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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