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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용산참사 막으려면 "강제퇴거 자체를 불법으로 만들어야"
용산참사 10주기 맞아 '강제퇴거 피해자 증언대회' 열려
동네도, 시기도 다르지만 폭력은 일관된 양상...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해야"
등록일 [ 2019년01월16일 16시51분 ]

불도저식 개발사업과 국가가 감행한 폭력적 강제퇴거로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가 올해 1월로 10주기를 맞이했다. 정부는 용산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하기도 했고, 검찰 차원의 진상규명도 진행되고 있으나 용산참사는 아직도 한국 땅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1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8 간담회실에서는 용산 참사 10주기를 맞아 강제퇴거 피해자들의 증언대회가 열렸다. 노량진 수산시장, 인덕마을, 청량리 4구역, 그리고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 임차상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쫓겨나 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쫓겨난 시기도, 쫓겨난 동네도, 쫓겨나야 했던 근거가 된 법률도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의 증언은 마치 한 사람이 한 곳에서 겪은 일처럼 일관되었다. 용산참사 이후에도 반복되는 폭력적 퇴거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1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8 간담회실에서는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아 강제퇴거 피해자들의 증언대회가 열렸다.

 

"그때, 우리는 국민이 아니라 치워야 할 ‘방해물’일 뿐이었습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인덕마을 거주자였던 김진욱 씨는 아직도 2016년 4월 26일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새벽 6시부터 ‘용역 깡패’ 300여 명이 인덕마을로 몰려들었다. 이 중 100여 명은 담당 경찰서에 신고도 되지 않았고,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표식도 달지 않은 ‘미배치 용역’이었다. 김 씨는 당시 용역들이 건물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던 상황을 보며 ‘인간 사냥꾼 같았다’고 회상했다.

 

“마치 ‘인간 사냥꾼’처럼 건물 내부에 있던 주민들에게 소화기를 뿌리며 호흡을 곤란하게 하고, 주먹과 발, 소화기와 쇠파이프 등을 사용해 무차별 폭행을 가하며, (건물) 내부로 진입하여 주민들을 제압해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민 24명이 열상, 코뼈 골절, 골반 골절, 갈비뼈 골절, 치아 골절, 뇌진탕, 척추손상 등 최대 전치 10주에 이르는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몸에 남은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은 ‘버림받았다’는 심리적 고통이었다.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112에 구조요청을 10여 차례 했지만, 용역의 폭행과 강제퇴거 집행이 끝날 때까지 경찰은 현장에 오지 않았고, 119 구급대가 건물 밖으로 끌려온 주민들을 병원으로 호송해갈 뿐이었다. 서울 북부지원 집행관은 건물 안에서 사람이 끌려 나오는 것을 보면서도 집행 중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도 서울시민도, 노원구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익 사업인 재건축 정비사업에서 치워버려야 할 방해물일 뿐이었습니다. 그때 우리에게는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인권도, 권리도 없었습니다.”

 

인격이 산산이 부서지는 강제퇴거의 경험은 인덕마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15년부터 개발이 진행된 청량리 4구역에서 거주하던 백채현 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당시 청량리4구역의 용적율(전체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 용적률이 높을수록 건축할 수 있는 연면적이 많아져 건축 밀도가 높아지고, 이는 임대 등 각종 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은 998%였으나 임대주택 비율은 2%에 불과했다. 공익적 목표로 개발을 결정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개발은 집요했다. 그리고 이 ‘개발’의 과정에서 주민들의 삶은 붕괴되었다.

 

“집행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용역들은 우리 동네에 24시간 상주했습니다. 밤이건 낮이건 쇠파이프를 들고 주민들을 위협했습니다. 건장한 용역이 정복 경찰 다섯 명 앞에서 여성을 폭행해도, 현행범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는데도 경찰은 수수방관만 하더군요. 사업주인 롯데건설은 현장 공사를 통해 주민들이 아직도 사는 집 앞까지 용역들에게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오함마(공구용 대형 망치)’와 ‘빠루(끝이 뾰족한 쇠지렛대)’로 주민들이 쌓아 올린 바리케이드를 때려 부수고 세입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난사하며 돌진했습니다. 쓰러진 사람이 노인이라도 상관 않고 바닥에 질질 끌어냈습니다.”

 

백 씨는 “그러나 이러한 만행이 버젓이 일어나는데도, 구청은 물론, 경찰도, 심지어 서울시에서 나왔다는 인권지킴이들도 먼발치에서 보고만 있었다”며 분노를 토해냈다. 아울러 백 씨는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폭력 집행 현장에 언론사도 있었고, 심지어 용역에게 폭행을 당한 기자도 있었으나, 집행이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에 관해서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김진욱, 백채현, 윤헌주 씨.

 

노량진 수산시장 역시 폭력적 강제집행과 이에 맞서는 상인들의 투쟁으로 화제가 되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용역들의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집행 현장을 기록한 영상을 공유했다. 용역들이 노년 여성 상인들을 향해 성적 모욕을 주는 언어로 위협하거나, 실제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윤 위원장은 “하지만 어느 한 곳, 우리의 고통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모욕 속에서도 언론은 우리 상인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목 좋은 자리를 달라고’ 생떼를 쓰는 사람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시장에 와서 ‘해결하겠다’며 사진이나 찍어갔고요. 수협뿐만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우리를 이용하기만 하는 정치인들, 자본의 편에 선 경찰,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언론까지 모두가 가해자입니다.”

 

되풀이되는 용산 참사 비극 막으려면 “‘강제퇴거 금지’가 대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용산 참사 이후 정치권과 국회, 서울시에서도 제도 개선책을 논의하며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아래 도정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아래 토지보상법)’, ‘경비업법’ 등의 개정이 있었으나 그동안 지적되어온 개발과 강제퇴거 문제점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돈의문, 장위동, 최근에는 아현동에서도 강제퇴거로 인한 사망 사건이 이어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이 국장은 지적했다.

 

이 국장은 “개별적인 법률 개정이나 대표적 개발사업 법률인 도정법의 세부적 법률 개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강제퇴거 금지’라는 원칙을 수립하기 위한 제안을 하려고 한다”며 “특히, 개발 사업 계획 수립 전 ‘인권영향평가’ 제도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법률로 강제집행이 ‘합법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삶과 생존의 공간을 빼앗기는 이들의 재정착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지는 강제퇴거를 금지함으로써 그 자체를 불법이자 국민에 대한 국가의 ‘테러’로 규정하는 프레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늘 미끄러지고 있는 ‘강제퇴거금지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퇴거는 국제사회에서 ‘중대한 인권침해’로 여겨지고 있다. 유엔은 인권위원회 결의 제77호를 통해 각국 정부에 강제퇴거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유엔은 ‘개발로 인한 퇴거에 관한 포괄적 인권지침’에서 “강제퇴거에서 주요한 의무를 지는 것은 국가”라며 일련의 퇴거 과정에서의 인권 보장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 사회권위원회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한국의 강제퇴거 실태에 대한 우려와 이를 위한 예방 조치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이 국장은 “그러나 한국의 폭력적 강제퇴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용역 깡패’라 불리는 사적 폭력에 의존해 강제퇴거가 이뤄지는 현상을 지적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이 국장은 “폭력적 강제퇴거가 이뤄지는 이유는 개발이 인권 실현이 아닌, 이윤을 중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며 “인간다운 주거, 문화, 경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개발의 본래 목적을 회복한다면, 인권과 상충하지 않는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이를 위해 개발에 ‘인권영향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개발 사업이 교통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리 분석해 이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는 것처럼, ‘인권영향평가’도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개발을 물리적 환경에 대한 재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개발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삶과 존엄에서 출발해, 인권 관련 기준들이 개발의 계획이나 추진에서도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개발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하고 권리를 실현시킬 수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용산 참사 10주기를 맞이한 오늘날의 한국에서는 건설자본과 투기적 소유자의 재산권을 중심으로 이뤄진 현행 개발사업의 근본적 변화와 균열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개발 관련법들을 개정하는 방식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다시 한번 강제퇴거금지법 제정과 인권영향평가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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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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