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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에 막혀 활동지원 제대로 못 받아 반년간 하루 한 끼… 장애계, 국민연금공단 ‘긴급 점거’
활동지원등급 이의제기하고 급여 변동도 신청해봤지만 모두 거절당해
반년간 하루 한 끼로 버텨, 현재 몸무게 40키로도 안 돼
등록일 [ 2019년01월29일 20시54분 ]

탈시설한 중증장애인이 장애등급으로 인해 또다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위험에 처하자,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제대로 된 대책을 촉구하며 29일 오후 3시경 인천시 국민연금공단 부평계양지사를 긴급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부분의 일상생활에 활동지원이 필요함에도 장애등급으로 인해 하루 2시간가량밖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등급제 피해자’가 또다시 발생했다. 반년간 하루 한 끼로 버티며 생활하던 중증장애인 이아무개 씨(30세)는 현재 몸무게가 40킬로도 되지 않을 만큼 허약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는 ‘장애등급제 피해자’ 이 씨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촉구하며 29일 오후 3시경 인천시 국민연금공단 부평계양지사를 긴급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 씨는 지난해 초 서울의 한 공동생활가정에서 탈시설하여 현재 인천의 단독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중복장애1급(뇌병변 2급, 지적 3급)으로 외부 이동 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일상생활 대부분에 활동지원이 필요하나, 활동지원급여 인정조사 결과 3등급을 받았다. 당시 그가 받은 시간은 한 달 111시간(급여 119만 6000원)으로 하루 3시간가량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양이었다.

 

그러나 혼자 신변처리와 식사를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인 그는 활동지원사가 없는 시간에 무리하게 신체를 이용하면서 장애가 더 악화했다. 특히 집에선 휠체어 없이 손목으로 땅을 짚고 이동해야 했는데 이로 인해 팔목에 염좌가 생기면서 일상생활이 더 어려워졌다. 결국 활동지원 시간을 더 받고자 급여 변경 신청을 하여 2018년 8월, 그는 활동지원등급이 3급에서 2급으로 상향되었으나 서비스 시간은 하루 평균 고작 1시간 더 늘어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곧 무용지물이 됐다. 다음 달에 복지관을 그만두면서 직장 생활로 받던 추가급여(한 달 20시간)가 삭감된 것이다.

 

이 씨는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없어 온종일 물도 제대로 마실 수 없었고, 식사를 위해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다가 손목에 힘이 없어 용기에 든 국을 쏟아 경미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손목 관절의 무리한 사용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동행할 사람이 없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반찬 지원 사업 대상이었으나 직접 가서 반찬을 받을 수 없어 이 또한 결국 지원받지 못했다.

 

결국 이 씨는 ‘활동지원 시간 부족으로 삼시 세끼 밥을 챙겨 먹을 수조차 없다’며 공단에 이의신청했지만 기각당했고, ‘급여 변동’으로도 서비스 신청을 다시 해봤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인천장차연에 따르면 이 씨는 계양구청 측으로부터 올해 1월 초 ‘뇌병변장애 2급이 1급에 준하는 서비스 지원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오는 7월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구두로 최종 통보받았다. 

 

그사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이 씨의 몸무게는 40킬로 이하로 떨어졌다. 이 씨는 영양 부족으로 계속 넘어지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기도 했다. 지난 25일엔 병원에서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진단받은 뒤 약 복용을 위해 죽을 먹어야 했지만 이를 지원해 줄 활동지원사가 없어 동료 집에서 지내야 했다.

 

현재 이 씨는 주중엔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하루 2시간씩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주말의 경우 토요일은 이용하지 않고 일요일에만 8~10시간가량 이용하고 있다. 활동지원 시간이 짧다 보니 활동지원사 구하기도 쉽지 않아 주말엔 몰아서 이용하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설날 연휴엔 활동지원사가 아예 없어 이 씨는 생명에 위험을 받고 있다.

 

인천시 국민연금공단 부평계양지사를 긴급 점거한 모습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러한 문제로 국민연금공단 부평계양지사를 긴급 점거한 인천장차연은 오후 5시 40분경 부평계양지사장 등과 면담했으나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면서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다.

 

면담에 들어갔던 박길연 인천장차연 공동대표는 “공단 측에서 현장조사 두 번 나왔을 때 모두 이 씨와 같이 있었다. 당시 이 씨는 혼자 밥 먹을 수 없다며 기력이 없어 이렇게 답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울면서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서비스 등급이 2급으로 나왔다.”면서 공단의 현장조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박 대표는 “공단 측은 현장 조사 결과를 정리해서 수급자격심의위원회에 보고하는 것까지만 자신의 역할이라며, 수급자격심의위원회 내용 검토 결과 ‘지금 상태로서는 최대한의 인정점수를 준 것이라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공단은 앞으로 장애가 더 악화되어 장애재심사를 받아 등급에 변동이 있으면 그때 가능하다고 답했다”면서 “공단은 ‘제도상의 문제라 더는 권한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와서 응답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따라서 인천장차연은 △이 씨가 설날 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즉각 조치할 것 △수급자격심의위원회 회의록 공개 및 진상규명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고 활동지원서비스를 제대로 지원할 것 △긴급상황에 대한 복지부 장관 면담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 6개월을 앞두고 장애등급제 피해가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장애등급제로 인한 희생자는 더는 없어야 한다.”면서 30일 오전 10시 국민연금공단 부평계양구지사 앞에서 국민연금공단 규탄 및 무기한 농성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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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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