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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이동권 보장 요구’하는 장애인에 최루액 분사, 2심도 ‘위법’
1심과 동일, 항소심도 ‘정부는 원고들에게 100만 원씩 배상하라’
법원, ‘미신고 집회’로 판단하고 그 외 경찰 대응은 ‘정당하다’ 판결… 원고 측 “아쉬움 커”
등록일 [ 2019년02월01일 13시17분 ]

2014년 4월 20일,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쏘려고 겨누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고속버스에 탑승하려고 했던 장애인을 향한 경찰의 최루액 분사에 대해 2심 재판부도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4부(재판장 장석조)는 지난 1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소속 회원 33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각 100만 원, 총 33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고 측이 상소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전장연 측은 항소심에서 1심 배상액 100만 원보다 높은 200만 원을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최루액 분사와 관련해 재판부는 “경찰이나 타인의 생명·신체와 재산 및 공공시설 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가 실제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경찰의 분사기 사용은 목적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고, 경찰의 분사기 사용이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절차대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면서 “이는 집회나 시위에 대한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평균적인 경찰관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판부는 전장연 활동가들이 승강장에 진입한 지 약 10분밖에 지나지 않았고 1차 해산명령조차 내려지지 않은 시점에서 경찰이 최초 최루액을 분사한 사실을 들었다. 또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체포된 것은 승강장에 진입한 지 50분이 지난 후로, 범인의 체포·도주 방지를 위한 사용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원고들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보이므로 경찰공무원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는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4년 4월 20일,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경찰 바로 앞에 있음에도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난사하고 있다. ⓒ최인기
 

그러나 그 외의 청구이유는 모두 기각당했다. 재판부는 승강장에서 진행한 버스타기 행사가 “집시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며 이를 미신고 집회로 판단하고 이로 인해 “고속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일반 승객들 및 소외 회사의 법익이나 공공성을 갖는 고속버스터미널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버스 승강장은 사유재산이기도 하여 “소외 회사의 사용 승낙없이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회사의 재산권 또는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고, 형법상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재판부는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여 이동을 제지한 행위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 측은 ‘정당하게 구매한 승차권으로 고속버스 탑승을 위해 이동한 것을 경찰이 제지했으므로 재산권 침해’라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저상고속버스가 도입되지 않은 당시 현실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고, 바로 이러한 모습을 시연하면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한 것이었으므로, 고속버스 탑승 시도가 집회 성격 외에 재산권 행사의 성격도 갖는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원고 측 소송대리인 최현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많이 아쉽다”며 “법원이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 보수적인 판단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 판결도 그에 대한 연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버스타기 행사를 경찰은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 사전에 전장연과도 충분히 협의할 시간이 있었으나, 터미널 관련자만 불러서 대책 회의를 했다”면서 “그러나 법원은 단지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고, 터미널이라는 공간이 갖는 공공적 특색을 고려했을 때, 경찰이 이 정도의 조치는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까지 집회에서 경찰의 일방적 대응에 항의하면 집회 참가자들은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곤 했다. 이에 대해 다른 판단을 기대하며 항소심에서 최루액 분사뿐만 아니라 절차적 문제도 위법성을 인정받길 원했으나 실패했다”며 이번 판결에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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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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