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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 손쉽게 하고선 ‘임세원법’ 이름 붙여 발의… 정신장애계 거센 반발
윤일규 더민주 의원, 신경정신의학계와 손잡고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발의
입법 공청회에서 정작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안 해, 정신장애계 ‘분노’
등록일 [ 2019년02월09일 20시10분 ]

8일 오후 2시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관한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에 대해 정신장애계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악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신경정신의학계를 필두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악안이 일명 ‘임세원법’이라고 둔갑하여 발의하자, 정신장애계가 거세게 반발하며 나섰다.

 

8일 오후 2시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관한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였던 임세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이번 입법 공청회는 지난 1월 25일 윤일규 의원 등 14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관한 것으로 개정안은 강제입원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없앤 후 사법심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신장애인 입원 치료와 관련한 대대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개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등 16개 정신장애 관련 단체는 ‘정신건강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를 꾸리고 “이번 개정안은 고 임세원 교수와 유가족의 유지에 반하는 내용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면서 대응에 나섰다. 공대위는 공청회 직전 현장에서 ‘자유가 치료다’, ‘과거로 회귀하는 반인권법 반대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공청회 현장에서 ‘자유가 치료다’, ‘과거로 회귀하는 반인권법 반대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공대위는 당일 배포한 성명에서 “정신요양시설과 정신병원에 있는 수만 명의 정신질환 환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정신과 의사가 처방한 약을 복용했지만 치료되지 않고 있다”면서 “여전히 10만여 명의 당사자를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가두어 두고 약물치료만 고집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들이 채택된다면, 그것은 또다시 ‘정신질환’이라고 이름 붙여진 당사자들을 송두리째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은 강제입원과 강제치료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동료지원활동 등 당사자 자조모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회복 과정이 바뀌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란에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일규 의원은 공청회에서 준비한 개회사를 덮고 현장 발언으로 대신했다. 윤 의원은 “이렇게 논란이 될 줄 몰랐다”고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며 “우리가 아무리 선한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받아들이는 분이 오해한다면 시정하고, 환자분들이 원치 않는다면 개정하지 않으면 된다. 오늘 공청회가 격렬하더라도 서로 의견을 겸허히 듣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임세원법안’에 분개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윤일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난 2016년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부개정되면서 미비하지만 그나마 ‘성과’라고 꼽을 수 있는 내용이 삭제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입원을 손쉽게 하는 방향으로 다시 회귀하였다는 것이다.

 

현재는 당사자 의사에 반하여 강제입원 시키려면 자·타해 위험과 치료 필요성이 둘 다 충족되어야 하나, 개정안은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이는 기존 신경정신의학계가 줄곧 요구했던 것이기도 하며, 과거 정신보건법으로의 회귀다. 두 번째는 현행법에선 강제입원을 진단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은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으로 이 중 한 명은 국·공립 정신병원 소속’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에선 이를 삭제하고 ‘서로 독립적인 의사 2명’이라고만 규정하여 진단 요건도 완화했다. 세 번째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삭제다. 국립정신병원 등에 강제입원에 대한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는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은 전부개정 당시 신설된 조항이나, 개정안에선 이를 삭제하고 모든 강제입원과 계속입원·연속입원 판단을 가정법원에 맡기는 사법절차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비공식입원’이라는 새로운 입원 유형이 신설되었으나 현재로서 그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 비공식입원이 새로 생기면서 기존 자의입원의 경우, 입원은 자의로 가능하나 퇴원은 의사 진단에 따라 거부당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행정입원(행정기관에 의한 강제입원)도 확대되었는데, 대표적으로 현행법에서는 ‘행정기관은 강제입원 시 최초 입원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퇴원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개정안에서 이 내용은 삭제됐다. 이와 함께, 주요 강제입원으로 꼽히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보호입원’으로 변경하고, 가족·친족 등에서 우선순위 없이 누구든 입원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악안에 반발하며 공청회에서 공대위 소속 활동가가 ‘자유가 치료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개정안에선 퇴원 후 외래치료명령도 기존보다 강화되었는데, 경찰관은 외래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검사받지 않을 땐 정신의료기관에 이송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10년 이상 장기입원의 주된 문제적 공간으로 지적되고 있는 정신요양시설은 사실상 치료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정신건강증진시설’ 대상에서 삭제했다. 중증 정신질환자로 제한된 정신질환자 개념도 ‘경증 정신질환자’까지 확대됐다.

 

이렇듯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부개정되어 시행된 지 고작 1년 반 만에 또다시 대폭 개정된 법안이 발의되었다. (2016. 5. 29 전부 개정, 2017.5.30 시행)

 

그러나 이날 마련된 자리는 개정안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입법 공청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 시간가량 이어진 발제 시간에 개정안을 정확히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날 발제자는 총 세 명으로 이들은 △정신건강복지법과 제도 개선 방안(이동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신건강을 위한 치료와 지원시스템 개선 방안(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신건강 공적 재원 확충의 필요성과 방향(윤석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첫 번째 발표인 이동진 교수의 발제에서 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정신건강복지법(구 정신보건법)의 역사와 외국 정신보건법제의 동향, 현행 정신보건법의 문제와 개선 방향만을 지적했을 뿐, 개정안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 보건복지부 “입적심 시행 1년도 안 됐는데… 평가부터 하고 사법입원 논의해야”  

 

이러다 보니 토론자로 참석한 이들도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 의견 개진보다는 정신건강 치료 환경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등의 인상 비평이 대부분이었다. 경찰청과 복지부,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만이 개정안에 대한 주요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그 외에 토론자로는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대표,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 박경덕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장, 정슬기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왼쪽) 김종민 경찰청 생활질서과장, (오른쪽)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특히 경찰청은 개정안에서 확대된 경찰 역할에 대해 자세한 입장을 표명하며 행정입원이 현재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경찰청 생활질서과장은 “현재는 경찰관이 정신건강복지센터(아래 센터)에 행정입원을 신청해도 센터 측에서 행정입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서 “경찰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행정입원을 110건 신청했는데 이에 대해 센터는 65건(59%)만 입원조치하고 나머지는 조치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112 신고가 반복되고 그로 인해 정신질환자 범죄로 인한 인명피해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개정안에서 “행정입원을 신청받은 자치단체장은 그 신청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만 즉시 진단 의뢰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라는 단서 조항을 둘 경우, 행정입원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으니 ‘경찰 신청 요청 시 자치단체장은 7일 이내에 행정입원을 신청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응급이송과 외래치료명령에서도 경찰에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신설된 응급이송 조항(제50조의2)은 누구든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을 발견한 때에는 경찰관 또는 119구급대원에게 정신의료기관으로 이송을 요청할 수 있고, 경찰관은 이 사람을 이송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된 외래치료명령 조항(64조)에서도 경찰은 수검(受檢)명령을 받은 사람이 검사받지 않을 경우, 정신의료기관에 이송하여야 하며 119구급대원에 이송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초기진료를 활성화하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정신질환자는 범죄자가 아닌 ‘환자’임에도 경찰이 순찰차로 직접 호송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우려되며, ‘정신질환자=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낳을 우려가 있고, 환자나 가족 등 국민적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경찰의 직접 호송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아래 입적심)를 없앤 후 사법입원 절차를 도입하자는 개정안 내용에 “법원도 관련된 사안이기에 법원에 문의 중”이라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1년에 구속영장 청구가 3만 5000건인데 정신장애인 신규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이 4만여 건, 연장심사가 7만 건으로 한 해 10만 건이 넘는다. 도입 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며, 보조적으로 국선변호인, 호송인력, 신문 절차 등에 대해서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사법입원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 현재의 입적심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국장은 “올해 5월 31일이 입적심 시행 1년이기에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면서 “입적심 가동 후 비자의입원 축소를 기대했으나 2%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았고, 대면조사도 20% 정도밖에 안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사법절차 도입 논의는) 이를 파악한 뒤에 진행되어야 하지 않나.”라고 전했다.
 
- “입법 과정에서 당사자 이야기는 듣지 않아, 강제입원 강화하는 내용뿐”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개정안 내용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공청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발제문을 받아보곤 정작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어 형식적인 공청회라고 판단해 그냥 가려고 했다”면서 “개정안은 강제입원을 강화하는 내용뿐이다. 치료환경과 당사자 권익에 대한 고민은 없다. 우리 당사자들은 이번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당사자 대다수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살해 사건이다. 당사자들을 살해자 취급하고 있다”면서 “많은 당사자가 정신병원에서 강제 치료로 죽어 나가고 있지만 언론은 조용하다. 그런데 국회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만을 덮어 씌어서 정작 보여줘야 할 것은 보여주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색안경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정신장애계는 입법 과정에 대한 절차적 타당성을 문제 삼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 참석자는 “입법을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 수많은 토론과 논의를 거친 법안을 가지고 해야 공청회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토론자도 다 찬성하는 분들만 나와서 이야기하고 반대하는 전문가는 초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섭외된 7명의 토론자 중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을 제외하곤 대부분 개정안에 호의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다. 또 다른 참석자는 “오늘 드러난 극명한 문제점은 입법 과정에서 당사자 이야기는 하나도 안 들었다는 것”이라면서 “사건 터졌다고 한 달 만에 입법 공청회를 하다니, 이렇게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면 강제입원 트라우마가 있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아연실색을 안 할 수가 있나”라고 분개했다.

 

이날 세 시간가량 진행된 공청회 동안 자리를 지킨 윤일규 의원은 “오늘 말씀한 내용을 반영하겠다. 귀한 말씀을 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공청회를 마쳤다.

 

이날 공청회엔 백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이번 사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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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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