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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대체인력 투입? 사실상 ‘무용지물’
중증장애인 846명 중 대체인력 이용자는 10명뿐, 그마저도 모두 가족
활동지원사노조, “근로기준법 개정에 맞는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꼭 보장해야”
등록일 [ 2019년02월16일 13시24분 ]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 15일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게시간에 대체인력 투입은 없었고 정부의 실태조사도 없었다”라며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제공인력 휴게시간 세부 지원 방안’ 실태조사를 직접 조사해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자가 “응답하라 보건복지부. 계도기간 지나면 휴게시간 어쩌라고, 노동시간 단축 이후 장애인은 어쩌라고?”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장애인활동지원사에 대한 휴게시간 도입이 의무화되었지만,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대체인력 지원방안’ 실태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아래 활동지원사노조)이 직접 조사한 결과 이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활동지원사노조가 15일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게시간에 대체인력 투입은 없었고 정부의 실태조사도 없었다”라며 자체적으로 진행한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제공인력 휴게시간 세부 지원 방안’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개정한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라 활동지원사 등 사회복지사업이 기존의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활동지원사 역시 작년 7월 1일부터 ‘4시간 근무 시 30분, 8시간 근무 시 1시간’의 휴게시간을 갖게 되었다.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지난해 6월 11일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제공인력 휴게시간 세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7만 7천 8백여 명의 장애인 이용자 가운데(17년 기준) 고위험 중증장애인 846명을 대상으로 대체인력을 지원해 휴게시간 공백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가족에 의한 휴게시간 대체근무 인정과 가족 외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금 제공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복지부는 9월 27일 활동지원사노조와 면담에서 10월 말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대체인력 파견을 받은 이용자 155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한 뒤 그 결과를 보고 후속조치에 대해서 판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복지부는 모니터링을 진행하지 않거나 발표하지 않았다. 휴게시간에 대한 정부의 지침과 입장이 없이 2019년을 맞이한 활동지원사들은 “정부에 면담을 요구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대화조차 나눌 수 없었다”면서 분개했다. 

 

이에 활동지원사노조는 “정부가 약속한 모니터링 약속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라며 오늘 기자회견에서 그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정부공개청구를 통해 ‘지자체별 휴게시간 대체근무 이용현황’ 정보를 입수하고, 이용자가 있는 모든 지자체에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전수 조사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고미숙 활동지원사노조 조직국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보건복지부 정보공개 청구 내용을 보면 총 36개 지자체에 155명이 신청했다. 그중 ‘가족에 의한 대체근무 신청’은 48명, ‘대체근무 활동지원사 지원금 신청(가족 외 대체인력 이용 신청)’은 107명으로 조사됐다. 이에 고미숙 활동지원사노조 조직국장은 “155명이 모두 대체근무를 이용한 게 아니고 복지부가 작년 6월 지자체에 이용할 의사가 있는 장애인에 대해 알아볼 때 신청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고미숙 조직국장은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제공인력 휴게시간 세부 지원 방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족 외 대체인력은 사실상 단 한 명도 없었다”라며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를 보였다. 

 

활동지원사노조 실태조사 결과, 실제로 활동지원 대체인력을 이용한 사람은 ‘가족에 의한 대체근무를 이용한 사람’이 10명, ‘가족 외 대체인력을 이용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가족 외 대체인력을 이용했다’고 응답한 한 사람마저도 장애인 가족과 친분이 있는 사이였으며 도중에 하차하여 결과적으로 대체인력을 이용한 사람은 모두 가족이 활동지원한 10명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한 것은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이 허용될 경우, 돌봄노동이 모두 여성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또다시 확인됐다는 것이다.

 

고 조직국장은 “가족대체근무 이용자 10명에게 투입된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어머니가 6명, 누나가 2명(이용자 3명 지원), 오빠의 아내가 1명으로 조사됐다”라면서 “휴게시간 대체인력을 가족에게 맡길 때 결국 떠안는 사람은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국가가 사회서비스를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뿐 아니라 여성에게 가족 노동을 전가하는 꼴”이라며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휴게시간 대체근무 활동지원사 지원금 지급을 조사하려고 했으나 업무처리 경로 등 행정처리가 엉성했다”고 지적했다. 기관 담당자는 ‘기록지를 구에 보내면 구가 승인한 후에 활동지원사에게 시간당 5천 원 지원금을 직접 지원사에게 보냈다’라고 했으나 구에서는 ‘그런 업무처리를 한 바가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이 15일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게시간에 대체인력 투입은 없었고 정부의 실태조사도 없었다”라며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제공인력 휴게시간 세부 지원 방안’ 실태조사를 직접 조사해 발표했다.
 

중개기관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유 아무개 씨는 “장애인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권리, 활동지원사가 걱정 없이 노동에 집중할 수 있는 권리를 이제는 국가가 지켜줘야 할 때”라면서 “휴게시간을 꼭 적용해서 활동지원사가 쉬면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씨는 복지부에 “휴게시간 적용이 ‘개정 노동법이다’라는 것 외에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아무런 대책 없이 추진하기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모든 상황에 일률적인 휴게시간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용자의 상황과 장애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체 인력 파견을 위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해당 인력이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장애 특성과 서비스 기술을 체득한 뒤 파견해야 하고, 활동지원사가 안전한 환경에서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사노조 측은 “(휴게시간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54조가 재가서비스노동자인 활동지원사의 휴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노동시간만 늘리고 있다”라며 “근로기준법 개정을 원망하면서 모든 책임을 노동부로 돌리는 복지부에 실질적인 대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부에 무급노동으로 내몰리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속히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라며 이에 항의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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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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