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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수어통역사들 “도우미 아닌 전문가인데” …‘월 156만 원’에 꽁꽁 묶인 임금
교육부의 ‘지원 기준 금액(월 156만 원)’이 임금 상한선으로 작용
대학은 최소 ‘20% 이상’ 지원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금액만 예산 투입
등록일 [ 2019년03월05일 16시09분 ]

지난 2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어통역사에 대한 부당한 처우’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3월 5일 기준으로 744명이 청원 동의 의사를 밝혔다.
 

“국민 신문고에 비슷한 내용으로 회신을 요청한 것만 세 번째예요. 그런데 원론적인 답변만 하는 통에 이렇게 국민청원까지 올린 거예요. 대학에서 수어통역을 하려면 교과목을 미리 공부하고 연구해야 되는데, 한 달에 고작 156만 원 받으면서 일하기에는 업무 강도가 너무 세요. 지금 대학에서 예산이 모자란다고 시간 강사들 다 자르던데, 왠지 남 얘기 같지가 않아요.”

 

전화 너머 류정은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수어통역사 류 씨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이 시행되기 한참 이전인 1999년부터 대학에서 농학생들에게 수업을 통역하는 일을 해왔다. 이 일을 한 지 20년 된 베테랑이지만 그동안 그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류 씨는 지난 2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수어통역사에 대한 교육부의 부당한 처우’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류 씨는 “수어통역사 일이 매우 보람되고 좋지만 나아지지 않는 열악한 처우의 개선을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 교육부의 지원 기준 금액, 수어통역사 급여 상한선으로 작용

 

교육부는 특수교육법 등에 근거해 ‘장애대학생 도우미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도우미는 강의 대필·이동편의지원을 하는 ‘일반도우미’와 류 씨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수어통역·속기·점역을 하는 ‘전문도우미’로 나뉜다.

 

교육부의 ‘2019년 장애학생도우미 지원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문도우미’인 수어통역사 1인당 지원 기준 금액은 월 156만 원(연간 최대 1248만 원)이다. 그러나 이를 교육부가 전액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응투자’라는 명목으로 교육부가 80% 이하, 대학이 2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월 지원 금액 156만 원을 기준으로 현재 국고보조금은 월 124만 8000원(80%)이 지원되며, 나머지는 수어통역사를 고용한 대학이 부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특수교육법에 의하면 대학의 학장이 장애학생 학습지원 예산을 조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대학이 이를 감당할 재원이 부족하기에 교육부에서 일부를 보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고가 한정돼 있으므로 교육부는 장애학생도우미 1인당 지원금을 제한할 수밖에 없으나, 국고 지원 한도액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얼마든지 제한 없이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 분담금이 20% ‘이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부의 의중과 달리 대학은 교육부가 정한 ‘지원 기준 금액’ 이상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지원금을 받아 최소한의 비용만을 감당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은 수어통역사가 가져가는 임금이 월 156만 원이 넘어가게 될 경우, 이미 고용된 수어통역사에게 임금을 더 얹어주기보다 새로운 통역사를 추가 고용하려고 한다. 실제 류 씨가 일하는 대학도 다른 통역사를 추가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즉, ‘최소’ 부담금이어야 할 ‘20% 이상’이라는 대학 몫의 분담금이 역설적으로 ‘최대치’가 되면서, 교육부가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지원 기준 금액 월 156만 원’이 사실상 수어통역사 1인이 받을 수 있는 임금 상한선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교육부의 ‘2019년 장애학생도우미 지원사업 기본계획’ 중 장애학생도우미 지원 가능 금액을 명시한 부분.
 

시급도 대학마다 제각각이다. 류 씨에 따르면 수어통역사의 시급은 최소 2만 7000원~최대 4만 원까지 대학마다 다르다. 그러나 동일하게 ‘월 156만 원’에 묶여있으니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급 3만 원을 받는 사람은 월 52시간 일해야 하고, 4만 원을 받는 사람은 월 39시간만 일하면 된다. 그러나 설령 시급이 올라도 장애학생도우미 1인당 월 한도액이 묶여있으면 장애학생도우미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노동시간을 강제로 줄여 월 한도액에 자신의 임금을 맞춰야 한다. 월 한도액이 있는 이상 임금 인상은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 2019년 1인당 지원 기준 금액(전문도우미 156만 원, 일반도우미 128만 원)은 작년과 같다. 지원 기준 금액 동결 문제는 일반도우미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일반도우미의 경우, 2018년 시급은 8000원(최저임금 7530원)으로 한 달에 160시간을 일해서 월 128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인상됐음에도 월 한도액은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오르지 않아, 노동자 입장에선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노동 시간을 강제로 줄여서 작년과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

 

- 수어통역사의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 교육부는 “대학에 물어라”

 

류 씨는 현재 수어통역사가 전문가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어통역사가 되기 위해선 국가공인수어통역사 자격증을 따야 하며, 자격증을 딴 이후에도 다른 외국어 통역처럼 수어통역도 지속적인 훈련과 공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 수어통역사들은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류 씨는 “수어통역을 하려면 계속 수어 실력을 연마해야 한다”며 “(장애학생도우미로서 제대로 된 통역을 하기 위해) 교과목을 미리 공부하고 연구하기에 수어통역 시간만 업무 영역에 속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단순 전달자로 인식되는 ‘학습도우미’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기에, ‘전문학습지원사’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러한 전문성이 필요함에도 현재 전문도우미인 수어통역사의 임금은 일반 도우미와 비교해 한 달에 28만 원(연간 224만 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류 씨는 “전문성을 요하는 수어통역사들과 일반도우미의 업무량은 차이가 큰데 급여 차이는 너무 적다”며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류 씨는 현재의 급여 제한액을 폐지하고 정부 차원에서 수어통역사의 시급을 통일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에도 교육부와 대학은 서로 간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교육부는 매년 장애학생도우미 지원 사업전담기관을 정해 그 기관에 세부추진 계획과 지원금 교부 및 집행, 현장점검 등 사실상 전 과정을 위임하고 있다. 교육부는 예산만 책정하고 사업전담기관과 대학에 운영을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류 씨는 1인당 급여 지급 제한을 풀어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대응투자 20% 이상 지원은 대학 자율이니 학교에 항의하라”는 거였다. 예산 쪼개기식 지원이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미루는 근거가 되면서, 그 어떠한 이도 수어통역사의 처우 개선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 수어통역사의 낮은 처우, 장애학생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기도

 

현재의 지원 기준 금액 월 156만 원은 2019년 최저임금(월 174만 515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한, 장애학생도우미는 학기 중에만 고용되기에 1년에 최대 8개월밖에 일할 수 없다. 따라서 장애학생도우미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어통역사들은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류 씨도 뉴스 통역과 수어 교실 강좌를 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일정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수어통역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류 씨는 “수어는 머리로 해석하고 몸으로 표현하는 업무”라며 “피로하고 지친 상태에서는 당연히 해석도 안 되고 표현도 안 되니,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각장애 학생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낮은 처우와 들쑥날쑥한 업무 환경 탓에 장애학습도우미로 꾸준히 일하려는 수어통역사도 드물다. 그 결과 수어통역이 필요한 학생들은 제대로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수어통역사 박미애 씨는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수어통역사와 학생을 연결해주지는 않는다”면서 “입학을 앞두고 청각장애학생 스스로 수어통역사를 찾으러 나서는데 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교육부와 대학이 서로 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하는 사이, 수어통역사는 열악한 처우에 소진되고 농학생은 학습권을 침해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교육부는 “장애학생의 학습권과 장애학생도우미의 처우 등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종합적 검토를 하여 오는 11월 ‘장애인 고등교육복지지원 중장기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 ‘수어통역사에 대한 교육부의 부당한 처우’ 청와대 국민청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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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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