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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안, 구체적 통계·예산 반영해야” 지적
국가보고서안, 추상적 계획만 나열할 뿐 구체적 통계자료는 누락
쟁점목록 이행여부에 대한 구체적 기술도 미흡, 예산 규모도 없어
등록일 [ 2019년03월06일 15시05분 ]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전경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안’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가보고서안이 추상적인 계획만을 나열하고 통계자료를 누락하여,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권고한 쟁점목록을 잘 이행하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한 쟁점목록 이행 여부에 대한 구체적 기술이 미흡하고, 정책의 예산규모가 적시되어 있지 않은 점도 수정·보완하라고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총 7건의 권고사항과 20건의 수정을 제안했다.

 

주요 지적 사항을 살펴보면, 우선 인권위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탈시설-자립지원 등의 예산 규모가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국가보고서안에는 “2017년 12월에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함으로써 2019년 7월 1일부터 법률상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면서 “2022년까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시설-자립지원 관련해서는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만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정책 추진 예산 규모를 명시하라고 권고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최종견해에서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에게 복지서비스와 활동보조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가보고서안에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추진계획 위주로만 기술하고 있어 정신장애인에게 제공한 복지서비스와 활동보조서비스 현황은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인권위는 “정신장애인에게 제공한 복지서비스와 활동보조서비스 내용 및 향후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달라지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 계획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선택의정서 비준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도 강조했다. 선택의정서는 개인통보제도의 개요 및 절차,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권, 절차, 효과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개인통보제도란 개인이 장애인권리협약에 의해 인정된 권리와 기본적 자유를 국가에 의해 침해당했을 때, 국내에서 가능한 모든 구제 절차를 이용하고도 권리구제가 되지 않을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통보해 심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장애인 차별에 대한 권리구제절차를 충분히 갖추고 있고, 인권위가 권리구제기구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근거로 선택의정서 비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선택의정서 비준은 최종견해에 제시된 주요 권고사항 중 하나이며, 권리구제절차가 충분하다면 선택의정서 비준을 유보할 이유가 없으므로 비준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법률과 성인지적 관점에 따른 장애여성 특화 정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모자보건법 제14조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에 한해 강제불임 시술·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인권위는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우생학을 바탕으로 한 장애차별적 조항으로 장애여성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강제불임 시술이나 낙태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폐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정부가 밝힌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에 대해 인권위는 “사후 조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경험한 장애여성은 장애남성의 7배에 달한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조치로 ‘공동생활시설 신설’을 내세웠는데, 인권위는 “취지가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도 시설화가 우려스럽다. 시설이 아닌 독립적 형태의 주거지원과 자립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인권위는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개선 내용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보고서안에는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의 평등을 촉진하고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조치로 협약이 금지하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성년후견제가 장애인의 대리의사결정이 아닌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조력의사결정의 내용 적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전 생활영역에서의 권익보장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는 국제협약으로, 전문과 본문 50개 조항 및 선택의정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12월 13일 협약을 채택하였으나 협약의 절차법적 효력을 확보하는 조치인 선택의정서는 가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2020년 예정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2차 심의에서 1차 권고사항 이행 여부 등을 평가받을 예정이다. 이에 올해 3월에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한국 내 장애인 인권상황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강화를 위해 장애인 단체 등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반영한 독립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내년도 심의에 참가해 인권위의 의견을 설명하고 심의 내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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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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