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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하려면 돈 내라? 장애인에겐 부당한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자립생활 지원 위해 만들어진 활동지원제도, 수급자 아니면 자부담 부과
제도 설립 때부터 지적된 고질적 악폐지만 복지부는 “서비스 이용에 대한 최소 비용”
등록일 [ 2019년03월12일 17시48분 ]

지난 2월 11일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홈페이지에 새롭게 게시한 ‘2019년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에 따르면 기본급여에 대한 본인부담금 상한액이 월 한도액 인상에 따라 10만 8,800원에서 올해는 11만 3,500원으로 올랐다. 그런 가운데 장애계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이 ‘부담스럽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활동법)에 따라 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제도는 2007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을 거쳐 2011년 장애인활동법이 제정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그렇다면 활동지원제도는 법의 취지에 맞게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가족의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고 있을까?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김준우 송파솔루션자립생활센터 소장(45세)은 본인부담금에 대해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따로 비용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 한 달에 자부담만 28만 원… 비장애인에게도 사회생활하는 만큼 돈 내라고 한다면?


지난해 8월, 김준우 송파솔루션자립생활센터 소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김준우 소장은 목 아래로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지체장애 1급)이지만,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본인부담금을 한 달에 28만 원 가까이 복지부에 내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몸을 비틀거나 잘 때도 뒤척일 수 없는 김 소장은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최중증·독거 장애인인 그는 한 달에 복지부로부터 430시간, 서울시 추가지원 200시간, 나머지는 그가 사는 송파구 지원으로 하루 24시간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이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 소장은 운이 좋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본인부담금을 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매달 본인부담금 28만 원을 내는 것은 자립생활에 너무 부담스럽다”라고 말한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집에 대한 월세, 은행 이자, 생활비 등을 내는 상황에서 그에게 본인부담금은 장애를 이유로 따로 치러야 하는 비용인 것이다.

 

김 소장은 자신이 12년 동안 몸담은 직장에서 소장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받는 급여에서 본인부담금만큼 빼면 센터 상근자 중에서 처음 들어오는 신입 급여 수준이다. 만약 비장애인에게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만큼 돈을 내라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28만 원을 내지 않으면 움직이지 말고 집에만 갇혀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나이 들수록 점점 심화되는 장애, 그로 인해 병원비 지출도 큰데 자부담까지

 

익명을 요구한 뇌병변 장애인 김 아무개 씨.

 

뇌병변장애 1급인 김 아무개 씨(39세)도 직장 생활로 발생하는 소득 때문에 자부담을 내고 있다. 별도의 지자체 추가시간 없이 복지부에서 제공하는 360시간만 이용하는 김 씨는 한 달에 본인부담금으로만 약 21만 9천 원을 지출하고 있다.

 

김 씨는 “중증장애인은 나이가 들수록 장애 정도가 심해지고 몸속 장기가 이상 신호를 보내는 횟수가 많아져 병원 방문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 ‘주 5일 출근’이 점점 버거워지는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본인부담금까지 내야 한다”고 혀를 찼다.

 

특히나 김 씨는 장애 특성으로 건강이 좋지 못해 들어가는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는 태어날 때 다른 비장애인 영아와 달리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등 몸을 가누지 못해 물리치료를 받아왔다. 몸이 굳어가는 과정은 계속 진행 중이어서 현재도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다 27살이 되던 2007년에 대학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다. 4살쯤에 다친 목에 대한 예후가 좋지 않았는데 성인이 되면서 목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어깨, 허리, 다리까지 퍼진 것이다. 숨 쉬는 곳과 맞닿은 경추 1, 2번을 치료해야 하는 큰 수술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술 결과도 좋지 않았다. 1년 동안 입원만 여러 번 하면서 순수 병원비만 2천만 원 이상이 들어갔다. 작년 연말에는 맹장 수술로 병원비만 약 70만 원이 들었다.

 

“저는 물리치료만 받는 게 아니에요. 그동안 받아온 수술처럼 가끔 엄청 아프기라도 하면 돈이 심하게 깨져요. 부모님은 나이든 어머니뿐인데, 죄송하게도 병원 입원할 때마다 들어가는 큰돈을 보태주세요. 만약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그 모든 비용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런 판국에 본인부담금까지 내야 하니 돈 벌면 뭐하나 싶어요.”

 

- 복지부 “본인부담금, 공공서비스 이용하는 사람이면 응당 내야 하는 최소한의 비용”

 

그러나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이 지나치게 부담스럽다는 장애인들의 한숨에도 복지부는 ‘응당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본인부담금은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활동지원 급여에 대해서만 부과되고 있으며, 서울시나 자치구 등이 추가지원하는 활동지원에는 본인부담금이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현재 비용을 지나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부담금 면제 대상이고, 차상위 계층은 소득과 상관없이 2만 원만 내도록 하고 있다. 또 본인부담금이 무한정 오르지 않도록 급여액의 최대 15%로 규정하면서 상한액을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액(A값)의 5%로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5% 상한이라는 복지부의 설명은 활동지원 기본급여에만 해당할 뿐, 추가급여는 상한액 없이 계속 늘어날 수 있게 되어있어 실질적 상한액은 없는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올해 예산이 작년 2조 2,213억 원에서 25.3% 오른 2조 7,825억 원으로 증액됐다. 이 중 활동지원예산은 1조 30억 원으로 36%에 달한다”라면서 그 비중이 작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어 “인정점수표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사람은 한 달 활동지원 기본급여가 약 150만 원인데 누군가에게는 월급이 될 수 있는 큰 금액이다. 그만큼 공공재원을 제공하는데 거기에 상응하는 본인부담금 부담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본인부담금은 한정된 공공서비스 재원을 함부로 쓰지 않도록 모두에게 적용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건강보험료뿐 아니라 주민등록증을 뽑을 때도 약간의 돈을 내듯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누구라도 비용을 응당 부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가구 단위로 셈하는 본인부담금 산정 방식도 문제… ‘장애인에게 종속된 삶 강요’

장혜영 씨가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 산정 기준을 가구 단위로 묶는 문제에 관해 1월 20일 트위터에서 비판한 내용

그러나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에서 문제가 되는 건 단지 비용뿐만이 아니다. 현재 본인부담금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로 산정되어, 정작 장애인 당사자의 소득이 0원이라도 함께 사는 가구 구성원의 소득이 있을 경우 그에 따라 산정된다. 중증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장혜영 씨의 경우가 꼭 그렇다.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이자 유튜브에서 ‘생각많은 둘째언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장혜영(32세) 씨는 발달장애 2급의 동생 혜정(31세) 씨와 함께 살고 있다. 혜영 씨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18년간 살아온 동생을 데리고 나와 함께 산 지는 어느덧 2년째다. 혜영 씨는 지난 1월 20일 트위터에 본인부담금 산정 기준을 가구 단위로 묶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기초생활보장이든 장애인활동지원이든 산정기준을 장애당사자 개인 단위가 아니라 가구 단위로 묶어놓은 한 모든 것은 거의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내가 경제활동을 열심히 할수록 ‘가구’로 추산되는 많은 지원으로부터 혜정은 소외된다. 언제까지 장애인들에게 가족에게 종속된 삶을 강요할 것인가. 경제적 종속은 엄청난 심리적 종속으로 이어진다. 가구단위의 장애인복지제도는 가구 내 주된 경제주체가 장애 당사자의 경제권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대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만든다.”

 

복지부에서는 건강보험료 부과액을 기준으로 가구원 수에 따라 셈한 가구별·소득수준별 건강보험료 조건표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부여한다. 즉, ‘가구원’을 기준으로 하기에 서비스 대상자가 현행법상 독립된 세대가 아니면, 부모가 아니라 형제자매와 함께 살아도 소득 단위를 하나로 잡고 있다. 혜영 씨는 “혜정은 소득이 0원이지만, 나 때문에 10만 원을 내는 중이다”라며 어이없는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혜정 씨는 복지부에서 월 94시간의 서비스 시간을 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용은 어렵다. 하루에 3시간가량 이용 가능한 셈인데 급여량이 적다 보니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활동지원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서비스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혜영 씨가 일하는 동안은 혜정 씨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할 텐데 현재 서비스 시간은 이러한 ‘생활시간’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혜영 씨는 “‘월 94시간’을 나눠봐도 내가 ‘주 50시간’ 일하는 것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활동지원 인정조사표 질문 항목이 발달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짜여 있기 때문에 혜영은 최고 점수인 400점을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인정점수표는 발달장애인 삶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데, 본인부담금은 최저임금과 연동해 매년 꼬박꼬박 오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시작된 2011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장애인활동지원 기본급여 본인부담금은 꾸준히 올랐다. 본인부담금 상승률을 살펴보면, 12년과 14년 빼고 해마다 본인부담금이 매년 약 3.5%씩 상승해왔다.

 

2011~2019년 기본급여 본인부담금 상한액 비교표.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에 따른 연차별 기본급여 본인부담금 상한액을 비마이너가 표로 재구성.
 

- 오는 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돼도 본인부담금 인하될 가능성은 없어

 

정부는 오는 7월 단계적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활동지원 급여산정방식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현행 기본급여(신체기능 등 인정조사)와 추가급여(장애인 생활환경)로 나눈 급여산정방식을 7월부터는 종합조사표를 적용해 단일급여 체계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활동지원 급여산정식이 바뀌면 앞으로 본인부담금은 어떻게 달라질까? 비마이너가 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앞으로도 복지부는 본인부담금을 동결하거나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비스종합조사 체제 안에서 급여를 산정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 반드시 본인부담금을 인하한다고 확정할 수 없다. 현재 연구용역 중이라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면서도 “건강보험료 등이 오르듯이 본인부담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활동지원사의 임금과 활동지원 운영비 등도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본인부담금만 멈추게 할 수는 없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본인부담금은 결국 예산 문제, OECD 평균으로 장애인 복지 예산 확대해야”

 

GDP 대비 장애인 복지 지출 비중 ©윤상용(고용노동부 장애인최저임금 TF 제출 자료)
 

사실 본인부담금 문제는 활동지원제도가 만들어지던 초기부터 지적된 고질적 악폐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지원이라는 제도의 취지에도 반할뿐더러,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 장애인 당사자는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수급자가 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본인부담금은 결국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 되기도 했다.

 

최강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조직실장은 복지부 입장에 대해 “활동지원서비스는 스스로 활동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인데, 복지부는 마치 혜택을 부여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료와 활동지원 자부담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잘 못 됐다. 건강보험료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내고 있다. 하지만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은 장애인만 내는 비용이다”라면서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부담시키는 차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는 결국 예산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 GDP 대비 장애인복지지출 비중은 0.6%에 불과하지만, OECD 평균은 2.1%로 한국의 4배 수준이다. 장애인복지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덴마크로 4.7%로 나타났다.

 

박 대표 올해 복지부 예산이 대폭 올랐다는 복지부의 긍정적 평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이번 복지부 예산 증액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연증가분일 뿐이다. 복지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원을 쓰지 않는다.”면서 “적어도 OECD 장애인복지예산 평균에 해당하는 약 8조만큼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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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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