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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 교실이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 “휠체어 타는 우리 아이는요?”
“적극 노력하겠다”는 교육지원청 말만 믿고 보냈는데 편의시설도 없고 아이는 ‘방치’
부모연대 “교육청은 부모에게 취학 의무만 강조하고 교육지원 의무는 외면”
등록일 [ 2019년03월13일 00시24분 ]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적장애아동 성은이(가명, 사진 속 휠체어 탄 사람)는 올해 3월에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입학했다. 그러나 교실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에 있다. 계단 앞에 멈춰서 있는 성은이의 모습. 사진 제공 : 심현민 씨(가명)


- 특수학급 교실이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 “휠체어 타는 우리 아이는요?” 

 

올해 8살로 지적장애 1급의 성은이(가명)는 혼자 스스로 걷는 것이 어려워 휠체어를 탄다. 의사 표현도, 배변 처리도, 식사하는 것도 어렵기에 옆에서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침을 많이 흘려서 수시로 턱받이 수건도 바꿔줘야 한다.

 

일반 초등학교에서 아이의 교육이 어렵다고 생각한 성은이의 어머니 심현민 씨(가명, 47세)는 특수학교 입학을 생각했다. 그래서 심 씨는 3년 전 강서구 화곡동으로 이사 왔다. 화곡동에는 지적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수학교인 서울교남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입학 기준에 대한 정보는 없었으나 거리가 가까우면 유리하다는 이야길 들었다. 교남학교에서 도보로 3분 거리의 집, 게다가 성은이는 지적장애1급이니 당연히 교남학교에 입학할 수 있으리라, 심 씨는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지난해 교남학교에서 장애학생 폭행 사건이 있었다는 뉴스 보도에 마음이 영 편한 것은 아니었으나 특수학교 외에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3월 입학을 앞두고 지난해 말, 예상과 달리 교남학교가 아닌 집에서 도보로 30분 거리, 언덕배기에 있는 등서초등학교에 배정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심 씨는 특수교육지원센터와 학교 등에 교남학교에 배치되지 않은 이유를 수소문했지만 어디에서도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문제는 입학 배정을 받은 등서초는 일반 초등학교로 건물에 엘리베이터조차 없어 휠체어 타는 성은이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다. 성은이가 입학하는 그해에 특수학급이 신설되는 거라고 하니 심 씨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소식을 듣던 지난 2018년 11월 말, 아이는 또다시 심하게 아파 병원에 입원했다. 성은이는 호흡기 질환과 면역력 저하로 1년에 한두 번은 병원에 입원하곤 했다. 고심하던 심 씨는 결국 서울특별시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초등학교 유예 신청을 했다. 지금 다니는 장애아어린이집에 한 해 더 있는 것이 아이를 위해 좋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심의 결과, 입학 유예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육지원청은 “학생의 어려운 사정이 이해가 되고 안타까웠지만,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은 장애가 아무리 심하더라도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유예 부결 결정을 하게 되었다”면서 “등서초와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자녀의 초등학교 적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결국 올해 3월 4일, 성은이는 어쩔 수 없이 도보로 30분이나 떨어진 등서초 특수학급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린 그 날이 심 씨에겐 치욕과 상처로 남았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휠체어를 밀고서 30분을 갔건만 입학식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4층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휠체어 무게만 20kg, 아이는 17kg. 심 씨는 자녀를 안고서 4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아이 휠체어는 급식용 엘리베이터에 실려 운반됐다.

 

3월 4일 입학식 날의 모습. (위) 학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 심 씨가 아이의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아래) 책상과 교구 없이 여전히 공사 중인 특수학급 교실의 모습. 사진 제공 : 심현민 씨(가명)
 

그러나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입학일이 되어서도 성은이가 공부할 그 어떤 환경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수학급 교실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에 있었는데 그마저도 공사 중이었으며, 학생이 사용할 책상과 교구도 비치되지 않았다. 학교생활을 보조할 특수교육실무사도 없어 학교는 입학식 날에서야 부랴부랴 홈페이지에 특수교육실무사를 구한다는 공고를 띄었다. 실무사는 1주일이 지나서야 출근했는데 예산 부족의 이유로 근무시간이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하루 3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심 씨는 아이와 함께 등교하여 내내 학교에 머물며 기저귀를 가는 등의 학교생활을 돕고 있다. 성은이의 학교생활을 지켜본 심 씨는 수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특수반에서 수업이라고 할 만한 시간도 없어요. 사운드북 몇 번 눌러주는데 사운드북은 집에도 많아요. 원반(일반학급에서의 통합교육)도 마찬가지예요. 교사가 ‘성은이는 아이들 노는 것만 봐도 큰 교육이 된다’는데, 이게 공부인가요? 성은이는 손만 빨고 있었어요. 쉬는 시간에 들어갔더니 손만 얼마나 빨며 침 흘렸는지, 바지까지 젖어있었어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세요? 성은이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는 거예요. 아무도 봐주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심심하고 지겨워서 죽을 것 같았다는 뜻입니다.”

 

심 씨는 치밀어 오르는 울음에 말을 멈췄다.

 

12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성은이 어머니 심현민 씨(가명). 심 씨가 기자회견 도중 북받치는 눈물에 잠시 말을 멈췄다.
 

- 부모연대 “교육청은 부모에게 취학 의무만 강조하고 교육지원 의무는 외면”

 

이러한 문제를 접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12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 씨는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 등서초등학교 등에 책임을 물으며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심 씨는 “등서초등학교엔 올해 특수학급이 처음 만들어지는 건데 이대로 넘어가면 내년에 들어올 사람들이 또 피해를 보지 않겠냐. 그때 되어서 문제제기 하면 학교는 ‘작년엔 별문제 없이 넘어갔는데 왜 이러냐’고 할 거다. 끝까지 문제제기해서 반드시 바꿔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식을 들은 장애부모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신애 부모연대 부회장은 “십여 년 전, 중증중복장애가 있는 딸을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보낼 때 처절하게 싸웠다. 이러한 장애학생 지원을 위해 교육청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난 시간 싸워서 일부 개선됐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서 “장애아동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분노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정부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국가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특수교육이 얼마나 잘되어있는지 상세하게 홍보하고 있다. 물론 법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법대로 되고 있나”라면서 “지금 이 상황은 특수교육법 위반일뿐만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선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거부당할 경우, 차별이라고 보고 있는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적장애학생이 편도로 30분, 언덕 너머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그 학교엔 엘리베이터도 없다. 이걸 매일 해야 한다. 이렇게 할 거면 교육청은 대체 필요한 교육지원을 왜 사전에 신청하라고 한 건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에 대한 통학차량 지원 요구는 결코 과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12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부모연대는 “특수교육법 제3조에 따른 의무교육은 보호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취학시켜야 할 의무만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면서 “국가 및 지자체가 특수교육 기관 및 특수교사를 확충하고,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등을 특수교육대상자에게 제공할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모연대는 “서울시교육청은 부모에게 취학 의무만 강조하고 교육청이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게 제공해야 할 교육지원의 의무는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나아가 “교육지원청이 배치 대상 학교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지원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음을 알고서도 학생을 배치했다면 직무유기이며, 만약 학교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면 이 또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부모연대는 서울시교육청에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학생과 부모에게 공식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지 점검한 뒤 적절한 교육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해당 학교가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며 1주일 이내에 이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부모연대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을 시 특수교육법에 따른 심사 청구, 행정심판 청구,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접수 등 모든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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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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