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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휠체어는 ‘바퀴 달린 의자’가 아니다
하루 절반 이상 앉아있는 휠체어, 선택의 기준은 단지 튼튼함만은 아냐
6년에 한 번 나오는 지원금은 턱없이 낮아 필요한 보장구 살 수 없어
등록일 [ 2019년03월13일 18시07분 ]

지난 6년 동안 함께했던 나의 전동휠체어. 나는 하루 절반 이상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귀여운 키티와 함께. (사진 제공 : 김상희)

 

- 나에게 전동휠체어란?

 

요즘 나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그것은 전동휠체어 구입 문제이다. 이 한 문장만 보았을 때 ‘참 고민할 게 없나 보다. 쯧쯧… 바퀴 네 개 달린 의자 따위 구입하는 게 무슨 고민이냐’며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 눈에는 모든 휠체어가 네 바퀴 달린 의자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바퀴만 잘 굴러가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휠체어와 생애를 같이 하고 있는 나에게 휠체어는 그저 바퀴 달린 의자가 아니다.

 

휠체어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다리이기도 하지만 휠체어 없이 이동할 수 없는 내겐 내 몸의 장기만큼 뗄 수 없는 중요한 일부분이다. 마치 비장애인들이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걸을 때 발의 편안함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서 신발을 잘못 구입해서 신고 다녔다가 발뒤꿈치가 까지고 다리가 퉁퉁 부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휠체어 사용자에게 휠체어가 갖는 기능과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휠체어는 내 몸의 일부분이면서 신발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이니,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은 그 어떤 고민보다 클 수밖에 없다.

 

- 나의 첫 휠체어

 

아주 어릴 적 엄마는 내게 “휠체어를 타게 되면 인생이 끝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휠체어를 타면 더 이상 장애라는 껍질을 평생 벗지 못할까 봐, 엄마는 나에게 휠체어 대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립 보행이 가능하도록 훈련과 치료에 온갖 노력을 다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는 몸 상태가 되었고 엄마는 그때야 휠체어를 받아들이셨다.

 

그리고 어느 날, 동사무소(현재의 주민센터)에서 수동휠체어 한 대를 얻어 오셨다.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거운 재질로 만들어진 수동휠체어인데 그것이 나의 첫 번째 휠체어다. 그 휠체어는 청소년이 어른 옷을 빌려 입은 듯 헐렁한 공간이 남아돌아서, 앉았을 때면 중심을 잡지 못해 휠체어 안에서 이리저리 몸이 돌아다녔다. 수동휠체어임에도 무게가 상당해서 승용차에 타고 내릴 때는 굉장한 불편함이 초래되었다.

 

몇 년이 지나서 국가로부터 보장구 지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이어 나는 병원용 수동휠체어보다 훨씬 가볍고 어느 정도 나의 몸 크기와 맞으며 뒷바퀴가 분리되어 쉽게 승용차에 실을 수 있는 휠체어를 구입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휠체어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 같다. 무게가 가볍고 몸에 맞춰진 수동휠체어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달라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전동휠체어만 있으면 나의 장애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 같았다.

 

- 일상의 주도권을 건네준 전동휠체어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전동휠체어가 보장구 지원 항목에 들어가지 않았던 시절에 나는 운이 좋은 장애인으로서 ○○기관에서 진행하던 전동휠체어 나눔에 선정되었다. 일정 금액의 자부담을 지불하여 드디어 꿈에서나 타 본 전동휠체어를 탈 수 있었다. 처음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 나갔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이 밀어주는 수동휠체어 타고 분명 다녔던 길인데 처음 와본 길인 것만 같고, 교과서에서 배운 건널목 신호등 규칙이 구분되지 않아 자동차 신호등 보고 건너다가 아찔한 사고를 낼 뻔한 적도 있다.

 

수동휠체어 탔을 때는 휠체어 밀어주는 사람이 초보자일 경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운전을 잘못해서 발판으로 앞에 있는 사람을 칠까 봐 조마조마한 불안이 항상 있었는데 전동휠체어는 내가 스스로 조정하니까 그러한 불안감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또한 수동휠체어를 아무리 잘 밀어주는 선수를 만나도 그의 손은 내 손이 아니므로 원하는 방향대로 갈 수가 없다. 더구나 언어장애가 있는 나는 찰나의 순간에 수동휠체어를 열심히 미는 그를 멈출 수도 없고 그저 그가 이끄는 대로 묵묵히 전진만 할 뿐이었다.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나의 삶도 달라진 것 같다. 독립적 이동이 가능한 것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뜻은 전동휠체어 조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듯이 내 삶의 방향도 스스로 틀 수 있게 되어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장애인보다 더 빠르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종종 그런 생각도 한다.

 

- 전동휠체어, 튼튼함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시 나의 고민으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이 고민을 실현하기 위해 적금을 지난 6년 동안 꼬박꼬박 부으며 전동휠체어 보장구 급여 년도가 돌아오길 기다려왔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 장애인은 보장구를 구입할 때 구입 금액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급여비로 지급해주는데 전동휠체어는 그 주기가 6년이다. 그리고 올해가 바로 그 급여 년도다.

 

사실 현재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도 고가의 제품이다. 이 제품 이전에 타던 전동휠체어가 중저가 제품이었는데 구입한 지 5년 만에 혼자 이동 중 뒷바퀴가 빠져서 사고가 났었다. 길 가던 행인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차도로 넘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그 사고를 겪고 나서 두려운 마음에 무리해서 고가의 전동휠체어를 구입하였다. 그때 구입 기준은 무조건 튼튼함이었다. 나는 낮에 화장실 갈 때 빼고는 하루 17시간가량을 휠체어에 앉아있다 보니 허리와 엉덩이가 무지 아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기능적 옵션(의자가 통째로 앞뒤로 기울어지는 틸트, 의자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리클라이닝 등)도 추가하고 싶었지만,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가서 도저히 추가할 수 없었다.

 

사실 가장 필요한 옵션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 기능이다. 휠체어 의자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기능 말이다. ‘지옥철’을 탈 때면 사람들 궁뎅이가 내 얼굴 앞에 오는데 나는 제발 ‘궁뎅이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 종종 방귀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엘리베이터에서 당한 적도 있다. 게다가 가끔 공연 보러 가면 스탠딩 공연이 아니더라도 공연하는 사람의 선동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설 때가 있는데 그때 나는 또다시 사람들의 ‘궁뎅이 시선’에 갇히고 만다.

 

6년이 지난 지금, 튼튼함을 우선시 여겨서 구입한 전동휠체어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펑크 위험 없는 네 개의 통바퀴는 막상 다른 문제를 유발했는데, 펑크 위험에선 벗어났지만 돌부리 하나만 지나가도 휠체어의 충격은 모두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특히 서울시가 했던 도시 디자인 중 하나인 인도에 심어 놓은 돌길은 정말 최악의 고문길이다. 이동하다 보면 그 길을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만 할 때가 있는데 아무리 천천히 지나가도 길에 박힌 돌들이 각을 세워 돌 하나하나가 내 허리를 때리는 듯하다.

 

그리고 지하철을 조금 더 자유롭게 이용하고 싶은 마음에 승강장 넓이를 생각해서 앞바퀴를 큰 거로 달았는데 앞바퀴가 크다 보니 운전이 섬세하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 이리 쿵! 저리 쿵! 부딪히며 전동휠체어 운전을 잘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나의 장애가 더 진행되고 몸이 힘들어지니 하루 반나절 이상 전동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몸에 무리가 온다. 앞으로 계속 활동하려면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고가의 전동휠체어지만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 오고 만 것이다.
 

전동휠체어 보장구 급여 년도가 돌아왔다. 내게 필요한 기능들이 있는 이 전동휠체어가 너무 사고 싶지만 너무나도 비싸다. 휠로피아 홈페이지 캡처.


- 장애를 가진 몸에 맞는 전동휠체어를 다양하게 탈 수 있기를

 

이번에는 튼튼함과 기능적 옵션까지 추가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로 알아보고 있다. 얼마 전에 휠체어 판매 업체에 가서 몇몇 제품을 타보았는데, 마음에 썩 드는 게 없어서 실망하던 찰나 직원이 한국에 잘 없는 유럽의 한 브랜드 제품의 전동휠체어를 타 보게 했다. 그 순간,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이거다!”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비록 평지에서만 운행해 보았지만 유리 바닥에 구슬 굴러가듯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며 옵션 기능도 전혀 버벅거림 없이 자연스럽게 작동되었고 승차감도 어떤 전동휠체어보다 훌륭했다. 마치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으면 신발이 발에 척척 감기는 듯한 느낌으로 말이다.
 
그러나 선뜻 구입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돌아왔다. 휠체어 구조가 여섯 바퀴로 되어 있는데 앞뒤 바퀴가 작아서 지하철 이용 시,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틈에 바퀴가 빠질 위험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금액이다.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전동휠체어 금액은 209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마저도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장애인은 100% 지급받지만, 나처럼 일을 하고 있거나 일반건강보험에 가입된 장애인은 90%밖에 지원받지 못해 고작 188만 원만을 지급받는다. 국내 저가 전동휠체어를 구입할 게 아니라면 이 지원 금액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국내 저가 전동휠체어 중에 수입 제품만큼 튼튼하고 안정성이 보장되며 하루 반나절 이상 앉아 있어도 괜찮은 제품이 있다면 다르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보 환경이 좋지 못하여 울퉁불퉁한 돌길이 느닷없이 나타나는 길을 수없이 오가는 활동량 많은 장애인이라면? 아마 구입한지 2년도 안 돼서 수리비가 들기 시작해 보장구 급여 기한인 6년도 못 채우고 새 제품 구입을 알아볼 것이다.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 전동휠체어 사용자들의 경험이다.
 
흔히 사람들은 수입 제품 쓴다고 하면 ‘사치’를 연상한다. 내 몸에 맞고 나의 장애가 조금은 보완될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구입하고자 하는 나는 과연 사치스러운 사람인가? 하루 반나절 이상 앉아 있으므로 인해 온몸에 피로를 느껴야 하는 내게 옵션 기능으로 잠시라도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은 욕심인가?
 
전동휠체어가 보장구 급여 지원 항목에 들어간 이후부터 전동휠체어 보급률은 급격히 높아졌다. 예전보다 제품도 다양하게 나왔지만 많은 장애인들은 자신의 몸과 장애에 맞추기보다 가격에 맞춰 구입한다. 언제쯤이면 전동휠체어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가격이 아닌 자신의 몸과 장애에 맞는 전동휠체어를 구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이제 마침표를 찍으며 ‘이제 가능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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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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