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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중복 장애학생, 결국 등교 포기하고 집에… “학교에 갈 수가 없어요”
교육청, 세 가지안 제시했지만 장애부모는 무엇도 택할 수 없어
제도적 공백 속에서 학부모-교육기관 간의 신뢰마저 깨져
등록일 [ 2019년03월25일 21시53분 ]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적장애아동 예현이(사진 속 휠체어 탄 사람)는 올해 3월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입학했다. 그러나 교실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에 있다. 계단 앞에 멈춰서 있는 예현이의 모습. (사진 제공 : 심정선 씨)

신학기의 설렘이 가득한 3월이지만, 휠체어를 타는 중증·중복 장애학생 예현이는 일주일 째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에 특수학급이 있는 등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장애학생의 일반학교 특수학급 배치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강서양천교육지원청 등이 뒤늦게 대안을 모색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특수학급 교실이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 “휠체어 타는 우리 아이는요?”)

 

- 휠체어 타는 중증·중복 장애학생, 엘리베이터도 없는 일반학교에 배치

 

올해 8살로 지적장애 1급의 예현이의 전체 발달 수준은 15.6개월에 불과하다. 예현이는 스스로 걷는 것이 어려워 휠체어를 타며 의사 표현도, 배변 처리도, 식사도 어렵기에 하루 24시간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고양이울음증후군으로 호흡기 질환과 면역력 저하가 있어 1년에 한두 번은 병원에 장기 입원하곤 한다.

 

일반 초등학교에서의 교육이 어렵다고 판단한 예현이 어머니 심정선 씨는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교남학교에 입학을 지원했으나 떨어지고, 일반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배치됐다. 심 씨는 입학 유예 신청을 했지만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유예 신청이 부결되면서 결국 일반학교로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교육지원청은 “학생의 어려운 사정이 이해가 되고 안타까웠지만,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은 장애가 아무리 심하더라도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유예 부결 결정을 하게 되었다”면서 “등서초등학교와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자녀의 초등학교 적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배정받은 강서구 등서초등학교가 집에서 도보로 30분 떨어진 언덕배기에 있어 등교 자체가 어려우며, 특수학급도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에 있다는 것이다. 매일 심 씨가 총 37kg(휠체어 20kg, 예현이 17kg)에 달하는 수동휠체어를 밀고서 등교를 돕고, 휠체어와 예현이를 2층 교실로 들어올려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심 씨는 개학날까지도 특수학급은 공사 중이었고 특수교육실무사도 없어 원반(일반학급에서의 통합교육)에서 아이가 방치되는 등 교육 환경도 엉망이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를 접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12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에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그 결과 지난 20일 오전 10시 30분, 강서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면담이 진행됐다. 이날 한시간 반가량 진행된 면담엔 예현이 어머니 심 씨와 부모연대 활동가, 서울시교육청(김정선 특수교육팀 장학관), 강서양천교육지원청(심정와 초등교육지원과 장학사), 장상기 서울시의원(교육위원회 위원, 강서구 제6선거구) 등이 참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지난 12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 교육청, 세 가지안 제시했지만 장애부모는 무엇도 택할 수 없어

 

이날 면담에 동석했던 조경미 부모연대 활동가에 따르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심 씨에게 총 세 가지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집 인근 화일초등학교나 화곡초등학교로 예현이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모연대 측은 경기도 고양시 용정초등학교의 ‘중증·중복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급’을 예로 들며 예현이가 교육받을 수 있는 별도의 특수학급 신설을 요구했지만, 장상기 시의원 측은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둘째는 지적·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인 정진학교로의 전학이다. 서울정진학교는 구로구 궁동에 있는데 현재 예현이 집에서 8~9km가량 떨어져 있다. 통학 차량도 심 씨 집 근처로 오지 않고, 설령 온다고 하여도 하루 왕복 4시간을 통학하는 데 보내야 한다. 이에 대해 심 씨가 “현재 예현이 건강 상태로 통학은 불가능하다”고 하자, 교육청 쪽은 정진학교에 적을 두고 순회학급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순회학급은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일주일에 2번 교사가 집으로 방문하여 수업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지금이라도 다시 유예를 하여 예현이가 다녔던 장애전담어린이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안은 어린이집에 빈자리가 있을 때 선택 가능할뿐더러 심 씨는 “이제 더는 유예를 원하지 않는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누가 거기 가고 싶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청의 세 가지 제안에 심 씨는 당일 면담 자리에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하며 선뜻 결정 내리지 못했다.

 

- 순회학급에 치료비·활동지원 추가 지원 요구했지만 교육지원청은 “어렵다”

 

지금 심 씨의 상황에선 어떤 것도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가도 심 씨가 원하는 ‘예현이 맞춤형 교육’은 받을 수 없으며, 그렇다고 당장의 이사 또한 쉽지 않다. 심 씨에겐 예현이말고도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가 한 명 더 있다. 초3 자녀의 학교생활과 사회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이사 비용도 한두푼이 아닌 상황에서 이사도 어렵다. 심 씨는 3년 전에 예현이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이곳 교남학교 근처로 이사왔으나 분명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교남학교 입학은 좌절됐다.

 

강서구 가양동엔 오는 9월 지적장애학생을 위한 서진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분명한 입학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선 이 역시 기대할 수 없다. 서진학교는 한 학년당 1학급(특수교육법에 따라 초등학급은 6명)밖에 만들지 않아 입학 관문이 좁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올해 교남학교에 지원한 신입생 23명 중 입학한 사람은 7명에 불과하고 16명이 떨어졌는데, 이들 모두가 서진학교 재배치를 지원할 경우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심 씨는 밤샘 고민 끝에 정진학교에서 2년간 순회교육을 받기로 하고 그동안 하루 1시간씩 주 2회 치료비 지원과 하루 5시간의 활동지원 추가 지원을 교육지원청에 요구했다. 순회교육은 1주일에 2번, 하루 2시간씩 이뤄지니 나머지 일상을 채울 최소한의 프로그램과 지금의 예현이에게 필요한 치료 지원에 대한 요청이었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에 확인한 결과, 순회교육을 제외한 치료비 지원, 활동지원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 화일초로 올 경우 예현이만을 위한 별도 공간과 추가 특수교육실무사 인건비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화일초 특수학급은 두 학급으로 14명의 장애학생(한 학급당 7명씩)이 다니고 있다.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초등학급 법정 정원은 6명으로, 화일초는 이미 과밀학급이다.

 

3월 4일 등서초등학교 입학식 날의 모습. (위) 학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 심정선 씨가 아이의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아래) 책상과 교구 없이 여전히 공사 중인 특수학급 교실의 모습. (사진 제공 : 심정선 씨)


- 제도적 공백 속에서 학부모-교육기관 간의 신뢰마저 깨져

 

심 씨는 이러한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태도가 여전히 마뜩잖다. 심 씨는 “불가능한 현실에 대해 설득하며 예현이를 자꾸 아무 데로 구겨 넣으려고 하지 말고, 책임지려는 최소한의 태도를 보여달라”면서 “물리적 환경으로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저도 안다”면서 갑갑한 마음을 표했다.

 

심 씨는 “예현이의 초등학교 적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말만을 믿고 예현이를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학교는 기본적인 접근조차 되지 않았고, 입학 후 심 씨가 등서초 통학을 위한 차량 지원, 특수교육실무사 추가 배치,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요구했음에도 지난 15일 교육지원청은 모두 ‘어렵다’고 응답했다. 교육기관은 의무 교육을 이유로 부모에게 초등학교 입학을 통보했지만 정작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하는 그들 스스로는 어떠한 의무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심 씨가 강하게 문제제기하자 현재 있는 조건 내에서 가능한 것들만을 내밀며 문제를 빨리 봉합하려 할 뿐, 장애학생의 교육권 문제를 진심으로 고민하지 않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태도에 심 씨는 더욱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최근 몇 달간 자신의 자녀가 학교 공동체에서 수용되기보다 지속해서 거부당하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교육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깨져버린 것이다.

 

결국 물리적 접근조차 되지 않고, 힘들게 가봤자 교육은커녕 아이만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낼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심 씨는 지난 18일부터 예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담은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12년, 중증·중복 장애가 있는 예현이와 그의 부모는 학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예현이에게 현재의 학교란, 교육이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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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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