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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학생, 스피커 옆에 앉혀 ‘듣기 시험’ 보라는 학교
[기고] ‘특수교육법’ 시행된 지 10년 넘었지만, 여전히 침해받는 ‘농학생 교육권’
농학생 교육권 쟁취를 위한 ‘한국농교육연대’ 만들어져
등록일 [ 2019년04월03일 13시51분 ]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 선생님께 영어 지문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거부당했습니다.”
“특수학교 안에서 수어를 쓰면 혼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수교육지원센터 내에 제 자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지원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청각장애인 당사자 또는 청각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겪은 교육권 차별 사례 중 일부이다.
 

- ‘특수교육법’ 시행된 지 10년 넘었지만, 여전히 침해받는 ‘농학생 교육권’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특수교육진흥법’이 1979년 시행되었다. 하지만 교육 대상이 ‘초중고’ 학생에게만 집중되어있어 장애 대학생, 장애성인 등 교육이 필요한 사람 모두에게 교육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수학급 설치나 전담인력 배치 등 대부분의 사항이 ‘권고사항’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따라 2003년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신)의 수많은 활동을 통해 특수교육진흥법이 폐지되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이 2008년 시행됐으나, 제11조의 특수교육지원센터 관련 내용에 센터 업무를 담당할 인력의 자격과 배치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점, 별도의 시설과 설비 기준을 마련해 최소한의 교육여건 수준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해당 내용이 명시되어있지 않은 점 등이 여전히 많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수교육법의 한계와 더불어 청각장애인들의 교육권 차별도 현재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고발의 일환으로 최근 ‘한국농교육연대’(아래 한농연)가 만들어졌다. 한농연은 청각장애인 당사자 학생들, 청각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 그리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지난 3월 17일 선릉역 페마스쿨에서 한농연 주최로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회에선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의 학교 내 차별 사례와 한 선배의 취업 성공 사례, 그리고 교육 지원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대구대학교의 지원 현황에 대한 발표,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의 ‘농학생들의 인권’ 강의 등이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한농연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농교육 시스템’에 대해 발표했다.

 

3월 17일, 한국농교육연대가 주최한 발표회에서 ‘농교육 시스템’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는 모습 ⓒ이종운

 

- 청각장애학생, 스피커 옆에 앉혀 ‘듣기 시험’ 보라는 학교
 
한 청각장애인은 모의고사 영어시간에 듣기평가를 치러야했으나 청각장애로 인하여 듣지 못하기에 선생님께 영어지문을 요구했다. 그러나 역차별이라며 거부당하고, 교사는 청각장애 학생을 방송실로 데려가 스피커 옆에 앉혀 영어듣기 시험을 보게 했다. 그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면서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다른 청각장애학생은 일반학교 내 통합학급에서의 원만하지 못한 교우관계, 선생님의 장애 이해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결국 특수학급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특수학급에서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교육 수준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고 아예 특수학교로 전학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특수학교 상황도 좋지는 않았다. 수어를 통한 수업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수어통역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도 많지 않았다.
 
이와 같은 차별은 대학교에서도 이어진다. 한 학생은 교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속기(문자통역)를 요청하였으나 오히려 센터 직원은 “말도 잘하고 잘 듣는 것 같은데 지원이 왜 필요하냐?”라는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센터 내 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 체계 자체가 마련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사자 본인이 직접 속기 기관 등의 정보를 조사한 후 이를 센터에 제안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몇 가지 과목만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 한농연 “특수교육지원센터 내에 ‘청각장애 전담부서’ 만들어야” 
 
이날 한농연이 제안한 농교육 시스템 개선을 위한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수교육법에 명시되어 지역별로 설치·운영 중인 특수교육지원센터 내에 청각장애교육 전문 특수교사, 수어통역사, 청각사(종합병원이나 이비인후과 청각실에서 청각검사, 보청기 상담, 난청 재활 등 청각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사람_편집자 주) 등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 ‘청각장애인 전담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 각각에 필요한 개별화된 서비스(수어통역, 속기통역 등)를 제공하고, 학생, 학부모, 학교, 수어통역사 혹은 속기사 간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수교육지원센터 이용 학생들의 이력을 남김으로써 지속해서 교육 방법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병리적으로 청각장애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농문화를 포함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수교사는 농문화와 농정체성을 이해하고 수어통역 자격증 소지 여부를 판단 근거로 해야한다는 것이 한농연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앞서 사례 발표 등에 시간을 많이 뺏긴 탓인지 정작 중요한 농교육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설명 및 질의응답 시간이 없었다. 참석자들이 남긴 연락처를 통해 개별연락 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하였지만, 어렵게 모인 자리인 만큼 이날 더 많은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장애인 교육권,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 당사자 투쟁으로 쟁취해야

 

장애인 교육권은 장애인 당사자 또는 그 가족이 책임져야하는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하는 구조적 문제이다. 교육은 한 개인의 삶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가치들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통해 배운 것들로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학교 교육이 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한다면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학교 교육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면 그 개인의 삶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의 권리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쟁취해주지 않는다. 청각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그리고 관계자들의 단결된 목소리로 투쟁한다면 ‘청각장애인 교육권 확보’, 그것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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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 callback4right@gmail.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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