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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 값도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는데 수급비만 제자리걸음
기초법 제정 20년, 살기 괜찮아졌냐고요? “절대 아니요”
낮은 급여, 까다로운 선정 기준, 광범위한 사각지대… 기초법 개정 촉구 한목소리
등록일 [ 2019년04월30일 18시49분 ]

시민사회계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제정 20주년을 맞이하여, 20일 국회 앞에서 기초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참여자가 “터무니없이 낮은 생계급여 인상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지금 생계급여가 1인 가구 기준으로 51만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이 10%, 15% 쭉쭉 오르면서 물가가 상당히 올랐습니다. 생계급여는 그만큼 따라잡지 못하니, 우리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기존에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정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시장 가면 2년 전엔 3500원 하던 잔치국수가 그다음 해엔 3900원, 올해는 4500원 합니다. 정부는 약간 올린다고 하면서 수급비를 오천원, 만원 올리는데 이걸로 어떻게 수급자가 생활할 수 있습니까. 금년에는 20% 정도는 올려서 수급자가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기초생활수급자 ㄱ 씨)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이 제정 20주년(1999년 제정)을 맞았다. 기초법은 기존의 생활보호법과 달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정 수준의 급여를 권리로써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녔으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낮은 급여 수준과 까다로운 선정기준, 광범위한 사각지대 문제로 시민사회계의 지탄을 받아왔다.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정부가 주최하는 ‘기초법 제정 20년 평가와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리는 20일,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계는 포럼에 앞서 국회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담은 기초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동행동은 “2001년 명동성당에서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던 최옥란 열사를 기억하며 가난한 이들의 입장에서 가난한 이들의 힘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다시 세워지기를 바란다”면서 △부양의무자 전면 폐지 △선정기준과 보장 수준 상향 △잦은 조사와 일방적인 근로능력평가·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자활급여 등 수급자의 권리를 파괴하는 조항 조속히 시정 등을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수립’에 반영하겠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이제 국회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고 행정부는 예산을 마련할 차례”라면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빈곤의 책임을 가족과 개인들에게 전가해온 부끄러운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여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사회계는 20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제정 20주년을 기념하는 정부 포럼에 앞서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담은 기초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열었다. 사진 강혜민
 

- 근로능력 없는 사람도 자활로 떠밀어… 기간 제한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조건부 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함께 시민사회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것 중 하나는 ‘근로능력 있음’ 판정을 받은 경우, 자활사업에 참여해야지만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수급자’에 대한 문제다.  

 

근로능력 있음 판정을 받은 김태희 씨는 2014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난 5년간 영농사업단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자활을 했다. 그는 하루 6시간씩 일하며 작년에는 한 달에 102만 원, 올해는 13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자활 참여 최대 기간은 5년으로, 5년이 지나면 1년간 신규 진입이 막힌다. 그렇게 김 씨는 지난달로 자활이 끝나 수급권이 박탈되면서 현재는 아무런 수입이 없다.

 

김 씨는 “작년 같은 경우, 교통비를 포함하면 일반 수급자들과 한 달에 10~20만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우리 월급 책정할 때 딱 한 달 살 만큼의 돈만 책정하지 돈 모아서 자립할 만큼의 돈은 주지 않는다. 우리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소한 10년, 20년은 일해야 돈 모아서 수급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국가는 5년 지나면 근로를 못 하게 한다”면서 “우리도 최저임금 받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일하고 싶지만 당뇨와 혈압이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뇨, 혈압환자를 누가 받아주겠나. 이력서를 내도 백 퍼센트 탈락할 거다”면서 현재는 전에 벌어놓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는 일할 수 없음에도 ‘근로능력 있음’ 판정을 받아 자활을 하다가 사망한 사람도 있다. 2012년 12월, 지자체에서 하던 근로능력평가가 국민연금공단으로 이관되면서 근로능력평가 심사가 강화됐다. 이로 인해 고 최인기 씨 또한 과거엔 근로능력이 없는 일반 수급자였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조건부 수급자’로 변경되었고, 그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청소 일을 하는 자활을 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최 씨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했다. 결국 2014년 5월, 그는 일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에도 공단으로부터 ‘왜 일하지 않느냐’며 전화가 올 정도였다. 부인이 상황을 말하고서야 공단 직원들이 확인 차 병원에 찾아왔고 그제서야 일반 수급자로 다시 변경됐지만 그해 8월, 최 씨는 결국 사망했다. 부인 곽혜숙 씨는 수원시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인 곽 씨는 “공단도 시청도 여전히 내게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정도로 형편없는건지 되묻고 싶다”면서 “내가 그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라며 터져나오는 원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시민사회계는 20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제정 20주년을 기념하는 정부 포럼에 앞서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를 담은 기초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열었다. 사진 강혜민
 

- 결혼하거나 임신·양육·부양해야만 수급자 될 수 있는 ‘빈곤 외국인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기초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기초법 취지를 왜곡하는 조항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외국인 수급 대상자를 협소하게 규정한 조항과 홈리스를 배제한 조항을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이 활동가는 “기초법엔 ‘사람에게 준다’고 쓰여 있지 어디에도 ‘국민에게만 준다’고 쓰여있지 않다. 그런데 기초법은 특례조항으로 아주 극소수의 외국인만 수급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하여 임신하고 있거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 배우자의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외국인만을 수급권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는 ‘국민의 혈통’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데 기여하지 않으면 수급권을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협소한 자세”라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1990년에 비준한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아래 사회권 규약)’에 따르면 인종, 피부색, 민족에 상관없이 사회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헌법 6조는 이렇게 승인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현재 대다수의 외국인을 배제하는 기초법은 헌법과 사회권 규약에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재는 기초법 지침에 의해 노숙을 하거나 주거지가 없으면 모든 급여에서 제외되는데 주거가 없는 경우에도 수급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너무나 가난해서 주거가 없는데, 바로 그 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법에서 배제되는, 기초법 정신을 왜곡하는 현재 조항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 측은 현재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날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한국은 경제 규모가 G20에 들 정도로 부유한 국가나 상대적 빈곤율은 OECD에서 세 번째로 높다. 그러나 국가는 가난한 사람의 삶을 확실히 책임지지도 않았고, 국가는 사람들이 가난에 처하지 않도록 충분한 소득보장 정책을 펴지도 않았다”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이후 최근에야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을 도입한 것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홍 간사는 “시민사회의 경이로운 노력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앞두고 있다”면서 “우리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라는 길을 제시한 것처럼, 그 다음을 위한 길도 정부에게 똑똑히 알려주자”며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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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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