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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출범 대구사회서비스원 둘러싼 ‘동상이몽’
지난 4월 1일 개원… 희망원 운영, 종합재가센터 설치 등 사업 본격 시작
희망원 탈시설 방안•종합재가센터 역할에 대한 사회서비스원-시민사회 시각차 극명
등록일 [ 2019년05월02일 12시30분 ]

4월 29일 오후 2시, 대구사회서비스원 교육장에서 대구사회서비스 개원기념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박승원
 

전국 최초로 출범한 대구사회서비스원의 기능과 역할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4월 29일 오후 2시, 대구사회서비스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대구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립희망원 혁신 방향을 비롯해 사회서비스 제공 방식 및 조직 구성 등에 대한 사회서비스원 관계자들과 시민사회의 극명한 시각차가 확인되었다. 

 

지난 2016년, 대구시립희망원 사태가 불거진 이후 시민사회는 '복지재단을 통한 문제시설 공공운영'을 요구했다. 마침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며 동시에 민선 7기 대구시장 공약사항으로도 채택되면서,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사회서비스원이 출범하게 되었다.

 

대구사회서비스원은 대구시립희망원을 포함한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각종 사회서비스 통합 제공 및 표준운영 모델 개발,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선 및 민관협력지원사업,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사업 등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대구사회서비스원은 지난 4월 1일부터 대구시와 대행계약을 체결해 대구시립희망원을 운영하고 있다. 시설장 세 명(희망원, 보석마을, 아름마을 원장)을 공채로 뽑았고, 원장들은 지난 한 달간 문제점 확인 및 혁신안 마련을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대구시립희망원에는 총 1040명이 입소해있는데, 873명은 희망원 내에 거주하고 있고, 255명은 외부 병원에 입원해있다(2019년 4월 1일 기준). 지속해서 생활인 수가 감소 중이긴 하지만, 2017~2018년 주 감소 사유는 사망(78명), 전원(26명). 정신건강복지법개정으로 인한 병원 퇴소(38명)인 반면 자발적 퇴소(19명)와 원 가정 복귀(10명), 그리고 자립(24명) 등 탈시설로 인한 감소는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화 사회서비스원 대표이사는 "2019년부터는 탈시설 자립지원 정책을 적극 시행해 탈시설 비율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사회서비스원의 주요 업무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종합재가센터이다. 종합재가센터는 방문 요양, 노인돌봄, 가사간병, 그리고 장애인 활동지원을 종합해서 제공하게 된다. 김 대표이사는 "다양하고 분절적인 돌봄서비스를 연계하고 통합해 일정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비영리 공공성 개별사업 서비스 비용에 근거한 자체 수입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김 대표이사는 "대구사회서비스원은 희망원대책위, 시민사회, 복지계 등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기대를 모아 탄생된 조직"이라며 "시대적, 사회적 요청으로 대구가 선도적으로 전국에서 최초로 개원하여 한국 사회복지역사에 중요한 획을 긋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희망원 미래 둘러싼 '동상이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호준 희망원 원장, 임은자 보석마을 원장, 서승엽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처장, 은재식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 사진 박승원
 

토론회에서는 새로 임명된 대구시립희망원 원장들이 희망원 혁신안과 탈시설 계획을 밝혔으나, 시민사회는 신임 시설장들의 견해에 비판적 목소리를 쏟아내면서 선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호준 희망원(노숙인재활시설) 원장은 '희망원 맞춤형 일평생 자립생활 지원'을 핵심사업으로 추진, 희망원 내에 '보호작업장', '체험홈', '중간의 집', '공동생활가정' 등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원장은 "현재 희망원은 노숙인 시설이지만 정신질환, 알콜의존증, 지체장애를 가진 거주인들이 혼재한 상황"이라며 "거주인 각각의 특성에 맞춘 '개인별 일평생 자립생활 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자립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원장은 또한, "대구시에서 희망원을 2030년까지 200명 규모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러한 수치적 계산에만 입각해 탈시설을 진행하다 보면 거주인들의 자립 실패만 낳게 될 것"이라며 "겉으로 볼 때는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어 보여도,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몸이 불편한 거주인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천천히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보호작업장을 만들어 직업 재활을 하고, 체험홈, 중간의 집, 공동생활 가정 등을 통해 '사회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은자 보석마을(노숙인 요양시설) 원장 역시 탈시설에 대해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원장은 "(희망원 거주인) 탈시설을 위해서는 내외부 지원체계를 구축해 투트랙 접근을 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직원과 거주인들이 인식 개선을 하고 의지를 다져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탈시설 이후 정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지역사회 자립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원장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탈시설'은 당사자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떠한 삶의 모습을 특정 유형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선택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탈시설은 장애인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지 목표가 아니므로 시설-탈시설 이분법적 논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 원장은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에 의한 주거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2, 30년 이상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며 "탈시설 자립, 시설 축소, 시설 폐쇄 등 다양한 모든 변화에 앞선 것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설일지라도 내가 살고싶은 곳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주거선택의 권리가 무시된 채 자칫 탈시설만이 선택되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서비스원 소속 희망원 신임 원장들의 주장을 시민사회는 강하게 비판했다. 은재식 대구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사회서비스원은 대구희망원대책위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의 만 2년이 넘는 투쟁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사회서비스원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개원한 것도 의미있지만, 사회서비스원 탄생의 맥락을 기억해 희망원을 '좋은 시설'로 만드는 것보다 거주인 '인권'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공동대표는 "대구사회서비스원의 설립목적은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받아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있다"며 "사회서비스원 사업 방향의 첫걸음이 될 희망원은 더더욱 여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전했다. 은 공동대표는 "대구사회서비스원이 희망원 운영을 하며 가져야 할 목표는 기본적으로 '탈시설', 그리고 희망원 완전 기능 전환"이라며 "지역사회 중심 지원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하고, 사회서비스원과 희망원 운영 목표도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공동대표는 "최근 중앙정부에서 정책 기조로 선언한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탈시설'이다. 대구사회서비스원은 중앙정부의 정책과 대구시의 탈시설 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바란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서승엽 사회서비스원 이사는 "'탈시설'은 장애인 인권을 침해하고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지연해온 장애인 시설 수용 정책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정책 종료 선언"이라며 "이러한 맥락을 생각한다면, 탈시설을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거나 자기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탈시설 정책'은 인권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사회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최근 중앙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그리고 복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사회서비스원 출범으로 증명되었다"고 짚었다.

 

이어 서 이사는 "대구시가 탈시설을 시민들과 약속했고, '탈시설 5개년 계획'으로 이를 선언했다. 탈시설에 대한 명확한 이행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계획과 타임라인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것이 없는게 현실"이라며 "오늘 토론회도 탈시설에 대한 책임이 있는 대구시가 빠진 것은 깊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희망원 문제 해결을 이끌어온 주체가 대구420공투단 등 장애인 단체 중심으로 구성되긴 했으나 탈시설해야 하는 거주인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과 노숙인도 포함된다"며 "대구시는 이러한 다양한 대상자를 포괄하는 탈시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인가 '활동지원'인가 - 종합재가센터 역할과 기능 둘러싼 논쟁

 

김영미 복지부 사무관(왼쪽)과 노금호 소장(오른쪽). 사진 박승원
 

이날 토론회에서는 종합재가센터 역시 논쟁 대상이었다. 김영미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 사무관은 사회서비스원에 소속될 종합재가센터 표준 운영모델안을 공개했다. 종합재가센터는 방문요양기관, 노인돌봄기관, 가사간병기관, 장애인활동기관 등이 모두 포함된 종합 센터이다. 이를 통해 이용인들은 포괄적이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종사자들은 더욱 안정적인 일자리와 처우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사무관은 설명했다.

 

종합재가센터 재정은 장기요양 수가 및 돌봄 바우처 단가 등 현행 개별사업 서비스 비용에 기반한 자체 수입으로 운영된다. 수입은 사업별로 청구하여 관리하되 지출은 통합 관리된다.

 

종합재가센터 직원은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채용하는데, 관리직군은 1일 8시간 상근직, 직접서비스 종사자는 월급제와 시급제를 각각 50% 수준으로 고용하게 된다. 월급제 종사자는 상용직(서비스 7시간+이동 시간 40분) 월급제 20%, 단시간(서비스 6시간+이동 시간 20분) 월급제 30%, 그리고 시급제(서비스 4시간) 50%로 구성된다. 종사자 정년은 60세로 하되, 직접서비스 제공자는 근무 평가에 따라 퇴직 후 65세까지 고용 가능하며, 현재 활동 중인 60세 이상 종사자는 기간제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에 대해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노인요양서비스와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는 근본적으로 다른 서비스인데, 이러한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노 소장은 "방문형 재가 사업을 대상으로 묶어두다 보니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연적 모습은 유사할 수 있어도 서비스 시행 취지와 목적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며 "현재 복지부와 대구시가 구상하는 '종합재가'는 '요양'의 개념으로 '집 안에 있는' 사람의 신변처리와 가사 활동 등이 중심으로 고려되고 있고, '집 밖에 있는' 인간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사회활동에 대해서는 고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단순히 서비스를 받는 수동적 수혜자를 벗어나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와도 맞지 않으며, 특히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하고 사회참여에 제도적 장벽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여전히 서비스 단가에 기초한 바우처 방식으로 시행되는 월급제와 사업별 서비스양이 곧 종합재가센터 경영수지와 직결되는 구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용자 권리 보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노 소장은 "현재도 활동지원서비스를 비롯한 사회서비스 전반이 적정한 서비스 단가를 책정하지 않아 정부가 앞장서서 최저임금 등 노동법 준수 위반을 조장하고 있는데, 별도의 재원 투입 없이 기존 서비스 단가로만 운영을 한다면 경영수지에 맞춰 서비스 수급량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체계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서비스 이용자의 급여량과 원하는 시간, 원하는 서비스 이용방식을 통제하고 일방적 제공으로 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일부 민간제공기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공적 주체가 노골적으로 인정하고 답습하는 꼴"이라고 날 세워 비판했다.

 

노 소장은 "사회서비스원에 대해 많은 이들이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민간의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거나 서비스 제공에서 소외되어왔던 대상들에게 어떻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서비스 수급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이들, 소위 '도전적 행동'을 가졌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온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전문인력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모색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고 일침했다.

 

이렇듯 사회서비스원•복지부 측과 시민사회의 견해차가 드러난 가운데, 김영화 사회서비스원 대표이사는 "첫발을 이제 막 내디딘 사회서비스원에 대해 많은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음을 실감했다"라며 "오늘 주신 의견을 잘 반영하여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요구되는 시민의 욕구를 수렴하는 사회복지 플랫폼으로, 그 역할을 공고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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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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